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봉사-내 안의 작은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계기-서울대 사회교육 박성민


봉사활동 소감문을 쓰기 위해 모니터를 마주하면서 한 달여간의 활동들을 정리하려다 보니 지난 짧은 기간의 활동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 든다. 법률소비자연맹의 봉사활동은 무엇보다 내가 즐거웠다. 법정 모니터링을 통해 처음 가보는 법원과 낯선 경험을 통해서 배울 수 있어서 즐거웠고 노력봉사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는 새로운 가르침이자 삶의 지침을 알려주는 자극이 되었다.

나는 학교의 학점봉사를 통해서 법률 소비자 연맹에서 봉사활동을 신청했다.
예전부터 졸업 전에 한 번은 법률 소비자 연맹에서 봉사활동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실 법률소비자 연맹은 우리학교 내부적으로는 잘 알려진 시민단체에 해당하며 평도 좋은 편이라 학점봉사를 위해 기관신청을 받을 때도 인기가 좋다. 작년에 법률 소비자 연맹에서 활동해보고 싶어 신청해보고 싶었지만 조기에 신청인원이 다 차서 유명한 다른 시민단체(아름다운 가게)를 신청했었다.

주변의 친구들이나 후배 등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경험한 사람들이 높은 평가를 받는데 어떤 점에서 높은 평가를 하는지 알고 싶었고 체계적인 시민단체의 봉사활동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싶었기에 언론등을 통해서도 잘 알려지고 오랜 기간 동안 성공했다고 잘 알려진 시민단체인 법률 소비자 연맹에서 봉사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학 재학기간동안 약간의 교육봉사활동 경험이 있는데 봉사활동을 하면서 시민단체의 시스템을 배우고 싶어서 제대 이후에는 공부방이나 봉사활동 동아리를 통한 봉사보다는 다양한 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해보고자 했다. 제대 이후에 잠깐 마포에 있는 KT&G 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시설에서 교육봉사활동을 했었고 작년에는 학교의 학점봉사 수업을 통해서 아름다운 재단, 아름다운 가게에서 활동했다.
어디에서 어떠한 봉사활동을 하던지 느끼고 배운 점은 많았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일하면서는 상주직원이 단 한명에 불과하지만 한 점포를 운영하는데 자발적인 봉사자를 통해서도 안정적이게 운영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다.

일의 보람을 느낄 수 있었고 재미있게 활동을 했으며 신뢰가 가는 단체라고 생각해서 내 인생 최초의 정기적인 소액 기부도 결정했을 만큼 많이 배우고 느낄 수 있었던 곳이었지만, 쉽게 참여하고 안정적이고 시민들 곁에 가까웠던 점만큼이나 뜨거운 열정이나 낯선 경험은 드물었고 무언가 다른 신세계를 보았다는 느낌은 적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곳은 아름다운 재단에 비해서는 규모가 적은 시민단체에 해당하지만 이곳 에서 짧은 기간이나마 활동을 통해서는 이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자부심이나 일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서 사회적 참여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이 곳에서 수행했던 활동은 법정 모니터링과 노력봉사활동이었다.
원래는 의정모니터링과 행정봉사활동을 하려고 했는데 봉사기간이 마침 연맹의 이사기간과 겹치는 바람에 가장 일손을 필요로 하는 곳이 이사돕기 업무에 해당하는 노력봉사활동 위주의 활동을 수행했다. 이사일은 생각 이상의 이상으로 할 일이 많았기에 고되었고 원래부터 하려던 활동은 아니었지만 1년여간 자원 봉사활동과 멀어진 체 책상에만 앉아 있었는데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는 활동을 하다보니 최근의 그 어떤 보람보다도 더 큰 보람과 기쁨을 느꼈다. 다른 활동과 달리 몸을 쓰는 활동이다보니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 함께 몸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재미도 있었다. 또 원래부터 시민단체 활동 양상이나 단체의 본 모습이 궁금했던 나로서는 간사 분들의 활동을 곁에서 보고 말씀을 나눠볼 수 있었던 기회가 많았던 노력봉사활동은 정말 선택을 잘 한 활동이었다고 생각한다.

노력봉사활동을 하면서 몇 가지 점에서 놀랐는데 첫째는 법률소비자연맹이 외부적 활동, 영향력과 활동에 대한 높은 평가, 언론에서의 부각 정도에 비해서 ‘놀랍게도’ 검소하게 운영된다는 점이다. 이사는 나의 봉사기간에 해당하는 5주 간 진행되었다. 옮길 것이 많아서이기도 하고 장마철이 겹쳐서 이기도 하지만 모든 이사를 간사 분들과 봉사자로만 하다보니 더뎌진 이유가 크다. 사실 이러한 검소함은 나를 포함한 일하는 봉사자들에게 힘들게 하는 요소가 되기도 했지만 단체의 가장 큰 어른이신 총재님조차도 연세가 있으 신데도 직접 이사업무를 하시는 점을 보니 불만보다는 외부 인력을 전혀 활용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점은 그 청빈함에 감탄하게 되고 내 일손을 정말 필요로 하는 곳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서 더 열심히 봉사하게 했던 것 같다. 내가 경험해 본 몇 군데의 시민단체들은 시민단체라고 하더라도 지원금이 존재했는데 청빈하게 운영되는 점을 직접 목격하게 되어서 법률소비자연맹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아진 것 같다. 이사 업무를 하면서 만나게 된 다른 봉사자들이 입을 모아 ‘나중에 돈을 모아 더 이상 돈이 없어 사무실을 옮겨 다니는 일이 없도록 연맹에 기부하자’는 말까지 나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나 뿐만 아니라 이사를 도와준 많은 봉사자들이 연맹에 느낀 신뢰나 도움의 필요가 절실하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노력봉사를 통해 느낀 점 두 번째는 땀의 진실함이다.
노력봉사는 힘과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처음에는 흥미가 없었다. 또 이 활동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봉사란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서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봉사관이었기에 연맹에서 가장 절실했던 노력봉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노력봉사활동을 경험한 지금으로서는 아주 잘 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재택활동에 해당하는 국회의정활동이나 언론모니터 활동 등을 했다면 지금처럼 연맹의 참 모습이나 그곳에서 일하는 간사님들에 대해서 잘 알 수 없었을 것이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정서적인 만족감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법정 모니터링 활동은 민사, 형사, 행정 법원에서 재판을 모니터링 한 결과를 기록하는 것인데 생전 처음으로 법원에 들어가보고 방청을 하면서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법원과 사법부가 존재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연맹의 오랜 활동 때문인지 판사들을 비롯해서 법원 직원들은 법정 모니터링 활동에 대해서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오후 재판에서 잠깐 동안 조는 판사(좌배석)가 있었는데 졸면서도 나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황급히 일어나면서 지켜보며 기록하는 나를 의식하는 듯 느꼈다. 아마도 법률연맹의 오랜 노력이 최소한은 법정 내에서의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모습은 지켜져야 한다는 모습으로 개선시킨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방청했던 9군데 법정에서는 언론의 보도에서 보던 것과 같은 막말을 하는 등과 같은 권위주의적이었던 법관은 없었는데 아마도 공개법정이라는 점을 조금은 의식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법률 용어의 어려움 때문에 사실관계 조차 파악이 힘든 경우도 있었지만 대개는 30여분 이상을 듣다보니 사건의 흐름에 대해서는 알 수 있었다. 인상 깊었던 법정은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서 이종걸 국회의원에 대해 조선일보사에서 명예훼손죄로 고소한 사건이었는데 법정을 가득 채운 방청객으로 인해 못 들어온 방청객도 존재할 만큼 관심이 뜨거웠던 사건이었다. 사회적 관심이 뜨거운 사건의 실제 공판이 이루어지는 모습이 신기했고 역사에 남을 수 있는 사건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지금 하고 있는 모니터링 활동의 자부심이 생기는 것 같았다. 다만 부족한 법률 지식이 아쉬웠다. 조금 더 법률지식이 있었다면 더 많은 내용을 알아듣고 더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정리해서 보고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나에게는 의미 있는 시간, 공부가 되는 시간이었지만 이것이 연맹과 시민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물었을 때는 부끄럽고 자신이 없어졌다. 법정 모니터링 활동은 법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다는 자극의 계기가 되었다.

다음은 내가 법률 소비자 연맹에서의 봉사활동을 통해 느낀 점이다.

1. 법률소비자 연맹의 활동을 통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제대로 된 시민 사회단체 하나가 어떤 사회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그 필요성과 위력을 알 수 있었다는 점이다. 사실 가장 권위적이라 평가받는 법원의 사법심사제도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 견제해줘야 하지만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있다. 법률소비자 연맹의 총재님 말씀처럼 전문성을 갖추고 제대로 감시할 수 있는 비권력기관이 꼭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법률 소비자 연맹은 시민단체가 지적하고 있는 시민단체 전문성의 문제를 벗어나서 오히려 사회 곳곳의 전문가의 도움과 대학생과 일반인 봉사자의 도움으로 전문적인 시민단체로 평가받고 있다.

2. 또 이 곳에서의 활동을 통해서 시민 사회 단체가 갖는 시민 재교육 역할 수행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범대 학생인 나에게 있어서 ‘교육’은 가장 큰 관심 사안이다. 개인적으로 법률 소비자 연맹이 각종 교육을 통해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많은 일반시민을 봉사활동을 통해서 비판적 시민으로 양성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 학교만이 교육을 담당하는 곳이 아니며 오히려 학교를 떠나서 사회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은 모두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사회적 교육기관을 담당해야 할 시민단체와 그 활동에 대해서 유럽 등 선진사회에 비해 그 역사나 체계성이 부족하다고 지적되곤 한다. 개인적으로 지켜 본 몇 몇 시민단체가 주먹구구식 운영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활동과 그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의 조악함에 실망을 느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법률 소비자 연맹이 제공하는 다양한 봉사 프로그램과 교육 시스템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법률 소비자 연맹이 펼치고 있는 전연령적, 전방위적 활동이 수동적인 일반시민을 비판적이고 적극적인 시민, 전문성을 갖춘 시민으로 변화시켜 나간다는 점에서 좋은 학교라고 생각된다.

3. 이 곳 활동을 통해 인상적이었던 것은 시민 전체를 상대로 하는 봉사활동이 생각보다 사회를 변화시켜 나갈 수 있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기존의 내가 했던 봉사활동들이 면대면 대면 접촉을 통한 봉사활동이었고 이러한 활동만이 봉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믿었었다. 모니터링 등과 같은 서류작업을 통한 활동들이 형식적일뿐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의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법률 소비자 연맹은 그 다양하고 전문적인 활동만큼이나 언론의 관심을 많이 받는 시민단체이다. 사실 활동 전에는 조금은 법률 소비자 연맹에 사적인 이익과 관련하거나 어떤 정치적인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다양한 활동들이 정치적 관심을 받고자 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했다. 언론의 주목을 끄는 활동은 무언가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생각 했다. 그런데 겪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언론의 보도가 없다면 우리의 활동들을 알려줄 수도 없고 세상을 변화시켜나갈 수도 없다. 법률 소비자 연맹 활동은 면대면의 미시적 관계를 통한 변화만큼이나 전체 시민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거시적, 사회적 시민 운동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4. 시민 단체 전문성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었다. 시민단체에서의 봉사활동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시민단체의 시스템, 특히 일반시민을 상대로 하는 재교육 부문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관심에서였는데 법률 소비자 연맹의 프로그램은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법률 소비자 연맹만큼 방대한 전문성을 확보한 단체는 드물텐데 그것이 교육시킨 일반시민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또 20여년간 확보된 자료를 바탕으로 전문성을 갖춘 시민단체라는 점에서 시민사회단체의 모범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연맹이 봉사자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고 그 프로그램을 따라서 활동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비판적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그렇게 얻어진 자료들을 바탕으로 정부와 의회의 활동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 봉사참여자가 아닌 일반 시민에게도 혜택이 오는 활동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시스템이 체계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법률 소비자 연맹 활동의 좋은 점은 총재님의 언행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이다. 오리엔테이션과 노력 봉사 후 사무실 간사님들과 마무리 자리에서 총재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총재님의 영역 전이적 박식함과 철학에 놀라게 되었고 그 말씀에서 배울 수 있는 점들이 많았다. 아마 대화를 나눠 본 분들이라면 공감할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오리엔테이션에서 해주신 말씀들이 개인적으로 참 좋아서 열심히 메모해 두었는데 그 중에서 다음은 봉사의 참 의미에 대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미 voluntary의 정신이 있었는데 奉仕란 出仕의 의미가 있어서 나눔과 섬김, 받듬의 의미가 있는데 출세의 목적이 봉사활동을 더 성공적으로 하기 위함에 있었으며 나의 능력을 이용해서 세상과 남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라는 말씀을 해 주셨다. 항상 봉사활동을 의무나 희생으로 생각해왔던 나에게 생활세계의 출사와 봉사의 개념이 한 면이라는 총재님의 말씀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물론 나에게도 봉사활동을 가깝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내가 하는 일을 통해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까지는 없었다. 일과 봉사가 함께 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했었는데 장차 무슨 일을 하게 되든지 잊어서는 안 되는 봉사의 참 의미를 일러주는 좋은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법률 소비자 연맹에서의 활동은 많은 일이 있었던 지난 한 학기 중에서도 가장 생각에 남는 활동이었다. 세상을 더 좋게 변화시키는 법률 소비자 연맹이 갖는 힘이 시민의 참여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알기에 앞으로도 나부터가 지속적인 봉사를 수행해야 겠다. 의무나 당위의 차원을 넘어서 이 곳에서 만난 좋은 분들, 삶의 귀감이 되어주시는 분들과의 만남이 소중하기에 지속적인 활동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나는 이 곳의 활동을 통해서 좋은 쪽으로 변화했다고 자부한다. 이후에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도 ‘사회봉사’ 활동을 의무감이나 스펙쌓기 혹은 학점을 얻기 위한 활동으로만 생각 하지 말고 무언가를 얻어오셨으면 한다. 사소한 듯 보이는 것에서부터 내 안의 작은 변화가 시작되는 법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