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이러한 좋은 단체가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게 되어서 ..-중앙대 법 박봉세
나에게 있어 대학생활은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1학년 때는 정말 정신없이 놀았고 군대에 다녀온 이후로는 사법고시를 준비하는라 남들 다가는 배낭여행, 해외어학연수, 인턴쉽, 대외봉사활동 등등 어느 것 하나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솔직히 말해서 소위 ‘스펙’을 쌓아보겠노라는 불건전한 생각으로 국정모니터단 및 법률소비자연맹 봉사활동에 지원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남들에게는 그저 이력서에 한 줄로 그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이번 활동은 내 인생에 있어서의 크나큰 전환점이 되었다.


솔직히 대학에서 헌법 교수님의 강의를 통해 혹은 고시촌에서 헌법 교재를 통해 수도 없이 듣고 읽어 왔던 국정감사를 현장에서 내가 몸소 직접 시민대표의 지위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니 국정감사 전날 너무나도 설래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국정감사 당일 이런 나의 기대는 철저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신문과 방송 이런저런 매체들을 통해 국회의원들의 좋지 못한 행태들을 많이 보고 들어왔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회의 내내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의 빈 의자들은 애타게 위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마 자리한 몇몇 위원들마저도 쉴 새 없이 회의장을 들락날락 했다. 자기 발언 차례 때쯤 와서 자기 발언만 하고 휙 가버리는 위원들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국정감사가 제대로 진행될 리 만무했다. 위원들은 같은 질문들을 재차 반복하면서 국정감사를 잘 준비해오지 않은 티를 팍팍 냈고 아무래도 위원들이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자리를 비우다 보니 했던 질문이 재차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선거철이면 국민들 앞에서 간이며 쓸개며 다 빼줄 것처럼 한 표, 한 표를 호소하던 그 분들이 국민들이 낸 혈세가 제대로 집행되었는지 확인하는 이런 중요한 자리에는 이렇게나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니 적지않이 기분이 매우 언짢고 불쾌했다.


국정감사 모니터링 이외에 또 행한 활동은 법정모니터링이었는데 법정모니터링을 하면서 처음에는 거리감이 느껴지던 법정이 자주 드나들다보니 이제는 제법 편안한 느낌을 주었고 몇몇 낯익은 판검사님들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내가 참관했던 사건중 가장 마음이 먹먹했던 사건은 폭행치사 사건으로 피고인은 언뜻 봐도 내 또래 정도이거나 어쩌면 나보다도 어린 것 같기도 했다. 체구도 나보다 작아보였고 인상도 그냥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한 청년이었다. 아마 술을 많이 먹고 서로 시비가 붙어 주먹다짐을 벌이던 중에 피해자가 사망한 것 같았다.
방청석에는 피해자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분도 와 계셨었다. 나는 죽은 친구를 위해서 증언하러 나온 검사측 증인에 대해 증인이 죽은 친구를 위해 위증을 한다는 취지로 열을 올리며 심문하던 변호사를 보자 당장이라도 뛰어올라가서 변호사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싶었다. 당일 우연히 방청하게 된 사건이라 사건의 내막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는 없었지만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당시 그 변호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옆에 앉아 계셨던 아주머니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을 것임은 분명했다. 이처럼 법은 너무 차갑고 냉혹하다. 본래 전공공부를 하면서 이런 법의 속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지만 현장에서 본 모습은 더더욱 참담했다. 아니, 내가 본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일 것이다. 이보다 더한 사건들이 법원에는 매일같이 아무렇지 않게 재판될 것이다.

이러한 좋은 단체가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게 되어서 너무 아쉽다. 다른 사람들은 빠르게는 고등학생 때부터 활동을 하고 있는데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했던 것인가. 한편으로는 늦었지만 이렇게 뒤늦게라도 이런 엄청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고 시간이 허락하는 한 국정감사는 매년 꼭 참여하고 싶다. 국민들의 이러한 관심과 감시의 눈으로 바라보는 한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청렴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