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보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서울대 법 박상권
법률연맹
2011-02-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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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 봉사활동은 법정모니터링과 지방의회 상임위원회 행정감사 회의 모니터링이었다.
사회봉사 과목 수강신청을 하면서 여러 생각이 스쳐지나갔었다.
장래 법관을 꿈꾸는 학생으로서 재판 현실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고, 대학생활을 하면서 의미있는 봉사활동을 별로 해보지 못했다는 후회스러운 느낌도 있었다. 또 방청객의 입장에서, 재판당사자의 입장에서 법관이 지켜야 할 덕목이 무엇일지 직접 체득하고 싶었다.
이런 여러 가지 목적을 갖고 의욕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법정모니터링은 민사,형사,기타 재판을 각 세 번 이상 방청하는 필수기준이 있었다.
그런데 사법시험 공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형사를 제외한 다른 재판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기에 큰 충격을 받았다.
실체법적인 지식만 습득했을 뿐 실무적인 내용은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재판 내용을 처음에는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재판도 사람사는 세상을 다루기 때문인지 조금 지나자 적응이 되었다. 여러 재판 중에서 특히 형사재판과 이혼재판이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 구속된 피고인을 마주한다는 묘한 긴장감 때문이었는지 재판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방청한 재판 중에서 한 할머니가 사기죄로 구속되어 법정에 나오셨는데, 변호사를 선임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변론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모습이 처음에는 인상깊었다. 그런데 적극적인 자기변론이 결국에는 생떼로 이어졌으며 급기야 재판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피고인 본인의 이야기만을 앞세우셨다. 결국 재판은 휴정하게 되었고 재판장은 곤욕스러운 표정으로 짜증을 내기까지 하였다. 실제로 판사의 업무부담은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자신의 주장만을 반복하는 피고인을 인내심을 가지고 대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로 보였다. 막연하게 형사 피고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피고인과 증인의 발언을 제지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었던 나에게는 큰 과제가 주어진 느낌이었다.
몇몇 판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법관들은 차분하게 재판당사자의 진술에 귀를 기울였으며,
냉철하면서도 중립적인 판단과 질의로 재판을 능숙하게 진행하였다.
특히 이혼재판에서는 원피고 쌍방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채로 출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자연히 전문적인 법률용어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감정적인 부분을 드러내 이야기하다보니 원피고가 싸우는 등 재판이 과열되기도 하였고 한쪽 당사자가 울음을 참지 못하는 등, 재판의 진행면에서는 원활하지 못한 경향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알아듣기 쉽게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법관들이 많은 것을 보며 법조인의 직업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쉽게 짜증을 내거나 사건내용을 사전에 훑어보지 않은 법관들도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판사들의 직업윤리는 수준 이상이었던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판사에 대한 변호사의 태도였는데, 필요 이상으로 재판장에게 예의를 갖추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물론 본인의 선처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발적으로 그런 행동을 보였겠지만 판사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와 존경이 전관예우의 발단이 아닐까 우려되기도 하였다.
TV에 나오는 사건과 같이 거창한 사건은 흔치 않았고 대부분 소액이 문제된 민사소송이거나 가벼운 범죄에 관한 재판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300만원을 돌려받기 위해서 소송을 벌이는 당사자들을 잘 이해할 수 없었고 그런 당사자를 변호해주는 변호사들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 해 변론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평소에 편한 복장을 선호하는 나였지만 막상 법원에 갈 때에는 이상하게도 복장에 신경이 쓰였다. 왠지 모르게 정장을 입어야 할 것 같았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최대한 단정한 복장을 갖춰야 할 것 같았다.
또 공개재판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죄지은 듯이 살그머니 들어가 모니터링을 할 수밖에 없던 ‘현실’분위기도 계속 마음에 걸렸다.
재판과 관련된 드라마나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어 일반 시민에게 법원이 친숙하게 다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법원은 편한 마음으로 갈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단순한 방청객이 그런 느낌을 받는데, 피고인의 경우는 어떠하겠는가. 대부분의 피고인들이 재판장 앞에서 고개를 잘 들지 못하고 주눅들어있던 것도 그런 분위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일반 시민들에게 편리하고 안정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해주기 위해서 법원이 갈 길이 아직 멀어보였다.
법정모니터링 외에도 제주도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의 행정감사 모니터링 활동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제주도, 가장 문화행사가 많이 열리는 제주도에서 그런 문화관광콘텐츠개발과 관련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어떤 현실적인 문제점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 지원하게 되었다.
역시나 기대했던 만큼 재미있는 내용이 많이 있었다.
용머리해안, 성산일출봉, 한라산 등 실제로 경험했던 관광명소들이 언급되면서 문제점을 진단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제주도민이 된 것처럼 집중을 하게 되었다.
문화관광위원회 위원들의 질의를 통해서 행정의 사각지대가 많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업수주와 관련해서 여전히 특혜논란이 사라지지 않았으며, 주위경관 및 장기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관광사업이 많이 추진되고 있었고 장애인 배려 시설이 부족한 채 완공된 문화시설도 있었다. 또한 예산과 인력의 문제로 인해 시급한 문제들이 바로바로 해결되지 못하고 누적되어만 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기본적으로 행정감사는 위원들의 지배분위기 속에서 행정공무원들이 겨우겨우 답변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몇몇 위원들의 날카로운 지적으로 당황하는 행정공무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무능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위원들의 질의태도와 관련해서는 핵심을 정확하게 서두에 제시하고 질문의 의도를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에 발전적 논의를 하지 않고 무작정 흠집내기 식의 질의를 반복하는 위원도 있어 눈살을 찌뿌리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최초 유일의 특별자치도로 지정된 제주도의 문화관광 이모저모를 상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사회봉사 교과목을 선택할 때, 당장에 현실적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을 할지(가사도우미, 학습보조, 연탄나르기 등) 지금 당장은 만족감이 덜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사회에 보탬이 되고 나의 진로와 관련해서 지속적 봉사가 가능한 활동을 할지 고민이 많았다.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그런 고민은 사라지지 않았고 후회가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마치고 뒤돌아보니 그동안 내가 했던 활동이 굉장히 의미있게 느껴졌다.
보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아무런 대가 없이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 구성원들이 크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이런 의미있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조해주신 법률연맹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