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낀-서울대 경제학부 이도훈


대학에 들어오기 전, 중고교를 다닐 때는 의무적으로 시간을 채우기 위한 봉사를 했었다.
주로 요양원, 장애인 보호소, 이런 곳에 가서 말동무 해주기, 일 도와주기 등의 봉사를 했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 때 마다 사회엔 참 어려운 이웃들이 많구나, 나도 이들을 도우며 살아야지 라고 어렴풋이 느낀다고, 항상 체험 수기를 기록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이제 스스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해보자, 학생으로서 배운답시고 사회의 부를 쓰기만 하는 삶을 살 것이 아니라, 사회에 기여를 하는 삶을 조금이라도 살아보자 싶어서 이번 겨울, 자발적으로 사회봉사를 신청하였다.
이 기회를, 그저 또 불우한 이웃을 위해 도왔고 그래서 훈훈한 감동을 느낀 봉사활동이었어~ 로 끝낼 것이 아니라, 특별한 경험의 기회로 삼자, 나의 재능을 잘 살리면서 사회에 기여하는, 그런 특별한 봉사를 하자 생각했다.
그리고 장차 나의 진로에도 보탬이 될만한 경험을 하고 싶었다. 이런 모든 것을 만족할 만한 봉사활동이 바로 법률소비자 연맹에서 제공하는 법정 모니터링, 행정감사 모니터링이었고, 한 달 가량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는 내가 원하는 바를 모두 받아들일 수 있었다.

법정, 행정 감사 모니터링 크게 두 활동은, 결국 법적, 정치적 공간에서 건전하고 부패하지 않은 진행이 이루어지는지를 감시하는 시민단체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이었다.
법률연맹 건물에 쓰여있던, 민주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에 무임승차하지 않도록 시민의 역할을 다하는 활동이었다.

개별 활동을 보자면, 우선 법정모니터링부터 언급해야겠다.
이 봉사활동을 신청하게 된 것도 법정모니터링을 꼭 경험하고 싶어서였던 터라, 세미나 활동, 언론 모니터링 등의 활동이 많았음에도 특히 법정 모니터링에 힘을 썼다.
계절학기 과목을 하나 수강하고 있어서, 아침 수업이 끝나는 대로 거의 매일, 가까운 교대역 서울중앙지법에 가서 민사, 형사, 행정 법정 등 이 곳 저 곳 참 많이도 방청했다. 태어나서 처음 가보는 법원이라, 처음 갔을 때는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지 (심지어 개정중 이라는 표시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음에도 불이 들어와 있는 것인 줄 착각하여, 닫혀있는 법정 문을 열려고 애쓰다가 경위에게 제지당한 기억이 난다) 조차 몰랐고, 법정에 들어가서도 주눅 들어 있었다.
법정의 풍경은, 이전까지 겪지 않고 상상만 해오던 법정과는 많이 달랐다.
드라마처럼 한 재판이 길게 이어지고, 재판관 앞에 검사와 변호사는 논리대결을 펼치다가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지고, 그 때 증인이 나타나 또 다른 사건의 향방을 제공하고... 와 같은 상상 속 법정과는 크게 달랐다.
법률연맹 오리엔테이션에서 안내 선생님께서 언급해주신 것처럼 그런 법정보다는, 차라리 의사가 진료하는 진료실의 모습과 비슷했다.
판사가 앉아서, 10분 가량 한 재판을 진행하고, 그 다음 2010 가 3402 번 재판 진행하겠습니다 하면 그 다음 사건 재판이 시작되고 식이었다. 법정 모니터링 봉사에서 우선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내 상상과 달랐던 법정의 첫 인상이라 하겠다.

법정 모니터링 활동은 법원의 수많은 법정 중 한 곳에 들어가서, 30분 - 1시간 가량 법정이 잘 진행되는지, 재판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판, 검, 변호사의 태도는 어떠한지, 재판 당사자는 어떤 상황을 겪는지 등을 모니터링하고 보고하는 활동을 기본으로 한다.
처음 법정에 갔을 때는 법정이 진행되는 과정이 생소하여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피고는 무슨일로 고소를 당했는지 조차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나고 법정 모니터링 활동을 거듭할수록 법정 상황에 완전히 적응되어, 이제는 법정 드라마를 보는 듯한 흥미진진한 마음으로 편안히 법정 모니터링을 진행할 수 있었다.
물론 법정 모니터링 봉사활동이, 흥미진진한 법정 구경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사회에 기여를 하는 봉사활동을 하러 간 것이다.
법률연맹 간사님께서 하신 말씀 중 하나가, 많은 사람들이 법정 모니터링이 무슨 봉사활동이냐고 (그들이 말하는 봉사활동은 내가 앞에서 언급했단 불우한 이들을 도우는 것으로 한정짓는 것이다) 타박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하신 말씀이, 법률 연맹에서 법정 모니터링을 하기 전에는 법정의 진행이 정말 엉망이었던 곳이 많았는데, 우리의 활동을 통해 많이 개선되었다는 것이다.
법정에서 졸고 있는 판사,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판, 검사와 변호사, 막말과 고성이 오가는 재판장의 모습이 법정 모니터링과 그에 따른 사회에의 보도를 통해 많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이전의 많은 이들이 이런 활동을 해준 덕일까, 내가 법정 모니터링을 한 20여 번의 법정은 대부분 원활히, 별 문제 없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몇 번 문제가 있었던 법정도 기억난다.
검사가 증언을 함에 있어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 (일부러 위증하기 보다는 증언을 가볍게 생각하여 말하다 실수를 한 듯 하다) 증인에게 “재판이 장난이냐!” 며 반말, 고성으로 폭언하였던 것이 기억난다. 재판장이 나이가 어린 증인, 피고인 등에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나 좀 말을 하라” 며 무시하는 모습, 변호사가 증인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모습 등이 기억난다. 또 법정에서의 규정 상 방청객에게도 그 소리가 잘 들리도록 마이크가 설치되어 있으나,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즐비했던 것도 생각난다.

꼭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사회의 부정적 단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상해, 폭력 등의 사건은 보통 피고인이 경제적으로 어렵고, 또 가정 상황도 좋지 않아 (이혼 등) 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피고인을 사회적 지위로 보고 동정하는 것은 옳지 않겠지만, 이런 사람들일수록 변호사 선임율이 낮았던 것이 기억난다. 반면 특수 경제 행위범에 대한 변호의 경우는, 변호사만 4,5명이 붙어 있었다. 꼭 많은 변호사가 붙어있다고 재판에 승소할 확률이 높은 것만은 아니겠지만,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어렴풋이 보이는 듯 했다.
그 밖에도 법원 한 구석에서 법정에서의 증언을 놓고 피고인의 가족과 증인 간에 한바탕 몸싸움이나 말싸움이 벌어지던 모습도 생각난다. 이런 많은 사회의 모습은, 학교에서만 배워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이었다.

한편 법조인을 진로로 꿈꾸는 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던 사건들도 기억난다.
특히 행정법원에서 이런 사건이 많았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SBS의 월드컵, 올림픽 등 단독 중계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정 조치, 그리고 이를 취소해 달라는 SBS의 소송이 있었다.
또, 재개발이 진행되는 지역에서 이를 철회해달라는 상가 상인들의 소송도 있었다. 형사법원에서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사안이 종종 있었는데, 미성년자 강간 사건 같은 것은 보면서 나도 모르게 감정이 이입되어 피고인에게 극도의 분노감을 느꼈던 것도 기억난다.
민사법원에서도 메리츠화재와 쌍용 주식회사 간의 대결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내게 많은 동기부여와 자극이 되었다. 이러한 사건들을 재판하는 판사를 보면서, 이것을 어떻게 판결내리느냐에 따라 사회적으로 많은 것이 변하리라는 생각이 들어, 판사라는 직위가 얼마나 막중한 책임감을 지니는지, 그러면서도 한 개인이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안에서 살아가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보여, 대단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사회가 좀 더 낮은 이들을 향해, 더 많이 나누고 더욱 평등한 곳이 되는 데 한 개인의 결정으로 크게 일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보였다.

한편 재택봉사로 행정감사 모니터링 활동도 함께 했다.
이것은 지방의회가 각 지방의 여러 기관에 대해 행정 감사를 할 때 이것이 잘 진행되는가를 감시하는 활동이었다. 한 달 내내 법정을 들락날락하며 직접 눈으로 보고 겪은 법정모니터링의 수고에 비하면, 이것은 재택봉사였기에 그 수고는 조금 덜 했지만, 느낀 바는 법정모니터링 못지 않았다.

본인이 원하는 지방의회의 한 위원회를 선택하여 법률연맹에 메일로 보내면, 법률연맹에서 모니터링 매뉴얼과 샘플 양식을 보내주었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 본인이 택한 지방의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회의록을 열람하여, 매뉴얼 양식에 맞게 회의록을 정리하고, 의원들이 어떤 태도로 임하는지, 공무원들은 어떤 태도로 임하는지 등 특이사항을 정리하는 것이다.
법정모니터링과 그 객체는 다르지만 활동 내용은 거의 동일하다고 보면 되겠다.
나는 내가 서울에서 쭉 살아오다보니 서울 의회를 하고 싶었지만, 이는 진작에 마감되어버려서, 평소 관심이 있던 제주도 의회 - 그 중에서도 제주도의 특성상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환경도시위원회를 택하여 행정감사 모니터링을 진행하였다.

그동안 국회의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많이 접하다 보니 [의회]에 대해서도 부정적이고 쓸 데 없는 기관이다 라는 생각을 많이 하곤 했었다.
그러나 이번 행정감사 모니터링에서 본 의회 활동은 다방면에서 많은 분석과 비판을 겸비하여 공무원의 행정에서의 미흡할 수 있는 지점들을 하나하나 잡아내는 모습이었다.
또한 의원들이 지역 주민들의 고충에 대해 시정해야한다는 사명의식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자신이 질의해야할 분야와 관련 해서 현장 답사 등의 사전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이 회의록을 통해 드러나 대의제 의회의 긍정적 측면을 보았다. 의회의 행정감사 활동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다각도로 심층적으로 다가서며 행정부 공무를 감시하고 있음을 알게 되어 뿌듯함과 기쁨을 느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행정감사에서 의회의 질의는 대다수가 비판 및 시정요구로 끝날 뿐, 구체적으로 어떤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행정감사를 정기적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몇 년 째 지속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문제가 여전히 시정되지 못하고 남아있는 것이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노력하겠습니다, 검토하겠습니다 등의 답변으로 마무리된 다수의 질의는, 반드시 다음 행정감사에서 다시 물어봐 어떤 실재적 조치가 취해졌는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없다면 매번 형식적인 요식행위 밖에 되지 않는 행정감사에 그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낀 한 달이었다.
기존의 사회봉사와는 또 다른 뿌듯함과 함께 내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서도 많은 지침을 제공해준 활동들이었다.
특히 일회적인 시혜로 그치던 기존의 봉사와 달리, 비판적인 시각으로 사회의 진일보에 기여했다는 생각에 더욱 뿌듯하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계속 이런 활동을 해 나갈 것이다.
나의 진로와 나의 삶 역시 이와 같이 사회에 기여하는 삶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