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책으로 읽어보기만 한 것들이 눈앞에서 보여지던-건국대 법 김혜연


대학으로 진학하면서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봉사활동이다. 하지만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봉사활동과는 친하지 않은 학생으로 지낸지 어느덧 2년. 3학년이 되면서 ‘자율적’인 봉사활동을 못한다면 ‘타율적’ 봉사활동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학교에서 진행하는 사회봉사 과목을 통해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봉사활동의 종류로 여러 가지 선택권이 있었지만, 그중 나의 눈길을 가장 끈 것이 바로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진행하는 봉사활동. 법학과 학생이라는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다른 봉사활동은 평일만 가능한 것과는 다르게 법률소비자연맹의 봉사활동은 주말에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진행하는 봉사활동에 처음 참가하는 자원봉사자들은 법정모니터링의 9번의 필수참가와, 그 외 행정봉사, 언론모니터링, 선거모니터링, 학술제 참가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 그 중 나는 법정모니터링과 언론모니터링, 그리고 선거모니터링에 참여하였다.

법정모니터링은 내가 참여한 세 가지의 봉사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된 봉사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법률소비자연맹의 봉사활동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법학을 전공하는 특성을 살릴 수 있을 것 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대처럼 법정모니터링은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해주었다. 3학년이 되면서 소송법분야를 배우고 있는데, 이 봉사활동을 통해 다른 학생들은 글로만 배우는 것을 몸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이다. 공판정이 진행되는 절차라든지, 증인과 당사자들에게 진술거부권을 읊어주는 모습이라든지, 책으로 읽어보기만 한 것들이 눈앞에서 보여지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고, 또 학교 수업을 직접 복습하는 것과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百聞不如一見’ 이라는 고사성어는 바로 이 같은 경우에 쓰이는 것이 아닐까. 비록 TV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과 같이 불꽃 튀고 긴장감이 느껴지는 공판정은 환상에 불과했다는 깨달음(?)도 얻게 되었지만……. 가끔 학교 선배님들 중 몇 분께서 “공부 하다가 심심하면 법정에 가는 것도 좋아.”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젠 나 역시도 시간이 있다면 발걸음을 법정으로 향하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총 아홉 번의 공판정에 참여하면서 느낀 것이, 물론 판사들마다 다르지만, 방청하고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재판 당사자들에게 더욱 친절한 모습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몇 번은 혼자서만 방청석에 앉아서 진행되는 재판을 본 적이 있는데, 우연의 일치인 것인지, 이 같은 공판정의 판사들은 재판당사자들이 주눅 들게 하는 말투로서 대했다. 그리고 방청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이상적인 판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재판의 기본원칙인 공개재판주의 (공정한 재판을 위한)가 진정하게 실현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방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일반인들도 법원에 가면 괜시리 주눅이 들게 되는데, 재판 당사자들이 주눅이 드는 것은 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재판 당사자들이 공판에 제대로 참여할 수 있게 하기위해서는 판사들이 당사자들에게 인권적으로 대해야 하는데, 몇 번 목격한 것과 같이 당사자들에게 호통을 치는 판사에게 재판을 받게 된다면 제대로 된 변론을 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친절한 판사들에게 받는 재판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판정에서 방청하는 방청객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올바른 공판이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점에서 법정모니터링을 하는 자원봉사자들은 재판 당사자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게 해주는 secret helper 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리고 법학을 배우는 내가 그 secret helper가 되는 기회를 갖게 된것에, 법학도로써의, 그리고 자원봉사자로써의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리고 선거모니터링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학교에서 법률소비자연맹의 봉사활동을 신청할 때 ‘선거모니터링’ 분야를 신청했었다.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진행하는 방식이 변경되어 자칫 선거모니터링에 참여할 수 없을 뻔 했지만, 일정조절이 되어서 선거모니터링을 할 수 있었다. 선거모니터링은 이번 6월 2일 지방선거의 후보자들의 공약을 보고 공약별로 구체적인지, 실천가능 한 것인지 등, 메니페스토 분석을 하는 것이다. 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선거에 참여하는 바른 주권시민의 모습을 배우게 되었다. 비록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이가 된 후 진행된 선거가 이번까지 포함해서 3번밖에 되지 않지만, 3번중 2번은 후보자들의 공약을 살펴보기 보다는, 후보자가 소속되어있는 정당을 보고 투표를 했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내가 선택한 후보자들의 공약이 무엇인지 투표권을 행사하는 그 순간까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선거일이 오더라도, 주권시민으로서 표를 행사한다기 보다는 그냥, 쉬는 날에 도장만 찍는 날, 이라는 바보 같은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모니터링을 통해 후보자들의 공약을 분석하면서, 그동안 선거에 참여한 나의 모습이 얼마나 한심한 시민의 모습이었는지를 깨달게 되었다. 이 봉사활동을 한 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았던 선거공보를 읽는 내 모습을 보니, 6월 2일 지방선거에 참여하는 데에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법률소비자연맹의 봉사활동은 내게 많은 것을 선물해 주었다. 법정모니터링을 통해 법학을 배우는 학생으로서의 자부심을, 사설을 분석하는 언론모니터링을 통해 매일같이 신문을 읽는 습관을, 그리고 선거모니터링으로 주권시민으로서의 올바른 자세를 알려주었다. 비록 학점을 위한 봉사활동은 끝이 났지만, 기회가 된다면 학점봉사활동이 아닌, 이번엔 진정한 자원 봉사활동자로서 법률연맹의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