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법원 문제의 궁극적 해결자로서의 법률소비자연맹-서울대 국어국문 임준섭


“너 이혼했는데 무슨 말을 해? 이혼한 사람은 말하지 마!” 어떤 개념 없는 한량이 내뱉은 말로 보아도 크게 무리가 없어 보이지만, 놀랍게도 이는 대한민국 사법권을 책임지는 판사가 한 말이다. 얼마 전 이 말을 언론에서 기사화하면서 다시 한 번 크게 이슈화되었듯이,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오던 판사의 위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태도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 또 한 번의 이슈화만으로 없어지기에는 이 같은 태도의 뿌리가 너무 깊다. 1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요구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지만, 지면 또는 시간의 제약이라는 한계를 내재하고 있는 언론이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누가 이 같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남게 된다. 그리고 지난 두 학기 동안 법률소비자연맹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즉, 법률소비자연맹과 같은 시민단체들이 어떤 사안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 및 그로 인한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이라는 역할을 충분히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 것이다.

“저 사람 뭐야?”, “뭐 저런 증인을 데려왔어? 시간 아깝게.” 이번 여름학기에 법정모니터링을 하는 동안 어떤 판사가 재판 중에 한 말이다. 그(또는 그녀)는 재판을 매우 짜증나하는 표정을 지었고, 위압적이었으며, 자신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들지 않으면 일단 재판참여자들을 윽박지르고, 예사로 소리를 지르기까지 했다. 이 같은 판사의 태도는 심지어 많은 재판을 경험해 보았을 변호사들까지 위축되게 만들 정도였다. 갑자기 내가 겪은 사례를 든 것은 두 가지를 말하기 위해서다. 첫째, 여름학기 동안 열리는 수많은 재판들 중 겨우 10개의 재판을 모니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례가 관찰된다는 것은, 이러한 경우가 법정에 만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한 학기에 수백 명의 봉사자들이 법률소비자연맹의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한편 (처음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 필수적으로 9회 이상의 법정모니터링을 하게 되므로, 이러한 사례를 목격하는 봉사자의 수도 많아지게 된다. 그리고 이는 곧 법률소비자연맹의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는 ‘막말 판사’의 사례가 크게 늘어남을 의미한다.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구체적이면서도 많은 수의 사례들을 확보해야 한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미 직간접적으로 판사의 고압적인 태도를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언론이 터뜨리는 보도는 판사의 고압적인 자세가 ‘정말’ 심해서 통념의 정도를 크게 넘어서는 수준, 즉 ‘뉴스’가 될 수 있을 때만 가끔 등장하게 마련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러한 경험을 알리는 제보에 의존할 뿐 직접 법원을 돌아다니면서 취재를 하는 경우는 줄어들게 되고, 제보되지 않은 문제들은 언론을 통해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재판에서의 문제가 보도될 때에도 크기는 하지만 간헐적으로만 이루어지다보니 법원 구성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이 문제를 ‘항상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 아닌, ‘일회적 ․ 일시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은 요원해진다.

그러나 법률소비자연맹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언론에 실릴 만큼 ‘정말’ 심각하지는 않더라도 위의 사례와 같이 그에 못지않게 ‘상당히’ 심각하면서도 풍부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나간다면, 사람들도 이 문제를 심각하고 항상적인 문제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또한 판사 ․ 검사 등 법원구성원들도 보도가 나왔을 때만 잠시 긴장하여 임시방편만 찾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단순한 추측이 아니다. 이미 많은 법원 구성원들이 법률소비자연맹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점, 그로 인해 조금씩이지만 서서히 법원의 문제점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법률소비자연맹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수의 열정적인 시민들과 봉사자들을 보면서 얻은 확신이다. 비록 나는 이번 학기를 끝으로 봉사활동을 마무리하지만, 앞으로도 법률소비자연맹이 궁극적인 문제해결자로서의 역할을 다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