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법정공방을 차치하더라도 판사와 검사, 변호사가 있는 법정자체에 로망이 있는 나였지만, 정작 법대생이면서도 법원에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으며 재판방청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나에게 어느 날 친구가 좋은 소식을 들려주었는데, 법원에서의 재판방청은 별다른 절차가 필요하지 않으며 가까운 지방법원에서도 흥미로운 재판이 상시로 열린다는 사실 하나, 그리고 법률소비자연맹이라는 곳이 있으며 그 곳에서 법원모니터링이라는 활동을 주관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부끄럽지만 ‘법대생이면서도’(…) 법원을 한번도 가보지 못했기에 법원을 방청하기 위해서는 미리 방청권을 신청해야 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자유로운 방청이 가능하다니, 이 사실은 법원견학, 재판방청에의 의욕에 불을 질렀고 게다가 법률소비자연맹이라는 곳에서의 봉사활동까지 겸할 수 있다는 사실에 내심 흥분하게 되었다. 내가 원하고 필요한 활동을 봉사활동과 동시에 할 수 있다고 하니 정말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겨울방학 봉사활동이 마련되어있을 거라는 이야기에 귀가하자 마자 법률연맹의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오티를 신청하였다.


법률연맹을 방문한 오티 당일 느꼈던 것은, 강남에 위치한다고 해서 좋은 시설의 의리의리한 단체인줄 알았는데 그것은 착각이었고 생각보다 많~이 열악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열악한 만큼 간사님과 총재님의 열의는 더 뜨거웠고 참여하려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 또한 많았고, 다른 단체들과는 달리 정부나 기업의 보조 없이 전부 직원들과 봉사자들의 기부와 노력만으로 운영된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아 여기는 봉사자들의 ‘열심’이 필수적이구나 하는 생각에 대충 때우는 봉사활동이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마음이 내심 들었던 오티였다.
법률연맹에서 제시해준 방법에 따라 법원방청을 시작하였다. 법원이라는 곳이 엄숙하고 권위적인 이미지였고 게다가 처음이었기에 어색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방청을 시작하였다. 형사재판이라 그랬을까 생각보다 법원은 영화에서의 그것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듣던 바로는 법정에서의 재판은 서면으로만 이루어져서 변호사, 검사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재판이 끝나버리기도 한다고 들었었는데, 판사, 검사, 변호사는 각각 맡은바 역할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 이런게 살아있는 직업 탐방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계속된 방청을 통해 기존의 갖고 있던 선입견을 조금씩 수정해가고 있었다. 물론 철저한 법원 모니터링과 함께 말이다. 검사는 생각보다는 유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으며 오히려 변호사가 더 무서운 역할을 맡고 있었다. 증인 신문과정에서도 검사보다는 피고측 변호사가 쏘아 붙이는 경우가 많이 보였다. 재판은 이끌어가는 것은 판사였는데 예의 바른 판사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일부 고압적인 태도를 판사들이 눈에 띄었다. 피고와 증인의 말을 끊는 판사, 나이 어린 증인에게 반말을 하는 판사, 피고측 방청객을 함부로 다루는 판사 등 문제가 있어 보이는 판사들도 소수지만 분명 있었다. 공무를 행하는 자는 이른바 국민에 봉사하는 자임에도 불구하고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는 판사들은 좋지 않아 보였다. 그럴 때마다 재판 과정을 꼼꼼히 방청하고 자세히 내용을 기록하는 모습을 통해 판사에게 국민이 지켜보고 있음을 다시금 깨달게 하고자 하였다. 직접적인 힘은 없지만 주권시민의 마음가짐을 갖고 법원 방청을 함으로서 재판과정에의 견제 작용이 되고 공정한 재판을 유도하는 힘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재판 실무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주권시민으로서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방청활동이었던 것 같다.
법조인의 꿈을 갖고 있는 나에게 겨울방학 동안의 법률소비자연맹 봉사는 얻어가는 것이 많았던 것 같다. 봉사활동이란 모름지기 땀 흘려 무언가를 희생해야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오히려 배워가는 교육 과정을 이수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법원 모니터링, 사설 모니터링 그리고 행정봉사를 통해 법률과 사회 다방면의 것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 번에도 법률소비자연맹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다.


많이 얻어갑니다. 감사합니다. 법률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