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2010년 추계봉사활동을 마치며-숙명여대 법 정혜영
법률연맹
2010-12-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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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법률소비자연맹의 추계봉사활동을 마친 일반자원봉사자 정혜영입니다.
법률소비자연맹의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9월입니다.
동기의 학점봉사활동 이야기를 우연히 접하게 되면서 ‘이런 봉사활동도 있었어?’ 라는 질문과 함께 저의 호기심의 불똥이 터진 것 같았습니다. 동기에게 간단한 정보를 접한 후 저는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제가 하고 싶었던 활동이 목록으로 나열되어 있었고 의욕이 불탔습니다. 그 결과 저는 두 번의 교육과 함께 법정모니터링과 국정감사모니터단 활동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지나갈 때 슬쩍 보았던 국회의 모습도 직접 방문해보고 회의실까지 들어가 보니 건물에 압도당한 느낌이 들면서도 무한한 뿌듯함과 엄중함이 느껴졌습니다.
단지 정장이라는 복장과 법률소비자연맹의 주최로 온 봉사자들 중 한 사람일 뿐인데 굉장한 의무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국회교육을 받으러 가던 그 순간의 느낌이 강렬합니다. 교육내용도 정말 값졌습니다. 사실 학교수업에서는 진도 맞추느라 철학적인 이야기나 현시대에 대한 공감과 소통이야기는 적었습니다. 그런데 교육 중 법률소비자연맹의 총장님의 강연을 들으면서 제 스스로도 많은 뉘우침과 반성, 그리고 앞으로의 세상을 살아가야 할 가치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 계기였습니다. 두 번의 교육과 함께 이제 실천적인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법학과이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법원. 국회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법부의 독립성, 중립, 평등을 강조하는 저울...
머릿속에 생각해 오던 기존의 법원에 대한 느낌이 뇌리에 스칠 만큼 첫 느낌이 강했습니다.
처음에는 게시판도 한 번에 찾지 못해 청원경찰관에게 여쭤보기도 했습니다.
재판호실을 찾는 내내 설레면서 또한 떨리기도 했습니다.
처음 보았던 재판이 형사재판이였는데, 그 재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고3남학생 5명의 강간죄였습니다.
언론매체에서만 봐왔기에 그 당사자들의 실제이야기는 접해보질 못했고, 이런 사건의 당사자가 저보다 어린나이의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에 경악을 했습니다.
저는 침착하며 사건의 내용을 자세히 들으려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제 양옆에는 당사자의 가족들이 둘러싸여 있는 상황이라 필기를 자제했었습니다. 그때 이야기를 들으며 순간 ‘ 저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 더 길고, 너무 어린나이인데...’라는 생각과 함께 순식간에 동정의 마음이 쏟아졌습니다.
변호사는 순간 느꼈던 저의 마음과 같이 피고의 입장에서 대변해 주었습니다.
판사는 중립적으로 다시한번 피고들에게 각기 다른 질문을 되물었고, 피고 역시 고개를 떨군 채 소심히 대답하였습니다. 그러나 검사의 입장은 원고의 입장과 같이 엄중했고 강했습니다. 즉, 죄를 묻고 법에 따라 중립적으로 판단하여 피고인들에게 5년형을 내렸습니다.
선고형재판은 아니였기에 확정형은 아니였으나 5년이라는 검사의 말과 함께 피고측의 가족들은 울음바다가 되었습니다. 그 때 저도 동요되어 ‘너무 안됐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인 여학생의 아버지가 증인석으로 나와 대변할 때에 비로소 법의 목적과 법의 궁극적 핵심에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 이래서 “법” 이란 게 존재하는구나... ’ 하고 말입니다.
그들의 행동은 이미 주워 담을 수 없는 결과를 내놓았으며 피해자학생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습니다.
저는 이 사건이 법에 대한 필요성을 다시한번 느끼게 된 계기였고, 법학을 배우는 학생으로서 뿌듯함과 동시에 제대로 잘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사재판과 행정재판을 보면서도 세상에 이렇게 재판을 받고, 소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재판을 보러 오기 전까지는 주변에 재판 중에 있는 지인의 얘기를 아주 가끔 접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많은 소송이 제기되고 재판을 하여야 하는데, 세상 사람들이 한 사회에서 살려면 이렇게 부딪히는구나 라고도 느꼈습니다. 또한 판사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았는데, 검사, 변호사도 물론이거니와 판사가 특히 판결을 내리는 가장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책임감이 막중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하루에도 몇 십 건의 사건을 선고할 텐데 판사님들도 선고를 통해 뿌듯할 수도, 혹은 오히려 더 마음이 무거워 질수도 있겠다란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재판을 보는 내내 제 마음도 불편했던 재판이 있었습니다.
판사가 너무나도 강압적인 말투와 억양으로 원고, 피고를 대했던 사건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 제가 그 자리에 앉아 판사의 태도를 모니터링 하며 필기해 나갈 때 법정모니터링은 충분히 필요성이 넘치고, 우리들의 모니터링이 없다면 민주사회의 주인행세를 못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듯 법정모니터링을 하면서 법학과에서 배운 이론적인 지식이 실무적인 형태로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전공에 대한 확신과 함께 이것은 봉사가 아니라, 오히려 내가 봉사 받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즉, 봉사자란 신분을 망각할 정도로 봉사활동 치고는 많은 것을 되레 얻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이번활동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며 공감했습니다. 시민들 한명 한명의 역할이 결국 우리 국가를 이끌어갈 원동력임을 또다시 깨닫게 된 계기였습니다.
국정감사모니터단 역시 대학시절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그런 평범한 활동이 아닙니다.
국정감사모니터단으로 시민단체석이라는 지정좌석에 앉아 국회의원과 피감기관의 말과 행동을 감사하면서 국민의 대표로서 책무를 느꼈습니다. 언론매체에서 내비춰지는 모습과는 비슷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많은 국민들이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얻어서 그들을(국회의원)를 평가한다는 사실에 무한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돌아보면 초심보다는 꺾인 모니터활동을 했지만, 얻고 가는 것이 많았습니다.
이번에 함께 했던 모든 추계봉사자들도 저와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 믿고 앞으로 지원하는 봉사자들도 단순히 봉사활동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사회에서 더 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넓게는 국가를 위한 제대로 된 시민역할을 위한 마음을 갖고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시민단체인 법률소비자연맹에 대한 박수와 응원을 드립니다.
긍정적인 역할을 해주시고 이시대의 청년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