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인하대 기계공학 김진수


3개월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번 방학을 알차게 보내 보고 싶어, 많은 것들을 계획 했었다. 그 중에서 법률연맹을 통해 가진 봉사활동 시간은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알찬 시간이었다.
처음 법률연맹을 알게 된 것은 인터넷 스펙업 사이트를 통해서였다. 이 블로그의 취지가 대학생들의 스펙에 관한 정보를 모아놓는 사이트이기도 했지만 수많은 봉사활동 정보 역시 공유하는 곳이었기에,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기에는 제격이었다. 그렇게 보게 된 것이 법률연맹이었고 내게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그 전까지 봉사활동이라면 고아원을 가거나, 양로원에서 약한 이들을 돕는 것이 전부라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법기관인 법원을 모니터링 한다는 것 자체가, 그리고 의정모니터링, 학술모니터링을 통해 법률지식, 최근 이슈를 섭렵할 수 있다는 것이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왔지만 내게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전혀 상관도 없는 기계공학 전공자로서 법률소비자연맹에서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것 같았고, 딱히 이 전공으로 이 시민단체에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것 또한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법률연맹 사이트에서 드문드문 쓰여 있는 공학도들의 글들을 들여다보면서 이들처럼 나도 도움이 되고 싶고, 이들처럼 깨달음을 얻고 싶어 오티 참가 신청서를 집어넣었다.
그렇게 간 오티 첫 날 그 곳에 도착했을 때, 명부에 내 전공과 학교를 쓰면서 상당히 머쓱해 지고 말았다. 법학 전공이 아닌 사람을 찾기 힘들었고, 그나마 서울대와 동덕여대에는 사회봉사활동 과목과 연계되어 있지만 우리학교(인하대)는 사회봉사활동 과목과 법률연맹이 연계되어있지 않아 우리 학교 이름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게 된 나는 오티 강단을 샅샅이 훑어보았다. 뒤 쪽에는 서류들일 쌓여있었고, 학생들이 앉는 자리를 제외 하고는 약간 정리가 안 된 상태였다. 오티 시작 후 윤 부장님의 말씀으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건물 월세를 제 때 내지 못해 어쩔 수 이사를 가야한다는 말씀이었다. 사실, 이곳을 오기 전에 법률연맹의 이미지는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이 근접한 곳에 위치해 있고, 법률소비자연맹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이미지는 대단히 힘 있고, 화려한 느낌을 주었었다. 그런데 건물 월세를 못 내 이사를 가야한다는 처지라니!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정부의 지원 없이 운영되는 곳이기에 상당히 검소하게 운영되는 곳이었다. 그래서 이사 역시 그 곳에 계신 간사님들과 봉사 학생들의 일손으로 몇 주간에 걸쳐서 이사를 하실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 때 든 생각이 이사봉사를 하면서 법률연맹의 본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싶었고, 연수중에 금전적인 이유로 이사 알바도 해 본 나로서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싶어 오티 다음 주 노력 봉사 도움을 달라는 문자를 받자마자 다음 날 다시 법률연맹 건물로 가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이곳에서 처음 시작하게 된 봉사활동은 노력봉사활동이었다.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달리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 까지 진행된 이사였기에, 중간 중간 그냥 가고 싶구나 하는 생각도 여러 번 들었다. 그러나 가장 큰 어르신인 총재님께서 직접 이사 업무를 하시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검소하게 운영되는 시민단체에서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력봉사를 하고 있다는 것에 오히려 자부심을 가져야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때문에 끝까지 열심히 할 수 있었다. 물론 이 날 일을 마치고 살이 좀 빠졌다는 기쁨과 함께 온 몸이 쑤시는 고통이 느껴졌지만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고 보람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다른 봉사자들이 나중에 돈을 모아 더 이상 돈이 없어 사무실을 옮겨 다니는 일이 없도록 연맹에 기부하자고 하였는데, 나또한 이 시간을 통해 법률연맹의 가치를 알 수 있었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노력 봉사활동 이후로 고구려 역사 탐방, 소외된 이들을 위한 공학 설계 아카데미로 인해 더 이상 이사를 도울 수는 없었다. 그리고 자율봉사라는 이유로 1달 넘게 법률연맹 봉사활동에 신경을 쓰지 못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 모든 것들이 끝나고 다시 학교로 올라오면서 계절학기와 함께 법정 모니터링과 행정봉사를 할 수 있었다.
행정봉사 활동은 시간상 하지 못한 의정모니터링을 느껴보는 계기가 되었다. 국회의원들이 내새웠던 공약들이 현실성이 있는지, 내 나름대로 평가하는 시간이었다. 전에는 이러한 것들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던 나였기에 이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며 꼼꼼히 읽어보며 검토하였다. 이때에 평소 존경하던 몇몇 의원들이 생각보다 현실적이지 않고 잘 조직되지 않은 공약을 내세우거나, 사람들이 자주 볼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에 제대로 명시 해놓지 않았다는 것에 놀라고 말았다. 4시간 반이라는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법정 모니터링으로 본 법정은 총 민사재판 3건, 형사재판 3건, 행정재판 3건 9건을 보았다. 처음 법정 모니터링을 하면서 학교에서 자전거로 1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곳에 법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처음 우려와는 달리 법정에서 모니터링을 하는 데 별다른 제지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신문에서 보았던 바와는 달리 흐트러진 자세로 재판을 하거나 권위주의 적인 판사는 다행히 없었다. 그러나 길고 긴 공방전에 잠시 먼 곳을 응시하며 정신을 놓고 있던 판사가 많은 사람들의 시선으로 인해, 공개 재판이라는 이유로 인해 다시 증인 쪽을 바라보며 집중을 하려고 한 모습은 내가 모니터링을 하려는 이유와 가치를 알게 해주었다.
관심 있게 본 재판이라면 서울대 그린바이오 연구단지 조성관련 토지매입 사기 사건이었다. 첫 번째 서울대 그린바이오 연구단지 조성관련 사건은 TV에서도 오래 전 접한 사건이었고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건이었지만 이 사건이 내가 알고 있는 사건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 것은 재판이 30분 정도 지나고서였다. 재판은 상당히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되었고, 사기죄로 고소된 분과 이의 변호사는 혐의를 벗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이미 상당히 기울어진 결과 였기에 버거워 보였다. 워낙 열심히 서기를 하고 있어서인지, 그 곳에 계시던 고소인 대표분이 내게 준 진정서도 재판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결심은 나지 않았지만, 이러한 사건을 보고 모니터링을 하고 이를 이해를 해나가면서 보람을 느꼈으며, 아직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재판을 보고 와서 공대도서관에서 이를 정리하곤 하였는데, 지나가는 친구들이 이를 의아하게 쳐다보며 내게 묻곤 하였다. 이러한 봉사활동을 신기하게 보는 친구들도 많았고, 해보고 싶다는 친구들도 많았다. 물론 공학도로서 법에 대해 아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주권시민으로서 법을 알아야 된다는 것은 민주시민 사회에서 어쩌면 필연 인 것이고, 알면 알수록 더 도움이 되는 부분은 확실한 것이다. 그리고 법률연맹 활동 등을 통해 시민단체의 역할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처음으로 가 본 시민단체였고, 처음으로 접해 본 시민단체 였기에 많은 부분들을 짐작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노력봉사, 행정봉사를 통해 좀 더 법률연맹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시간 상 의정모니터링과 학술모니터링을 해보지 못한 것은 분명 후회 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단순히 스펙에 대한 관심을 넘어 내 안의 변화들을 경험한 나로서 다른 학기 활동 또한 욕심이 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