봉사활동 소감문

강력추천하는 법률연맹에서의봉사활동 - 한양대 이광훈
입학 후 두 번째 사회봉사활동이었다. 지난 학기에 이어 <송파구 자원봉사센터>로 활동을 신청할까 고민하다 뭔가 색다른 경험이 하고 싶어졌다. 사회봉사 신청이 가능한 시각이 되자마자 부리나케 학교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촌각을 다투며 신청자가 몰리고 있었다. 수련회 보조 등 며칠만 투자하면 학점을 얻어갈 수 있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은 금세 마감되어 빈자리가 나질 않았다. 마우스를 위로 아래로 굴리며 고심을 거듭한 끝에 결심을 굳히게 되었다. 법률소비자연맹. 이름만 들어선 왠지 어려울 것만 같아 걱정이 되기도 했다. ‘법률’이라는 낱말이 주는 딱딱함이 생경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소비자연맹’이라는 뒷말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잘은 모르지만 시민의 권익을 보호하는데 앞장서는 단체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봉사활동 신청을 마치고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포탈사이트에 ‘법률소비자연맹’ 다섯 글자를 입력했더니 제일 위에 인터넷사이트 주소가 나타났다. 법률소비자연맹 홈페이지 첫 화면의 커다란 의사봉(의결 기관의 의장이 회의의 개회나 폐회, 안건의 상정․가결․부결 등을 선언할 때 탁자를 두드리는 기구) 그림이 이채로웠다. 그림과 더불어 옆에 이런 말이 있었다. “법과 사법을 알아야 나와 사회를 지킬 수 있다.” “수사와 재판의 생명은 절차의 공정성에 달려 있다.” “정당성을 상실한 공권력은 폭력이다.” 솔직히 말해 법률소비자연맹이 어떤 활동을 하는 단체인지 잘 몰랐던 나는 이 짧은 문장들을 읽는 것만으로 대강의 업무를 짐작할 수 있었다. 더 알아보아야겠지만 일단 “법의 해석과 법률의 적용을 감시하는 단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법률소비자연맹은 올해로 창립 14주년을 맞은 시민단체이다. 100여명의 변호사를 비롯한 500여명의 법률가․전문가들과 4만5천여명의 회원, 세미나․시민대회 등 시민참여도 역시 대단히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국가개혁의 요체는 법과 제도개혁이라는 신념과, 법치안민과 민주흥국을 이념으로 실질적인 법치․민주․자유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민주시민의 기본책무인 공정성 감시에의 시민교육, 세미나 및 시민대회, 악법개폐 및 입법통제운동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법률소비자운동은 법률의 제청권자이며 소비자인 시민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서 성숙한 시민의식, 공정한 법제도, 충직한 정부운용을 목적으로 공익품격생활, 비리피해구조, 시민사회각성, 부정부패통제, 법률민주교육 등을 하는 운동을 말한다. 법률소비자연맹은 이러한 운동의 일환으로 법정 모니터링, 국정감사모니터링을 비롯한 사법․입법 과정의 감시활동, 악법개폐, 입법청원 등 좋은 법 제정운동, 법률시민대학 개최, 대학생을 위시한 각계각층의 법생활 교육연수 등 법률인권교육, 사법개혁 세미나와 심포지엄 개최 및 사법개혁시민대회 등 제도․사법 개혁활동, 법률․인권 상담과 법률피해대책협의회를 통한 불공정피해자 구조활동을 전개하고 있기도 하다.
오리엔테이션은 3월 20일 대한변리사회관 1층 대강당에서 치러졌다. 대강당이라지만 실제로 그리 큰 공간은 아니었다. 게다가 우리 학교뿐 아니라 숙대, 이대, 건대, 동국대 등 다른 학교 학생들까지 많이 참석한 관계로 늦게 도착한 몇 명의 학생들은 선 채로 교육을 받는 수밖에 없었다. 지난 학기에 활동했던 송파구자원봉사센터의 오리엔테이션은 몇 십 명의 대학생만 모인 조촐한 자리였던 것에 반해, 법률소비자연맹은 강당에 커다란 현수막도 걸어 놓고 법조와 관련된 외부인사까지 초빙해 순서를 마련하는 등 대대적인 행사를 기획한 듯 하였다. 무엇보다, 법류소비자연맹의 설립과 활동 취지가 담긴 짧은 노래를 따라 부르는 순서는 지금도 잊지 못할 기억이 되었다. 자리에 앉은 많은 학생들이 처음에는 키득키득 웃으며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더니 하나 둘씩 입을 모아 큰 소리로 노래를 합창하고 있었다. 또 지난 학기 동안 열심히 활동했던 사회봉사자를 시상 표창했던 것은 정말 바람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꼭 상을 주고받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봉사활동 참여자에게 보람을 느끼고 의의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대학생 봉사활동을 실시하는 다른 기관단체들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한 오리엔테이션 순서였다.
두 달 여의 사회봉사는 비교적 자율적으로 이루어졌다. 애초에 자료모니터링 요원으로 신청을 한 터라 몇 차례 학술대회와 세미나에 참석하기도 하였다. 깔끔한 정장을 차려 입은 교수, 정부 관계자, 기자들 사이에 경직된 자세로 앉아 발표와 토론을 경청하는 게 처음엔 무척 어색했었다.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학술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공간의 한 쪽 구석을 채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시민단체의 감시요원이라는 거창한 역할까지 맡고 있다는 데에까지 생각이 미치니 무언가 대단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세미나 참석 외에는 언론 모니터링 활동을 실행했었다. <신문시장 정상화 방안>이라는 큰 주제를 테마로 꾸준히 한겨레신문을 탐독하였다. 처음 며칠 간은 기사에 쓰이는 단어를 이해하는 것만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었다. 평소에 신문과 뉴스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생활하긴 했지만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꼼꼼히 기사를 챙기려니 여간 신경이 많이 가는 작업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기사를 모으고, 그날그날의 내용을 분석하기를 두 달 남짓 마침내 두꺼운 페이지로 완성된 봉사활동 보고서를 손에 쥘 수 있게 되었다. 보고서의 질적 완성도와 무관하게 혼자만의 노력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이루었다고 생각하니 나 자신이 기특하게만 느껴졌다. 또 미약하나마 법률소비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내가 만든 자료가 사용될 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하게 되었다.
어느 새 시간이 많이 흘러 봉사활동 소감문을 작성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끝이 보이는 순간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좀 더 적극적으로, 정성을 다해 활동에 임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법률소비자연맹 담당자분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나에겐 대학생활 막바지 소중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졸업을 하더라도 사회봉사활동을 신청하려는 후배가 있다면 서슴지 않고 법률소비자연맹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