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처음엔 어색했지만-성균관대 철학 홍신영
법률연맹
2012-03-08 14:57:13
360
대학 시절을 통틀어, 아니 인생을 통틀어 나는 다양한 봉사활동을 경험하지 못한 편이었다. 관심분야 외에 별다른 외부활동을 즐기지 않았기에 늘 익숙한 장소에서 익숙한 사람들과만 교류하고,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것을 꺼렸던 내가 법률소비자연맹 봉사활동에 지원한 것은 개인적으로 하나의 도전이었다.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할 때까지도 많은 대학생 봉사자들 사이에서 어색했고, 생각보다 종류가 다양한 활동들을 숙지하느라 긴장된 상태였다. 하지만 3개월간의 활동기간은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를 만큼 빨리 지나갔고, 소감문을 쓰는 지금 돌이켜 보니 하나같이 새롭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처음으로 시민단체의 활동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잊고 있던 열정과 배우는 자세를 복기하는 시간이었기에 조금도 후회할 필요가 없는 선택이었다. 2011년 동계 봉사활동 중, 나는 법정 모니터링과 판결문 리서치, 고교생 법ㆍ정치아카데미 멘토링 등 활동과 법률대상시상식, 행정봉사에 참여했는데 특별히 법정 모니터링과 고교생 법ㆍ정치아카데미 멘토링 활동을 중심으로 소감을 적어 본다.
법정 모니터링은 내게 처음으로 법원을, 법정을 경험하게 해 준 활동이었다. 법조인을 꿈꾸면서도 봉사활동 참여 전까지 한 번도 법정에 참관을 가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니, 지금 돌이켜보니 스스로가 참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일반 대중들이 얼마나 법원과 재판을 접할 기회가 적고 그만큼 심적 거리감을 느끼고 있는지, 나 자신이 그 증거라 생각된다. 법정에 들어서기 전엔 법을 전공한 학생들에 비해서 각종 법률용어들에 대해 친밀도가 떨어지는 터라 걱정스럽기도 했고, 동시에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재판을 직접 볼 수 있다니 기대가 되었다. 모니터링을 하면서는 다양한 재판의 형태를 볼 수 있었고, 또 판사, 검사, 변호사들이 늘 각각 다른 성격과 다른 재판 진행 방식을 보여 주어 매번 흥미 있게 지켜보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법조인들의 업무가 과중해 보인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재판당사자를 친절하게 대하는 판사도 있었지만 혼자만 재판하는 듯 무심한 판사도 있었고, 기일을 잘못 알아 재판에 참석하지 않은 변호사도 있었다. 소액 재판에서는 사채부터 대여금까지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소송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고, 행정 재판에서는 난민신청불허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외국인 재판당사자도 보았다. 법정 모니터링 활동은 제3자로서 재판의 모습을 빠짐없이 모니터링하고, 지식은 부족하지만 재판 내용에 집중하면서 과연 나라면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지 선고를 예상해 보기도 하는 등 매우 유익한 체험이었다.
무엇보다 1월 2일부터 6일까지 진행되었던, ‘제2회 고교생 법ㆍ정치아카데미’에 멘토로 참가한 것은 개인적으로 가장 보람을 많이 느낀 활동이었다. 멘토링 활동을 신청하고도 학생들과 마주쳐본 지 오래된 터라 아이들이 나를 잘 따를지, 아직 부족한 내가 멘토로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알려줄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잠깐의 어색함을 지나고 학생들은 기대 이상으로 나를 잘 따라주었고, 어려울 수도 있는 아카데미 수업에 내내 성실하게 임하는 모습이 기특했다. 함께 총재님과 여러 변호사, 검사 분들의 강의를 듣고, 로펌과 국회 등을 탐방하면서 학생들뿐만 아니라 나 역시 새롭게 배우고 느끼는 점들이 많았다. 또한 아이들이 아직 고등학생임에도 자신의 미래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 미래의 모습에 항상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의 고민이 들어 있는 것을 보며 멘토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을 반성할 수 있었다. 청소년기에 가졌던, 무모하지만 도전적이었던 마음가짐을 점차 잃고 사회가 짜놓은 틀에 나를 맞춰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짜 중요한 것들을 잊어버린 채 눈앞에 놓인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특히 단지 법ㆍ정치에 관한 지식과 경험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삶에서 새겨두어야 할 윤리적 자세와 인문학적 세계관에 대한 강의들은 아카데미에 참가한 학생들이 살아가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5일간 같은 조가 되어 함께한 ‘정의 팀’학생들, 서로를 챙겨주었던 다른 멘토 봉사자들과 연맹의 간사님들과도 좋은 인연을 만들게 되어 더욱 기쁜 시간이었다.
이 외에도 판결문 리서치를 하며 낯선 법률용어와 조문의 형태를 조금이나마 가깝게 느꼈던 기억, 법률대상시상식에서 많은 법학 교수들, 정치인들을 독려하고 시민단체로서의 자긍심을 다지는 인상적인 모습, 많은 업무에 힘들지만 항상 웃으며 열정적으로 일하는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실 모든 분들의 모습 등이 생각난다.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3개월의 시간은 앞으로의 삶에서 도전해야 할 많은 일들에 대해 피하거나 주저하지 않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한 사람의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용기를 더해 준 시간이었다. 단순히 사회가 이끄는 대로 순응하기보다, 민주 사회의 적극적 참여자이자 법치 사회의 성실한 감시자로서 또한 더 나은 우리 사회를 꿈꾸는 리더로서의 발걸음을 내딛게 해 준 법률소비자연맹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이 인연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