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봉사활동을 통해 얻는 에너지-서울대 심리 강푸름
법률연맹
2010-06-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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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학교에 다니는 대학생으로서 무엇인가 책임감을 느껴서 사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봉사활동을 하고자 마음먹었다. 그런데 스스로 봉사활동을 하자고 약속하는 것보다 어느 정도 강제성이 있고 체계적인 사회봉사과목을 들어야 제대로 봉사활동을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사회봉사교과목을 수강하게 되었다. 우선 이번 한 학기 동안 (상대적으로)정기적인 봉사활동을 수행하면서 앞으로 살아가면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사활동 내내 세상은 나 혼자, 우리 가족만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다. 남이 행복해야 나도 더 행복해질 수 있음을 이제야 깨달았던 것이다.
필자가 이번에 선택했던 봉사기관은 법률소비자연맹이라는 시민단체였다. 이전에는 장애인 아동 돌보기나 독거노인들께 도시락 배달하기 등 사회적 약자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봉사활동을 했었다면 이번에는 시민단체라는 큰 기관에 소속되어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다. 이 봉사는 이전의 봉사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어느 활동이든 보람을 느끼고 에너지를 얻는 것은 같았지만 이전의 봉사들이 동정심, 눈물, 감동 등을 주었다면 이번 봉사활동은 사회적 비판의식, 책임의식 등 보다 커다란 것들이 주어졌다. 덕분에 대학생으로서 내적으로 이전보다 조금은 성숙해진 것 같다.
항상 나와는 거리가 먼 곳이라고 느껴졌던 법원과 국회를 모니터링하면서 처음에는 그것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법원과 국회라는 곳에 대한 벽이 굉장히 높게 느껴졌고 그것을 잘 넘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그런데 자꾸 부딪혀 보면서 두 곳 모두 국민들의 장소, 우리들의 장소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러한 봉사활동은 나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라는 의무감과 제대로 감시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의무감과 책임감은 봉사활동 과정에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로를 잊게 해 주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봉사활동을 통해 여러 사람들을 사귈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점이다. 다른 봉사활동들과는 다르게 이것은 주로 개인이 스스로 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기회가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법률소비자연맹에 속해있는 봉사활동 담당자 분이 엄청 친절하셔서 재밌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필자의 경우에는 법정을 모니터링 하러 다니다가, 법정 경위 분과 재밌게 얘기를 나누게 되어 친해지기도 했었다. 이러한 사람들과의 다양한 만남들은 필자의 삶에 엄청난 즐거움이 되었다.
한편 법정모니터링 과정에서는, 특히 형사재판을 참관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 죄수들을 본 것도 그 때가 처음이었고 그들의 다양한 사연들을 들으면서 가슴이 아픈 적도 있었고 무서움을 느낀 적도 있었다. 사례 중에 누이-동생 사이에 돈 문제가 개입되어 핏줄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고 서로를 할퀴며 마치 가시를 세우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본성과 돈에 대한 깊은 사색에 잠겨 보기도 했다. 또 민사재판들 가운데는 변호사를 선임한 쪽과 반면 돈이 없어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한 쪽이 불공평하게 재판을 진행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 어떤 친절한 판사는 법률 용어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며 온화한 미소 등으로 그러한 불균형을 조절하여 필자를 감동시킨 적도 있고, 반면 어떤 판사는 위압감을 주며 오히려 더 주눅 들게 하여 불균형을 심화시켜 필자를 실망시킨 적도 있었다.
의정모니터링 과정에서는 상임위원회의 매 회의시간이 거의 5~6시간에 달해 회의록을 분석하는 동안 꽤 힘들기도 했지만, 매우 보람을 느꼈던 작업이었다. 이 작업을 통해 마치 암행어사가 된 느낌이 들기도 했고 그래서 책임감을 느끼고 더 열심히 임할 수 있었다. 또 상임위원회라는 교과서에서 배웠던 곳을 새로운 마음으로 탐색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재밌는 작업이기도 했다. 이전에는 국회의원들만 나오면 고개를 돌리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았었는데 영상회의록을 보면서 그 나름대로의 재미를 찾고 국회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비록 필자가 만들어낸 모니터링 결과물들이 주관적이지만 이 자료들을 통해서 국회의 모습이 좀 더 나아지고, 나아진 국회에서 국민들을 위한 법안을 만들고 정부를 적절히 견제하여 더 살기 좋은 우리나라가 되는 상상을 해 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필자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때로는 육체적으로 힘들어서 하기 싫다는 충동적인 마음이 든 적도 있었지만, 봉사활동을 통해 얻는 에너지가 더 강했다. 그래서 봉사활동 수행 과정에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해 보면서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잠깐이나마 고민을 해 볼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답은 찾지 못했지만 말이다. 학기 초에 사회봉사계획서를 제출할 때, 봉사자 자신에 대해 설명하라는 문항이 있었다. 그 때 필자는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고 밝은 봉사자라고 적었었는데, 실제로 그랬는지는 스스로 판단할 수는 없다. 그래도 필자 스스로는 한 학기동안 많은 것을 얻었기 때문에 뿌듯함을 느끼며 봉사활동 소감문을 끝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