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시민사회의 역동성을 느끼며-서울대 사회학과 장윤호
법률연맹
2010-03-26 00:00:00
858
그리 활동적이지도, 그렇다도 학구적이지도 않았던 나의 지난 대학생활을 반성하며, 나는 대학에서 보내는 마지막 겨울이 될지도 모르는 2009년 겨울학기를 조금 더 뜻있게 보내고자 사회봉사를 수강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학교와 연계된 단체들은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다양한 봉사활동 영역이 존재했지만, 나는 시민사회영역에 속하는, 또 그중에서도 법률 및 법제도와 관련된 봉사활동을 수행하고자 하였는데, 거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은 전공 수업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시민사회 영역에 대한 실제적인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것에 대한 반성의 마음이 첫 번째 이유였고, 또 시민사회 영역 내에서도 법률과 법제도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최근에 이르러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특히 헌법재판소 혹은 대법원의 판결이 과거 그 어느 때 보다도 자주 사회적 이슈가 되는 작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법과 법제도에 대한 이해를 간접적으로나마 향상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었다.
이러한 이유들에서 선택하게 된 봉사활동 장소가 바로 법률소비자연맹이었다. 국내 유일의 법률 인권 전문 NGO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나의 양자의 관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단체는 법률소비자연맹이 유일했다. 하지만 사회봉사의 경험도 없고, 법학에도 문외한인 나로서는 사실은 조금은 '지르고 보는' 측면이 강한 선택이기도 했다. 걱정되는 마음으로 법률소비자연맹의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던 날, 먼저 족히 수백 명은 되어 보이는 봉사자의 수에 조금 놀랐지만, 방명록을 쓰면서 본 다양한 배경의 참가자들과, 간사님의 친절한 설명에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나는 사전에 세부영역으로 의정모니터링을 선택했지만, 사실은 어떤 영역을 선택하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의무적인 법정모니터링과는 별도로, 언론분석이나 의정모니터링, 학술세미나 참가와 같은 다양한 분야의 봉사활동이 가능했고, 더 나아가 번역과 작곡 등의 전문봉사의 기회 역시 열려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며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아보고자 이런 저런 영역들을 신청하기 시작했다.
우선은 번역봉사를 신청하여 다른 나라의 헌법을 접해보고, 또 번역을 통해 영어실력도 향상시켜보고자 하였다. 헌법조문들은 대체로 어렵지 않은 단문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번역을 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지만, 역시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봉사이기도 했다. 한편으로 번역봉사는 그 나라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는 역할도 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헌법에 반영된 그 나라의 특색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벨기에의 헌법을 주로 번역했는데,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독일어 사용 지역이 뚜렷이 나뉘고, 또 나름의 자치가 견고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인 만큼, 이들 세 지역의 균형과 조화를 위한 많은 조항들이 헌법에 담겨져 있었기 때문에 번역의 과정이 제법 흥미로웠다.
두 번째로는 의무사항인 법정 모니터링을 시작하였는데, 재판과정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니만큼, 처음에는 법정이라는 공간의 부담감이 상당하였다. 매우 엄숙한 분위기에서, 당사자가 아닌 내가 들어가 재판 내용을 기록한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떤 법정에서는 재판 당사자의 가족이 나의 기록을 두고 문제를 삼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재판은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만큼,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으로 재판 내용을 기록하다보니, 어느새 방청석은 집중하기 좋은 조용한 공간으로 인식되게 되었다. 변론을 통해 빠르게 진행되는 재판의 내용을 기록하기 위해 재판의 전개에 몰두하다보면, 자연히 법적 용어에 친숙해지면서 상식도 늘어나게 되었고, 뒤로 갈 수록 좀 더 편한 마음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사전에 선택한 의정모니터링은 국회의원의 공약을 분석하는 활동으로, 가장 어려우면서도 보람이 있는 봉사였다. 국회의원의 공약과 그 이행과정을 추적하다보면, 해당 지역구의 현안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고, 그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한층 깊어지는 부가적인 소득을 올릴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한 사람당 수십 가지나 되는 공약들을 일일이 추적해 들어가는 것은 상당한 시간을 요하는 것이었고, 계절학기와 병행하느라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던 나는 막판에 의정 모니터링을 진행하느라 밤을 새기까지 했지만, 확실히 완료한 후의 보람감이 다른 봉사활동에 비해 더 뚜렷하게 남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짧은 시간에 꽤 많은 양의 봉사활동을 수행하느라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수백 명의 봉사자들을 관리하고 점검하시는 몇 분 되지 않는 법률소비자연맹의 간사님들의 노고가 나에게는 더욱 인상 깊게 보였다. 중간점검을 받으러 갈 때 마다 친절히 대해주시는 간사님들의 태도는 무척 사려 깊은 것이었고, 그 덕분에 처음에 계획했던 봉사활동을 모두 차질 없이 완료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봉사활동을 하면서 발견한 가장 머리에 남았던 인상은 시민사회의 역동성이라는 이미지였다. 거대한 모습의 법원과, 그 안팎을 바쁘게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모습, 법조인이라는 고고한 이미지와는 달리 무엇보다 신속, 정확함을 추구하는 판, 검사 및 변호사들의 모습, 국회의원들이 공약을 수행하기 위해 백방으로 호소하는 과정,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치열하게 감시하는 NGO들의 시선들.... 이번 봉사활동은 이러한 시민사회의 역동성을 짤막하게나마 경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나의 지난 대학생활을 반성하고, 또 앞으로의 사회생활을 준비하는데 있어 이러한 시간들은 무척이나 유용하게 사용될 것 같아 만족감을 느낀다. 이러한 만족감 덕분인지 기회가 된다면 다음 학기나 계절 학기에 다시 한번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사회봉사를 수행하고픈 생각이 든다.
이러한 이유들에서 선택하게 된 봉사활동 장소가 바로 법률소비자연맹이었다. 국내 유일의 법률 인권 전문 NGO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나의 양자의 관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단체는 법률소비자연맹이 유일했다. 하지만 사회봉사의 경험도 없고, 법학에도 문외한인 나로서는 사실은 조금은 '지르고 보는' 측면이 강한 선택이기도 했다. 걱정되는 마음으로 법률소비자연맹의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던 날, 먼저 족히 수백 명은 되어 보이는 봉사자의 수에 조금 놀랐지만, 방명록을 쓰면서 본 다양한 배경의 참가자들과, 간사님의 친절한 설명에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나는 사전에 세부영역으로 의정모니터링을 선택했지만, 사실은 어떤 영역을 선택하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의무적인 법정모니터링과는 별도로, 언론분석이나 의정모니터링, 학술세미나 참가와 같은 다양한 분야의 봉사활동이 가능했고, 더 나아가 번역과 작곡 등의 전문봉사의 기회 역시 열려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며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아보고자 이런 저런 영역들을 신청하기 시작했다.
우선은 번역봉사를 신청하여 다른 나라의 헌법을 접해보고, 또 번역을 통해 영어실력도 향상시켜보고자 하였다. 헌법조문들은 대체로 어렵지 않은 단문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번역을 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지만, 역시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봉사이기도 했다. 한편으로 번역봉사는 그 나라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는 역할도 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헌법에 반영된 그 나라의 특색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벨기에의 헌법을 주로 번역했는데,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독일어 사용 지역이 뚜렷이 나뉘고, 또 나름의 자치가 견고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인 만큼, 이들 세 지역의 균형과 조화를 위한 많은 조항들이 헌법에 담겨져 있었기 때문에 번역의 과정이 제법 흥미로웠다.
두 번째로는 의무사항인 법정 모니터링을 시작하였는데, 재판과정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니만큼, 처음에는 법정이라는 공간의 부담감이 상당하였다. 매우 엄숙한 분위기에서, 당사자가 아닌 내가 들어가 재판 내용을 기록한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떤 법정에서는 재판 당사자의 가족이 나의 기록을 두고 문제를 삼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재판은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만큼,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으로 재판 내용을 기록하다보니, 어느새 방청석은 집중하기 좋은 조용한 공간으로 인식되게 되었다. 변론을 통해 빠르게 진행되는 재판의 내용을 기록하기 위해 재판의 전개에 몰두하다보면, 자연히 법적 용어에 친숙해지면서 상식도 늘어나게 되었고, 뒤로 갈 수록 좀 더 편한 마음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사전에 선택한 의정모니터링은 국회의원의 공약을 분석하는 활동으로, 가장 어려우면서도 보람이 있는 봉사였다. 국회의원의 공약과 그 이행과정을 추적하다보면, 해당 지역구의 현안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고, 그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한층 깊어지는 부가적인 소득을 올릴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한 사람당 수십 가지나 되는 공약들을 일일이 추적해 들어가는 것은 상당한 시간을 요하는 것이었고, 계절학기와 병행하느라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던 나는 막판에 의정 모니터링을 진행하느라 밤을 새기까지 했지만, 확실히 완료한 후의 보람감이 다른 봉사활동에 비해 더 뚜렷하게 남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짧은 시간에 꽤 많은 양의 봉사활동을 수행하느라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수백 명의 봉사자들을 관리하고 점검하시는 몇 분 되지 않는 법률소비자연맹의 간사님들의 노고가 나에게는 더욱 인상 깊게 보였다. 중간점검을 받으러 갈 때 마다 친절히 대해주시는 간사님들의 태도는 무척 사려 깊은 것이었고, 그 덕분에 처음에 계획했던 봉사활동을 모두 차질 없이 완료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봉사활동을 하면서 발견한 가장 머리에 남았던 인상은 시민사회의 역동성이라는 이미지였다. 거대한 모습의 법원과, 그 안팎을 바쁘게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모습, 법조인이라는 고고한 이미지와는 달리 무엇보다 신속, 정확함을 추구하는 판, 검사 및 변호사들의 모습, 국회의원들이 공약을 수행하기 위해 백방으로 호소하는 과정,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치열하게 감시하는 NGO들의 시선들.... 이번 봉사활동은 이러한 시민사회의 역동성을 짤막하게나마 경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나의 지난 대학생활을 반성하고, 또 앞으로의 사회생활을 준비하는데 있어 이러한 시간들은 무척이나 유용하게 사용될 것 같아 만족감을 느낀다. 이러한 만족감 덕분인지 기회가 된다면 다음 학기나 계절 학기에 다시 한번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사회봉사를 수행하고픈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