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감시와 견제라는 기제를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 법률연맹-서울대 체육교육 정광윤
할 수 있는 일들

개인으로서, 국민으로서, 그리고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요. 기껏해야 누추한 차림으로 잠실역 1번 출구에 앉아계신 할머니에게 받은 껌 세 개보다 천원 더 많은 돈을 얹어드리는 일 말고 스물 세 살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더 있을까요. 하루에도 몇 번씩 네이트에 들어가 사회가 돌아가는 일 그리고 그 속에서 정치인들이 하는 눈꼴사나운 행동을 기사로 접하면, 그 아래 추천수가 제일 많은 댓글은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서 반드시 투표로 응징하겠다’ 는 엄포를 놓습니다. 결국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의 일원으로서의 내가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투표를 통해 대의민주주의의 철옹성을 더욱 확고히 만들어주는 또 하나의 뼈대가 되는 것일 뿐일까요.

한탄스럽고 실망스러운 정치에 눈을 돌린 지, 정확히 말하면 지금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본 일은 삼년이 조금 지난 것 같습니다. 이 전에는 왜 이 나라에 대한 책임 있는 의식을 갖지 않았는지 내 자신에 대한 한숨 섞인 자성의 일환으로 정치관련 수업도 많이 들었고, 보수 진보의 신문도 닥치는 대로 읽어 보고, 제 나름대로 어떻게 오늘날의 정치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대통령 중심제라지만 그 힘이 의원내각제의 총리보다 훨씬 강한 우리 내 대통령에게 있어 애초에 삼권분립은 애당초 기대하지 않는 게 더 나을지 모릅니다.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은 고유한 철학을 갖고 운영돼야만 하는 행정부를 과거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시녀로 사용해 왔습니다. 행정부가 국가행정보다는 대통령 개인의 행정을 분담해서 맡는 시스템은 우리나라의 발전을 더 없이 저해하고 있습니다.

정당은 또 어떤가요. 기러기 아빠들은 모두 우리나라 정당에 모여 있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바뀔 때 마다 공화당, 새천년 민주당, 열린 우리당 등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하수인으로서의 정당만이 의회의 실권을 장악해 왔습니다. 또한 총재에게 과도한 힘을 몰아준 정당들은 그 자신들만의 본질적인 체계는 잃어버린 채 단지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공동체로 전락해버렸습니다. 대통령의 하수인이자,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만 바쁜 의회 정당에 더 이상 무슨 기대를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정당정치를 바라는 일보다 대한민국이 월드컵 우승을 하는 일이 빠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사법부는 달라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법부라고 다를까요.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대통령이란 작자는 사법부의 역할을 이원화시켜버림으로써 그 힘을 분산시키기고 서로 견제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대통령의 지명 하에 있는 대법원장이 어떻게 대통령에 반하는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요. 힘이 없는 사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정권이 지나고 이 전 정권에 대한 보복성 때리기가 전부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나라 정치의 디딤돌들은 낡을 대로 낡아서 버려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이 나라를 지탱해야할 이 3개의 받침들이 자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던 제 자신에게 분했습니다. 제 무관심과 무지에 분했다는 게 더 맞겠지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2011년을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학생으로 이 나라의 썩어빠진 정치 구조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 지를 말이죠. 할머니를 돕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은 좋습니다. 하지만 그게 저의 근본적 고민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투표라는 것은 국민의 의사를 정당이나 행정부에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로서 의미 있지만, 야당이든 여당이든 그 정권이 바뀌어도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그 천한 이기주의 속성이 바뀌지 않는 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대의에게 우리의 의견을 반영한 정치를 해달라는 당연하지만 미련한 요구가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일은 요행에 가깝습니다. 우리나라의 대의민주주의를 떠받치고, 발 없는 정치가 자신들이 가야할 정도를 걷게 할 수 있는 의족은 시민사회에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양의 많은 국가들은 정당정치의 대체적 수단으로서 참여민주주의 그리고 시민사회가 성장했지만, 우리나라는 정당정치 그리고 대의민주주의가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가 절실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정부 정당 사법부 이 세 부문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기제는 감시와 견제입니다. 감시와 견제의 기제가 부재하는 국가는 부패의 온상이자 독재의 근원지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집권층에게 조금 더 깊게 다가가 그들을 감시하고 그들에게 나의 그리고 국민의 의견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법률소비자연맹은 견제라는 측면에 있어서 그 어떤 집단보다도 영향력이 큰 시민운동단체입니다. 이곳에서 도맡아 주도하는 법률모니터링이나 국정감사모니터링은 당위적으로 삼권이 행해야 하는 감시와 견제라는 기제를 제대로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뿔뿔이 흩어진 풀뿌리 민주주의를 올바르게 견인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법률소비자 연맹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사실 시민운동에 큰 관심이 없었고, 그것의 목적도 온순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삐딱하게 보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시민운동이랍시고 기업이나 정보의 지원을 받고, 언론에 의존해 그 생명력만 기생해 나가는 시민운동을 보고 있자면 정당보다 더 이기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기 때문입니다.
정부다 기업의 일절의 도움도 받지 않고 있다는 법률소비자연맹의 자부심 속에서 우리나라 시민사회의 미래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정부의 도움이나 기업을 통한 금권적 권력이 없는 시민단체에 저 말고도 수많은 대학생들이 참여하여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많이 놀라웠습니다. 참여를 시킬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이 됐든 정부와 기업 그리고 언론으로부터 독자적이며, 무엇보다도 시민없는 시민단체와는 달리 수많은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법률소비자연맹의 활동과 위력으로부터 우리나라 참여민주주의의 현재를 보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었습니다.
국정감사와 법률모니터링으로부터 견제와 감시의 힘을 볼 수 있었다면 행정봉사를 통해서는 지방자치에도 힘쓰고 있는 법률소비자연맹의 활동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방 의회의 의원들의 명단 및 지역구의 정리를 하는 일을 이번 학기 동안 도맡아했습니다. 정말 평소에는 관심조차 갖지 않았던 지방의회들의 인사구조, 조직구조 그리고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을 볼 수 있었고 관심 갖게 됐습니다. 이러한 사소한 관심에서부터 지방자치가 시작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제가 하는 일이 뿌듯했습니다.

그 전공이 어찌됐든 그 나이가 얼마이든 성별이 무엇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정치에 필요한 것은 관심이자 참여입니다. 시민의 정치에 대한 관심 그리고 요행과 같은 투표에 자신의 권리행사를 국한시키는 것이 아닌, 직접 몸과 발로 뛰며 참여민주주의의 기제를 확고히 시켜나가는 것이 2011년의 나 그리고 대학생 더 나아가 온 국민이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과장해서 말하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이러한 참여문화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과도한 사명을 수행할 수 있는 주도적 단체로서 법률소비자연맹이 나서야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위해 제 스스로가 법률소비자연맹의 활동에 더 참여해야겠다는 자성도 함께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