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보이지 않는 대다수를 향한 봉사-서울대 사회과학 윤혜정
법률연맹
2011-02-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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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10년 겨울학기에는 법률소비자연맹 사회봉사활동의 일환으로 법정 모니터링과 해외 3개국 (중앙아프리카, 칠레, 부탄) 헌법 번역 활동을 수행하였다.
법률소비자연맹 봉사활동을 통해 지금까지 수행하였던 봉사활동과는 사뭇 다른 경험을 누릴 수 있었다. 그동안 꽃동네 혹은 보호시설 등에서 개개인을 상대로 직접 도움을 주는 봉사활동을 주로 수행했는데, 이번에 수행한 법률소비자연맹 봉사활동은 사회 전체 공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보이지 않는 대다수’를 향한 봉사였기 때문이다.
법정 모니터링 활동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처음에는 법원 내부의 모습이 낯설고, 단상 위의 판사를 제외하고는 누가 누구인지 잘 분간하지 못해 탁자 위의 좌석배치표를 살펴보고 익히느라 진땀을 뺐다. 하지만 점차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내용을 되살려가며, 모르는 사항은 집에 돌아와 찾아가며 하나하나 알아나갔다.
이를 통해 점차 법정 내부 분위기와 재판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익숙해졌고,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 하나하나에 흥미를 가질 수 있었다.
제3자의 관점에서 변호사, 검사, 원고, 피고, 증인 등의 언행에 귀 기울이며, 내심 판사님께서 어떤 결정을 내리실까 혼자 추측해보는 즐거움을 맛보는 매우 소중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법정마다 재판이 이루어지는 분위기는 상이했다.
원고와 피고 측의 변호사 및 당사자끼리 치열하게 공방전을 벌이는 모습, 때로는 판사가 매우 흥미진진하게 이 모든 과정에 개입하였지만, 때로는 재판 하나를 ‘완수’해내기 위한 목적으로 묵묵히 앉아 관조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물론 이전에 많은 재판을 하느라 지쳤을 수 있겠지만, 어떤 재판은 한 사람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중대한 결정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재판에 임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변호사와 검사도 개인차가 컸다.
재판 당사자를 변론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많은 서류를 수집하고 적극적으로 그들의 처지를 옹호하는 분들이 계셨던 반면, 어떤 재판에서는 형식적으로 자신이 개입해야 할 부분에서 할 말만 한 채 재판 내용에는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분도 계셨다.
이렇게 각 재판장마다 적극성과 진지함이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는 시점에서, 법정모니터링 수행활동은 법정 내부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게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번은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큰 유명한 재판이 진행되는 것을 방청한 적이 있다.
방청석은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있었고 어떤 판결이 내려질지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었다.
이 때 들어선 판사, 검사, 변호사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자신의 논변을 펼치며, 방청석의 사람들을 매혹시킬 만큼 논리 정연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고 있었다.
반면 어느 법정에는 방청인이 아무도 없던 상황에서 중간에 혼자 들어가게 되었는데, 판사, 변호사들은 축 늘어진 분위기 속에서 무의미하고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고 재판에 흥미를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라는 말이 다시금 생각나게 해주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개입된 재판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지켜보느냐에 따라서 그와 관련된 당사자들의 진지함과 적극성이 달라진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방청석에 한 사람 한 사람이 들어설 때마다, 그리고 재판을 경청하며 가끔씩 판사, 검사 혹은 변호사와 시선이 마주칠 때 그들이 재판에 더욱 열심히 임하게 된다는 것을 경험했고, 이것이 모니터링을 수행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겨울방학 때 수업과 봉사활동을 병행하느라 처음에는 부담감이 상당했지만,
법정모니터링의 생생한 과정을 맛보고, 지금까지는 많이 만나볼 수 없었던 여러 사람들을 접하며 이것이 내가 수행해야 할 ‘의무’에서 내가 수행할 수 있는 ‘권리’로 점차 바뀌어나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계절 학기 학업 부담을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활동에 참가하며 많이 해소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주면 계절학기 수업이 마무리된다.
남은 방학기간동안 더욱 적극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연맹의 다른 봉사분야에도 열심히 참여하려고 한다. 법률소비자연맹 봉사활동은 사회를 조망하면서도 나를 돌아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멋진 활동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