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나의 작은 도움이 사회의 한 단면을 변화시킬수-고려대 중어중문 차경은
법률연맹
2010-03-26 00:00:00
643
맨 처음에 법률연맹 오티를 참석했을 때를 기억한다. 오티장소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많은 학생들이 자리에 앉아있었고, 다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내가 잘못 들어왔나 생각을 했는데 오티 내용을 듣다보니 잘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률연맹 봉사활동에 대해서는 학교 홈페이지에서 우연히 발견을 하고, 아 이거다 하고 곧바로 신청하고 다음날에 오티에 참석했다. 지금까지 했던 봉사활동들은 무언가 내가 관심 있는 분야와 적성을 잘 살리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법률연맹의 봉사활동 프로그램은 다양했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서 좋았다.
그런데 사실 여태껏 법정에 가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 법원에 방문했을 때는 약간 긴장이 되었다. 내가 들어가서 참관해도 상관없는 것일까? 처음에 참관했던 재판의 판사가 약간 재판이 진행되는 것을 지루해해서 판사에 대한 인상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원고와 피고는 생사가 달린 문제인데 형식적인 태도로 사건 하나하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넘긴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것은 나의 기우였다. 다른 판사들은 원피고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의정부 지방법원에 맨 처음에 방문해서 그런지 몰라도 의정부 지방법원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했다. 대학생이 법정 모니터링 하러 온 것을 신기하고 기특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민사소송 사건들은 대부분 원고와 피고의 소유권에 관한 다툼이 대부분이었다. 어떻게 보면 서로 조금씩만 양보한다면 해결될 수도 있는데 이미 갈등의 골이 깊어져서 2~3년 동안 법정에서 서로 공방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법적인 용어나 특정 사건에 관련된 전문적인 용어는 잘 알 수 없었지만 대부분 사건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의정부 지방법원 이후에는 고등법원을 방문했는데 확실히 규모에 있어서 두 법원은 큰 차이가 있었다. 지방법원이 아담하고 작은 규모였다면 고등 법원은 가정법원, 행정법원, 민사소액, 형사·민사 사건을 다루는 빌딩이 따로 있었다. 건물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오히려 지방법원보다 건물이 찾기가 어려워서 길 안내해주는 사람들에게 물어봐서 찾아가곤 했다. 고등법원에서는 대부분 형사사건을 참관했는데 형사는 민사와는 달리 검사가 있었다. 그리고 이미 죄수복을 입은 피고들이 경찰의 감시아래 등장했다. 상해나 사기 때문에 연루된 피고인들이 많았고, 제 3자가 보기엔 그들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는지는 알기 어려웠다. 기억에 남는 사건 중 하나는 전직 경찰관이 특정 업소를 단속하는 것을 눈감아주어서 형과 벌금을 선고 받았다. 변호사가 집안 사정이 어렵고, 노모를 모시고 생활한다는 점을 감안해 달라고 했다. 동정심을 유발하는 것으로 느껴지긴 했지만 이것이 사실이라면 내가 판사였을 때 어떤 판결을 내릴지 상상해보았다. 가정형편이 어렵다고 공무원이 비리를 저지를 수 있을까? 가정형편과 상황이 어려운 것이 비리행위를 합리화 할 수 있을까? 만약에 피고가 경찰이 아니었다면 모르겠지만 피고는 경찰 신분이었기 때문에 쉽게 죄를 용서 받기는 힘들다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사회적 갈등이 얽혀서 결국 재판까지 이르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재판에 원고나 피고로써 서고 싶지 않다고 느꼈다. 왜나면 재판을 시작하게 되면 2-3년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기본이고, 경제적·정신적 스트레스가 클 것 같았다. 내가 만약에 변호사나 판사가 된다면 사건을 효율적으로 해결해서 억울한 사람들의 누명을 벗겨주고, 진실을 밝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사소액 사건을 참관하려고 서울북부지법에 갔는데 하필 그날 민사소액 사건이 없다고 해서 참관하지 못했다. 법원 홈페이지에 분류별로 재판이 있는 날을 정확히 명시해 놓으면 좋을 텐데 그 정보가 정확하지 않는 것이 참관하러 가는 사람에게 허탕을 치게 했다. 내가 법원직원에서 물어보니 그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 아니면 재판이 언제 어디서 열리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할 수없이 진행되고 있는 형사 사건을 참관하기로 했다. 설날 전날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없었고, 판사는 턱을 괴고 사건을 들으면서 따분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하기 싫어도 그렇지 태도가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사건은 정말 들으면서 아리송했는데 왜냐하면 증인 3명의 진술이 다 달랐기 때문이다. 똑같은 사건을 본 증인들인데 진술하는 것이 왜 다 다를까? 물론 사람마다 사건을 바라보는 눈이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기 때문에 진술하는 바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이럴 때 판사는 무엇이 진짜 진실인지 구분할 수 있는 혜안의 안목이 필요하지 않을까? 제 3자의 눈으로 바라 보았을 때는 정말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 어려웠다. 서울북부지법에서 참관했던 재판은 “무엇이 과연 진실인가?”라는 것을 생각하게 했다.
대법원 연계모니터링 공지를 봤고, 잠깐 시간을 내서 모니터링을 하러 고등법원에 갔다. 본인이 모니터링은 받겠다고 직접 신청한 판사들이니 아무래도 모니터링 하러 온다는 사실은 알고 신경 쓴 것 같다. 처음 들어간 호실의 판사는 최대한 부드럽게 하려고 애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평소에도 과연 그렇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다. 왜냐하면 재판 도중에는 원피고의 말을 도중에 끊는 경우가 많았고, 그들의 말을 잘 경청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 호실의 판사는 내가 지금까지 본 판사 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습의 판사였다. 원피고의 말을 경청하고, 사건의 핵심을 알고 있고, 직접 기록을 하면서 사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 판사도 모니터링을 의식해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느낌상 원래도 친절한 모습일거라고 상상이 되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 두 판사가 담당하는 재판을 찾아가서 평소에 어떤 식으로 하는지 참관해보고 싶다.
법정모니터링은 처음에 생각했던 만큼 어렵지 않았다. 법원에 방문해서 재판을 잘 경청하고 기록하는 것이 전부였다. 많은 봉사자들이 한 법정모니터링이 쌓이고 쌓여서 법정 문화를 개선할 수 있다면 참 뿌듯할 것 같다. 나의 작은 도움이 조금이나마 사회의 한 단면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면 보람을 느낀다.
의정모니터링은 혼자서 조사하는 작업이라서 그런지 평소에 정기적으로 하긴 어려웠다. 그런데 내가 사는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잘 하고 있나 살펴보는 작업은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다. 사실 그 전에 나는 지역 신문이나 지역 뉴스에 별 관심이 없었다. 지방선거가 있을 때도 커다란 관심이 없었다. 노원구 갑을병에서 활동하는 세 명의 국회의원들은 생각보다 공약을 이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분야에서는 아예 실천하려는 흔적이 보이지 않아서 실망하게 된 부분도 있었다. 우리 지역 사람들이 직접 그들은 뽑았는데 제대로 공약을 이행하지 않은 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들의 공약 실천률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그들을 심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공약 실천에 관한 자료는 찾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국회의원 홈페이지나 지역 신문을 검색해서 자료를 찾았다. 그런데 국회의원 홈페이지에서 찾은 의정보고서는 좀 과장했다는 느낌을 받아서 객관적인 자료인지 신뢰하기 힘들었다. 지역신문의 기사는 의정보고서나 국회의원 홈페이지의 글보다는 좀 더 객관적인 것 같았다. 5대 공약을 중심으로 국회의원들의 활동을 살펴본 결과 국회의원들이 좀 더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국민들이 내는 세금을 거의 대부분 도로의 벽돌을 바꾸는데 쓰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역 경제가 튼튼하고 지역 주민들이 생활에 만족을 느껴야 나라가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닐까? 나도 우리 지역 주민의 한 사람으로써 이번 의정 모니터링을 통해서 지역 사회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