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법률소비자연맹과의 잊을 수 없는 만남-서울대 법 김희원
법률연맹
2011-05-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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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소개로 만나게 된 법률소비자연맹에서의 봉사활동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법정모니터링을 하면서 대학 강의실에서 배운 법 지식들이 더욱더 생생하고 살아 숨 쉬는 현실로 다가왔다. 재판제도와 관련해서 어떤 점들이 개선이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훌륭한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 어떤 자세로 업무에 임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법원에서는 짧은 시간동안 많은 사건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충분히 의사표시를 하지 못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곤 했다. 때로는 고압적인 태도를 가진 판사가 피고인을 윽박지르는 경우도 있어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그렇지만 또 많은 판사들은 가능한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법원이 일방적으로 판단하기에 앞서 당사자들이 원만하게 합의를 볼 수 있도록 노력하기도 했다.
언론모니터링 또한 힘들지만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 무상복지 이슈를 선택하고 조사를 하는 동안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언론의 역할, 그리고 시민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소득불평등, 청년실업, 비정규직의 증가로 인해 양극화가 심화되고 중산층은 줄고 빈곤층은 늘어나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 때문에 경제는 성장해도 국민의 주머니는 두둑해지지 않는다. 저출산의 문제와 빠른 고령화는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의 재정을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고 사회적 재분배를 이루어 내야할 복지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는데 복지재정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복지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평가하고 그 방향과 구체적 내용의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럴 때에 정치권의 복지정책 대결로부터 시작된 복지담론이 활발하다. 반가운 일이지만 그 복지논쟁의 전개 양상을 보면 안타깝고 우려되는 점도 많다. 정치권은 복지 의제를 선점하기 위해 복지문제를 ‘선별’과 ‘보편’의 대립적인 구도로만 몰아가는 바람에 논의가 구체화 되지 못하고 피상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복지담론을 정치권에만 맡겨둘 수 없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대안의 모색을 위한 생산적 복지 토론에 언론은 얼마나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가? 복지논쟁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두 달 간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한국일보의 보도내용을 살펴보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으나, 언론사마다 각 이념에 따라 아전인수격의 보도를 하고 있었다. 해당 언론사의 이념적 색채와 주장에 부합하는 의견만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거나, 각종 통계나 여론조사 자료를 필요에 따라 선별하여 유리한 쪽으로 왜곡된 해석을 한다거나, 근거 없이 주장만을 제시하거나, 선호하는 복지모델과 그 장점만을 집중 소개하는 등 한 쪽으로 치우친 보도자세가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물론 언론기관도 그 이념적 성향에 따라 지지하는 정책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신문사의 입장과는 별개로 독자가 나름으로 독립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충분한 사실, 다양한 관점을 아울러 보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며, 건전한 논의를 주도할 사회적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언론이 이러한 책임을 잊지 않고 올바른 태도를 견지할 수 있도록 여러 시민 단체와 국민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언론사간의 태도를 비교하고 바람직한 논의의 방향을 연구하는 법률소비자연맹의 언론모니터링 활동은 우리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시민단체가 우리 사회에서 하고 있는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언론, 국회 등에 대한 올바른 견제가 있어야만 각자가 자신의 본분에 충실한 활동을 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않는다는 법률소비자연맹 총재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진정한 감시 기능을 할 수 있기 위해 연맹이 얼마나 애쓰고 있는 것인지가 새삼 느껴진다. 앞으로도 법률소비자연맹이 활발한 활동을 통해 오래도록 사회의 공정성, 투명성 유지에 기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