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뜻밖의 공부-서울대 소비자아동 안항길
연맹 이사로 부산했던 지난 여름이 문득 떠오릅니다. 사실 제가 한 일이라고는 그저 잠시 들러 이삿짐 몇 개 옮긴 것이 고작입니다만 그 때 만났던 사람들, 그 때 마셨던 물 한 모금이 기억 속 어딘가 남아 있었나봅니다. 시간이 흘러 겨울학기 봉사활동 소감문을 쓰는 지금, 지난 여름과 비교해 이번 겨울은 저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곱씹어 보는 것이 곧 소감이 아닐까 합니다.


지난 여름은 연맹에서는 좀처럼 잡기 힘든 육체 노동(?)의 기회를 맞아 즐거웠던데 반해 이번 겨울은 제 봉사활동 시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 한‘판결문 리서치’가 뜻밖의 수확을 안겨준 것 같습니다. 법률소비자연맹 봉사활동의 merit이라고 한다면‘다양한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꼽을 수 있겠는데요. 이번 학기에는 지난 여름에는 볼 수 없던 판결문 리서치 활동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리서치’란 말이 어느 정도의 범위와 깊이를 갖는 말인지 몰라 선뜻 신청을 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기존에 해보지 않은 새로운 활동에 대한 부담도 있었습니다. 한, 두 번 경험이 있는 행정봉사나 공약이행률조사로, (이를테면) 시간을 ‘채워’보자는 못된 심보도 한 몫을 했지요. 하지만 담당 선생님께 메일로 관련 내용을 받고 활동을 시작해보니, 사실 이것만큼 법률연맹스러운(?) 활동도 없다는 생각을 금새 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을 3가지 꼽아보자면, 첫째 판례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단 한 번은 읽어 볼 수 있다, 둘째 본인이 사실관계를 추려야하기 때문에 판례를 꼼꼼이 읽어야 한다, 셋째 판결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정리해야하기 때문에 판례를 비판적으로 읽게 된다, 쯤 될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판례를 읽을 수 있어서 좋다’는 이야기인데요. 사실 법학도가 아닌 제 입장으로서는 살면서 판례를 접할 일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더욱이 제가 자발적으로‘法’이라는 딱딱한 학문에 관심을 갖게 될 일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본 활동을 통해 얻은 작은 깨달음이 있다면, 생각보다 판례가‘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사실입니다. 물론 그것을 業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머리 싸매고 읽어야 할 빡빡한 것일지 모르나, 적어도 비전공자인, 더욱이 그저 평범한 학생인 저에게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우리네 일들을 조금은 색다른 시각에서 조망해주는 이야기였습니다. 나에게 혹은 내 주변사람들에게 생길지도 모르는 일들을 미리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원래 저는 판례라는 것이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는 과정의 기록이라는 단편적인 생각만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 판결문 리서치 활동을 계기로 우리 모두가 그 판례의 주연이자 조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가끔 튀어나오는 알 듯 모를듯한 법률용어가 있긴 했지만, 인터넷 혹은 서적을 통해 찾아가면서 읽다 보니 그 나름 재미도 있었을뿐더러, 다행히 보고서에도 법률용어를 찾아 기록하도록 되어 있어 개인적으로는 좋았습니다. 혹시 비전공자라서 망설이는 분이 계시다면 저는 오히려 적극 권하고 싶습니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그리고 뜻밖의 공부를 하시게 되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여느 때처럼 친절히 반겨주시는 법률소비자연맹 간사님들, 그리고 행정봉사하면서 보고 느낀 것입니다만, 근무시간 내내 간사님들과 봉사자들 챙겨주시고 귀한 말씀 해주시는 총재님, 그리고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는 연맹사무실, 모든 것이 제 마음을 흡족하게 합니다.

법률소비자연맹,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