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스펙쌓기에서 시작한 봉사활동-서울대 경제학부 김주수


2010년 가을학기에 사회봉사활동을 태어나서 처음 해보게 된 사람으로서,
이번 봉사활동은 그 자체만으로도 나에게 큰 의미가 되었다.
사실 처음에 사회봉사활동을 신청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스펙 쌓기’였다.
봉사활동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던 나에게 1학점을 인정해주는‘사회봉사1’은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학점과 스펙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일석이조라고 생각했었다.
‘사회봉사1’ 강의는 시민단체, 청소년보호기관, 독거노인지원 등 다양한 분야의 봉사활동을 연결해주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법률분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기에 망설임 없이 법률소비자연맹을 택하게 되었다.

봉사활동을 시작하고 오리엔테이션을 받으러 갔을 때만 해도 이러한 인식은 변함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강화되었다. 100평 남짓한 공간에 수 백 명의 학생들을 밀어 넣어 발을 뻗을만한 공간도 없었으며 세 시간 동안 쉬는 시간 없이 진행되었던 오리엔테이션을 끝내고 든 생각은‘이렇게 힘든 걸 내가 왜 하겠다고 했지? 내 스펙을 위해 조금만 참자’였다.
하지만 이렇게 부끄러운 고백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더 이상 이러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정감사와 법정 모니터링 두 봉사활동이 나를 바꾼 것이다.


먼저 국정감사는 나의 편협한 세계에 큰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10월 22일 지식경제부 종합감사를 화상 모니터링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큰 인상을 남긴 부분은 바로 국회출입이었다. 신분증과 방문목적 등을 담은 서면을 제출하고 방문증을 받은 뒤, 검색대를 통과하는 그 5분 남짓의 과정이 나에게는 참으로 어색하면서도 신선했다.
게다가 나와 같이 검색대를 통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고위급 공무원들이었으며 내가 이들이 감사받는 과정을 지켜보러 왔다는 점을 상기하자 왠지 모를 의무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의무감은 한낱 대학생에 불과한 나 역시 사회의 주인이 될 수 있으며 이 사회를 보다 정의로운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한다는 인식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화상 모니터링을 시작한 뒤로는 이런 느낌은 더욱 강화되었으며,
끝나고 난 뒤에는 내 역할을 다했다는 뿌듯함도 느끼게 되었다.
국회를 나서면서는 스펙과 학점이라는 원래의 봉사활동의 목적은 사라지고, 사회의 주인으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 봉사활동의 진정한 의미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다른 종류의 봉사활동은 다른 의미를 가질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번 학기에 내가 했던 봉사활동은 위와 같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을 하며,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하게 되었다는 점만으로도 나는 이번 봉사활동에서 많은 것을 배워간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법정 모니터링은 나의 진로에 대해서 다시금 진지하게 고민하게 해주었다.
법조계로 진로를 정하고 있었지만 막상 법정에 가서 법률 서비스가 실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던 나에게 법정 모니터링은 큰 깨우침을 가져다주었다.
우선 판사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막연한 환상은 산산이 부서지게 되었다.
그들은 피고 및 원고에 대해 기본적으로 고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으며, 재판 도중에 졸기도 하는 등 전체적으로 재판 참여에 불성실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변론을 도중에 가로막기도 하였다.
하지만 가장 충격적이었던 점은 재판 과정이 너무나‘지루하다’는 것이었다.
판사와 변호사 모두가 형식적으로 재판에 임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물론 재판에서 형식적인 절차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이와는 별개로 이러한 재판 과정을 업무로 삼는 것은 나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로써 단순히 법적 지식에만 매료되어 법조계를 꿈꿔왔던 나는‘정말로 이 길이 내가 가야할 길이 맞는 것인가?’와 같은 식의 질문을 하게 되었다.


이처럼 이번 학기 봉사활동은 나에게 두 가지 선물을 안겨주었다.
즉, 나의 편협한 사고의 틀을 깨뜨려주었으며, 나의 진로에 대해서 재차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다.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많고 부족한 점이 많지만 사회봉사활동을 통해 한 단계 크게 성장한 내 모습을 보면서‘사회봉사1’을 수강하기로 한 나의 선택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