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오랜만에 다시 찾은 법률연맹-숙명여대 행정 김진희


6개월여 만에 다시 찾은 법률연맹의 오리엔테이션 풍경은 사뭇 달라진 듯하였다. 오리엔테이션 참여일 수가 줄어든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봉사활동 참여자들이 이전보다 강연에 더욱 집중하고 성실히 참여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1년 여 정도 활동을 했었던 봉사자로서 법률연맹을 찾아오는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매우 뿌듯한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교내 동아리 후배들도 사회봉사활동기관으로 법률연맹을 선택하였었다는 것을 뒤늦게 듣고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들었었다. 봉사활동의 경로는 다양하고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보람 또한 더더욱 다양하지만, 법률연맹을 매개로 향유할 수 있었던 내 스스로의 긍정적인 변화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던 듯하다. 점점 더 많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활동에 임하게 된다면 그들도 나와 같은 보람들을 느끼고 사회를 바라보는 가치관을 더욱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더욱 기뻤던 것 같다.
으레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 막상 시작 전에 세웠던 계획과는 다르게 시간에 쫓겨 촉박하게 완료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하지만 이번 학기에는 배로 늘어난 과제와 여러 활동들로 바쁜 일정을 보내면서도 스스로를 더욱 부지런하게 움직여서 시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여유 있게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다. 부득이하게 날짜를 변경하여 신청하게 된 추가오리엔테이션 일정 전에 전일행정봉사를 미리 등록하여 그 어느 때보다도 일찍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 심적으로도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법정모니터평가지 분석만을 장시간 하다 보니 손과 팔이 아프고 지루하기도 하였지만 봉사활동 초기 이후로 방문하지 못했던 법정의 요즘 모습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었다. 그때와 큰 차이는 없었던 듯하지만, 아직도 몇몇 판사들이 재판 중에 졸기도 한다는 평가를 보니 잠시 씁쓸해지기도 하였다.
이 날 전일행정봉사를 마무리하면서 공약이행조사까지 신청하게 되었는데, 2주 안에 완료를 해야 하는 활동이라서, 처음에는 두 명의 의원을 하겠다고 이름을 적은 것이 괜한 자만심은 아닌지 스스로도 걱정이 되었었다. 하지만 틈틈이 조사를 하다 보니, 이 또한 기우에 불과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번에 처음 참여하게 된 공약이행조사를 통해, 18대 국회의원 김선동 의원(도봉을)과 정몽준 의원(동작을)의 공약이행 정도를 평가할 수 있는 자료들을 모으는 과정에서 해당 관할지역과 서울시 전반에 대한 의정활동 추진정도를 알아볼 수 있었다. 또한 해당 관할구역과 인접지역의 정책범위가 겹치기도 하고, 공약이행사업에 대한 핵심추진세력을 명확히 구분하기 힘든 점도 있었지만 좁게는 해당 자치지역, 넓게는 서울시의 정책까지 개괄적인 국정운영을 살펴보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세미나와 관련하여서는, 이번에 국제법 강의를 들으면서 교수님의 추천으로 지난 5월에 한국을 방문한 프랭크 라뤼 ‘UN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특강에 참석하게 되었다. 평소 인권에 대해 깊은 관심을 두고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시청광장 사용문제, 각종 촛불집회, 방송계 친정부인사 임명으로 인한 보도권 침해 논란, 용산참사 등 정부-국민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한국 내 인권을 둘러싼 문제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었다. 후에 기자회견 일정에서 한국에 대한 특정 사안들을 정리 및 발표할 예정이라 이날의 특강에서는 라뤼 보고관이 한국에 대한 자세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추후에 살펴본 기자회견 인터뷰 내용에서도 위에 밝힌 사항들에 관한 견해는 한국 내 인권보호 수준이 크게 후퇴하고 있다는 주장과 맥을 같이 하였다. 특강에서 보고관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의사표현의 자유제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밝힌 명문화된 규정이 아직 나오지 않았고 이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정부권력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의사표현의 자유 허용 유무가 규정지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어떠한 내용이 의사표현의 자유 제한에 해당하는 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라뤼 보고관의 기준은 동양인의 사고방식을 가진 나의 기준과는 사뭇 다른 부분도 있어서(명예훼손에 관한 내용 등) 이해가 쉽게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국가’는 하나의 인격적 독립체라기보다는 사회를 구성하는 ‘구조’ 자체에 불과하므로 국가에 대한 비판은 언제든지 자유롭게 이루어져야한다는 입장은 국내에 적극적으로 수용되어야하는 주장이라 생각되었다.
번역활동과 관련하여, 이번에 아제르바이잔공화국 헌법을 번역하게 되었다. 헌법에 결혼할 권리와 양심의 자유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정보의 자유에서 언론을 포함한 대중매체에 대한 국가검열을 금지한 조항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아제르바이잔의 국정운영과 사회구조의 비민주적이고 열악한 실상은 위와 같이 성문화된 헌법과는 사뭇 차이가 매우 큰 양태를 보인다는 점에서 역시 이론화된 법률과 실제적인 법 적용의 차이를 다시금 실감하게 되었다.
본 봉사활동 이외에 지난 6월 2일 지방선거 일에는 방송 3사 공동 출구조사를 진행하는 현장출구조사원으로 활동하여 선거가 이루어지는 12시간 동안 투표소를 나오는 사람들의 여론을 직접 조사하게 되었다. 부재자투표기간을 놓쳐서 사전에 투표를 하지 못하는 바람에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이 너무도 아쉬웠지만 출구조사를 진행하면서 이번 선거에서 전체적으로 투표율이 높아지고 정계의 판도가 급격히 변화한 것은 젊은 세대들의 투표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현장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출구조사의 취지를 잘 공감하지 못하였었는데, 기존에 이루어진 여론조사의 결과와는 판이하게 다른 결과를 보이면서 더욱 정확하고 확실하게 민심을 읽어낼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이 때문에 젊은 세대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향후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끄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실감하였을 뿐만 아니라, 법률연맹의 활동과 같이 더욱 더 깨끗한 세상을 만들어내려는 노력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이번 학기는 다른 때보다도 과제와 외부활동으로 인해 바쁜 일정을 보내게 되었다. 봉사활동 신청 당시만 해도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법률연맹의 봉사활동을 모두 이행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의문이 들었었다. 하지만 촉박한 시간 속에서도 조금씩 해 나가다보니 걱정한 바와 달리 해야 할 일들을 충분히 완수하게 되어 매우 뿌듯하였고 다행이었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충분하지 않은 시간에서 많은 일을 해내기 위해, 수시로 계획을 점검하여 긴급하게 처리해야할 것과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틈틈이 해나갈 수 있는 것을 구분하게 되어 시간 관리능력을 더욱 갖출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다. 이전에는 할 일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너무 크게 가져서 결국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축에 속하였었는데, 이번에는 바쁜 일정 와중에서도 마음은 한결 여유로워졌었다.
법률소비자연맹의 활동을 지금까지 이어오면서 정치, 사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유지하고, 타 국가의 헌법을 통해 세계의 국가구조를 알아보게 되게 되었었다. 하지만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로 개인적인 성숙도를 높이게 되는 소중한 경험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 스스로가 대견스러워지고 본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환경을 제공해준 법률연맹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