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봉사와 스펙-고려대 사회 박지수
법률연맹
2012-03-08 1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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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법률소비자연맹과 함께 세 계절을 보내게 되었다. 작년 여름부터 올 겨울까지 법률 소비자 연맹에서 활동하게 된 것은 참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막연히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와중에, 실제로 법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싶어졌고 인터넷으로 할 만한 활동들을 찾아보다 법률소비자 연맹을 발견한 것이 내가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빨리 참여하고 싶은 마음에 문의전화도 수차례 했었는데, 번번이 사무실이 이사 중이라 오티 일정이 불확실하다는 답변을 받고서는 ‘무슨 단체가 이렇게 허술해.’ 하며 다른 활동을 찾아볼까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나중에 오리엔테이션에 와서야 그 때 사무실 이전이 매우 힘들었으며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이루어졌음을 듣게 되었다. 지금에서 보면, 법률소비자 연맹이 참으로 정직하게 다른 단체나 국가의 도움 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자발적인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참 따뜻해진다.
이번 학기에는 법정모니터링, 외국헌법 번역, 의정모니터링 등에 참여하였다. 연맹에서 활동하면서 수차례를 법원에 가본 적이 있어도 법정모니터링은 갈 때마다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저번에는 교대역에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법정모니터링을 했었는데, 연맹에서 나온 다른 많은 학생들을 마주치게 되었다. 개강이 한 주, 마감이 두 주 쯤 남은 상태라 그런지, 나 뿐 아니라 많은 학생들도 그간 끝내지 못한 법정모니터링을 하러 온 모양이었다. 법정모니터링은 매 학기 필수라 매번 해야 하는데도 법원에 대한 왠지 모를 두려움 때문에 항상 마감을 조금 남겨두고야 발걸음이 떨어졌는데,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그날은 또한 날 돌이켜 본 날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많아서일까 법원 직원은 학생들에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숙제하는 것이냐, 이거 하면 뭐 증명서를 떼 주냐, 로스쿨 가기 위해 스펙으로 하는 것이냐 는 등. 그 법정뿐 아니라 다른 법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방청하러왔냐는 말에 내가 그렇다고 대답하기가 무섭게 로스쿨 준비 하냐는 질문이 따라왔다. 우리 연맹이 로스쿨 준비생 양성소인가, 내가 봉사시간 얻기 위해 숙제하듯이 활동을 해왔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다소 불쾌했다. 물론 법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연맹을 찾았을 테고, 그러한 학생들이 로스쿨에 많이 진학할 테니 그 상관관계가 없다고 말할 수 없을 테다. 그렇지만 법정모니터링의 취지는 우리의 스펙 쌓기, 학점 따기가 아니라, 국민들을 대신해 법원에서 국민들에게 올바르고 정당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를 감시하기 위함이 아닌가.
그러한 사명감으로 발품을 팔고 시간을 내어 의미를 두고 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로스쿨이니 스펙이니 하는 법원직원의 말들이 유독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그동안의 활동을 단순히 스펙 쌓기의 일종으로, ‘숙제’로 볼 수 있다는 시각에 놀랐던 것이다. 물론 내가 하는 활동들이 모여 나중에 나의 스펙(specification)이 될 것이다. ‘specification’의 뜻은 사용설명서, 사양이다. 즉 단어 뜻 그대로 나를 구체화, 세부화 하여 내가 누구인지 다른 사람들이 더욱 잘 알 수 있게 해줄 박지수 설명서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사명을 갖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여 하는 활동들이 나의 스펙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것이지, 무언가가 되기 위한 수단으로 쌓는 무의미한 스펙은 나를 설명해주기 힘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 법률소비자연맹의 취지가 왜곡되거나 퇴색되는 것 없이 활동을 계속 해나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세 학기 동안 활동을 무사히 마친 나에게 격려를 하며 이번 학기를 마무리하고, 다음 학기에도 꾸준히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