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방학동안 의미있는 봉사활동-서울대 교육학과 임지수


사회봉사2를 통해, 하계학기동안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다.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사회봉사를 하겠다고 지원한 까닭은, 지난해 사회봉사1 프로그램을 통한 봉사활동에서 시야가 지나치게 좁은 ‘소상황’에 국한되어 개인이 처한 상황과 그를 둘러싼 사회적 구조, ‘대상황’과의 연계를 잘 파악할 수 없다는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본 활동을 통해, 사회적 구조의 일부로써 법이 어떻게 실행되고 개인에게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영향은 어떤 것인지 나름대로 평가해보며, 기존에 봉사활동을 통해 느꼈던 미흡함이 충족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할 수 있었다. 실제로 봉사활동이 끝난 지금, 처음에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사회의 일원으로써의 나의 정체감과 나에게 주어진 권리, 의무, 그리고 그에 맞는 태도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피상적으로 생각했던 국가와 개인의 관계와 개인의 권리, 의무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고 느끼며 이러한 문제들이 나에게 구체적인 문제의식으로 탈바꿈했다. 동시에 이번 봉사활동은 정치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대한 기존의 나의 무지와 그에 대한 정당화, 섣부른 무력감과 비관을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법률소비자연맹에서는 모든 자원봉사자들에게 필수로 요구하는 법원 재판 모니터링 이외에도 다양한 봉사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 중 나는 법원 재판 모니터링 이외에, 언론 모니터링과 6.2. 지방선거 당선자 공약분석을 별도로 수행했다. 법원 재판 모니터링은 자원봉사자가 기관에서 제공한 설문지에 근거해서, 직접 법원에 가서 법원에서 실제 이루어지고 있는 재판과정을 살펴보는 활동이다. 이 활동을 통해, 실제 재판과정에서 재판 환경, 판사, 검사, 변호사(대리인) 등과 재판 당사자들(피고와 원고) 등 사이의 관계를 통해 재판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재판 환경이 공개재판의 원칙에 맞는지 여부를 살펴볼 수 있다. 내가 관찰했던 재판들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건들은, 난민신청을 하는 외국인이 등장했던 행정 재판과 한 판사가 변호사들의 변론 시도 하나하나를 반박하며 저지하고 윽박질렀던 민사 재판이었다. 우선, 외국인이 등장했던 행정 재판에서 판사와 청구인을 대리하는 통역자 간 대화가 이루어지며 주요한 재판이 진행되었는데, 재판 당사자의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과는 반대로, 통역자의 무미건조한 번역과 소통이 잘 되지 않아 다소 짜증 섞인 듯한 판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외국인에게 있어 우리 법원이 불친절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만약 이러한 구조적 조건이 그에게 불이익을 가져온다면 이러한 것이 법의 정신에 맞을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또한 언급했듯, 두 번째 사건에서는 판사가 다소 고압적인 태도로 대리인들과 당사자들을 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다른 재판에서 볼 수 있었던 수용적이고 소극적인 태도의 판사와는 상당히 다른 판사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판사가 변호인의 변론 하나 하나를 모두 법의 정리와 판례를 들어 반박하고 기각하는 모습은 다소 곤혹스러웠다. 판사의 고압적 태도로 인해, 변호인들과 당사자들은 이후에는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주로 판사의 말을 수용하는 쪽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관찰을 통해, 법 자체는 그야말로 성문법으로써 존재하는 것이지만, 법을 적용하고 적용당하는 주체는 사람들인 만큼 당사자들과 법관들이 법의 정신에 따른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리고, 적용받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되고, 동시에 각자가 제대로 된 태도와 사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법’은 국가에 세금 내고 받는 일종의 서비스로써, 우리는 소비자이며 법이 제대로 잘 집행되는 것은 소비자로써의 우리의 권리라는, 법률소비자연맹의 주요한 문제의식이 내게 비로소 절실하게 와닿을 수 있었다.
한편, 언론 모니터링과 6.2.지방선거 당선자 공약분석 역시 이러한 법률소비자연맹의 주요한 문제의식을 내게 강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언론 모니터링은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내 경우는 우리나라의 주요한 영자신문인 코리아 타임즈와 코리아 헤럴드의 6월 둘째 주 사설 내용을 비교분석하는 활동을 했다. 당시 주요 이슈였던 6.2.지방선거의 결과, 천안함 사건, 로켓 발사 실패, 유럽발 경제위기, 스마트폰 경쟁 등의 사설 주제를 분석해보며, 각각의 쟁점들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렇게 시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그동안 구체적인 시사에는 관심을 가지지도 않으면서, 항상 “어차피 다 세상이 그런 거지”, “누가 정권을 잡던 똑같아”와 같은 무지, 무력감, 그리고 그에 대한 정당화를 당연하다고 여겼던 내 태도를 크게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정치와 관련해서 이러한 비관적 태도가 나에게 있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정치 세력을 감시하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써 언론에 의해 예민하게 귀를 기울이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번 봉사활동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 꾸준히 언론에 대한 관심을 가질 것이다. 다음으로, 언론 분석에 있어 다소 전형적인 모범답안이 될 수 있겠지만, 각 언론 매체의 특성에 따라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도 조명하는 부분들이 서로 다를 수 있고, 결과적으로 서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시각이 기형적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형태라면 언론에 의한 극단적인 왜곡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극단적인 형태가 아니더라도 초점과 논조를 통해 서로 다른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언론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을 내 나름의 시각을 통해 비판적으로 분석해야 하며, 맹목적인 수용은 위험할 수 있으리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본 활동을 통해 언론 매체를 통해 시사적인 관심을 가지는 일과, 동시에 각 언론매체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각 방면에 두루 걸쳐 사회에 대한 이해를 확실히 할 수 있고, 능동적이고 주권적인 자세로 나를 둘러싼 사회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태도를 기를 수 있었다. 종래에 무지, 무관심, 비관, 무력감으로 점철된 사회에 대한 나의 태도가,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한 사람의 주권 시민으로써의 소중한 권리의 중요성 인식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6.2 지방선거 당선자들의 공약을 분석하면서 역시,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선거를 한다는 행위의 기본적인 의미를 인식하지 못한 채, 포퓰리즘과 휩쓸리기로 소중한 주권을 포기하거나, 제대로 행사해오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지방선거 당선자 공약분석 활동은 공약의 성격을 이행 방법에 따라 분류한 다음,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제시한 실현가능성, 명확성, 구체성, 이행시기 언급 등의 기준에 따라 각각의 공약에 점수를 매기고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동안 무심히 읽어보았던 선거공약들을, 실현 가능성과 이행 시기 등과 같은 기준에 비추어 구체적으로 살펴보니, 참으로 가관인 것들이 많았다. 이렇게 추상적이고, 꼼꼼하지 못한 공약들이 당선자들의 공약이라니. 이들이 도대체 실질적으로 공약을 이행하려는 생각이 있는지조차 불분명하게 느껴져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그동안 이런 공약들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은 채 후보자들의 추상적인 자질들, 그들의 행적에 대한 도덕성만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던 내 모습과 우리의 선거 문화가 부끄러웠다. 노원구 당선자인 곽상종 후보의 "4대강 공사 방지"라는 공약이 인상적이었다. 1번 공약으로 내세워졌지만, 도통 그가 실질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기에 공약의 명확성을 제외하고는 모두 0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까지 선동적인 파퓰리즘적 공약이 검증가능성을 검토받지 않은 채로 선전되었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우리의 선거 문화에 대해 부끄럽게 느끼게 했다. 결과적으로, 공약 분석 활동을 통해, 우리의 선거문화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유권자들이 주권 시민으로써 선거를 통해 보여야 할 올바른 태도를 갖추는 것이 전제될 때, 동시에 후보들이 선동과 파퓰리즘이 아니라 진정으로 실현가능한 꼼꼼하고 세밀한 공약을 제시하고, 선거문화가 고양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번 사회봉사2를 법률소비자연맹이라는 기관에서 할 수 있었던 점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법률소비자연맹은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봉사자들을 위해 잘 구조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봉사자들에게 일률적이거나 일방적인 봉사활동 내용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봉사활동 내용들 중에서 봉사자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봉사내용을 선택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봉사활동 내용의 폭이 넓다. 또한 소비자로써의 주권자라는 명확한 문제의식 하에, 봉사자가 봉사활동들을 통해서 이러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내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시 말해 자신이 하는 봉사활동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로 인해, 법률소비자 연맹을 통해 방학 동안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수행할 수 있었다.

한편, 개인적으로 봉사자로써 자기평가를 실시한다면 A를 주고 싶다. 처음에 봉사활동을 통해 의도했던 것은 물론, 그 이상으로 명확한 사회적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이밖에 봉사활동 내역 역시 만족할만 했다. 기관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지각이나 연체를 하지 않았고, 가능한 빨리 정확하고 높은 질의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봉사활동의 결과물을 두고 본다면 이번 봉사활동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