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참 값진 시간들이었다-연세대 법 조철현
법률연맹
2012-07-06 09:5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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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연맹에서의 봉사활동은 나에게 참 값진 시간들이었다.
먼저 법대생인 내가 처음으로 법정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부끄럽게도 법학을 공부하는 내내 견학으로 헌법재판소를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법정 안을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항상 책으로는 딱딱하게 법을 접해왔던 터라 법정에 간다는 것이 여간 어색한 것이 아니었다.
특히 법정이란 곳이 법의 효력을 다투는 법치주의의 장임에도 불구하고 죄를 지었을 때 판사에게 판결을 받는 곳이라는 이미지도 마음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또 그나마 TV속 법률드라마를 통해 가공된 법조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막연하게 법정이란 곳은 내게 신성하고 매력적인 장소였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법정 안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원고 측 변호사와 피고측 변호사간의 현실적인 법률 공방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꽤나 충격적이었던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변호사들의 역할이 미미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전자소송으로 진행되었고, 변호사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재판이 진행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오히려 소송대리인을 취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변론을 하는 경우에 더욱 생동감 있는 재판이 되었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통해 변호를 하다가도 때로는 감정에 호소하여 판사의 주의를 끄는 모습들을 보면서 법률가에게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할 줄 아는 능력이 매우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많은 경험을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봉사활동은 내게 깨알같은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게 해 주었다.
내가 이번에 가장 주요하게 이루고자 했던 목적은 한 가지에 집중하기보다는 모든 종류의 봉사활동을 경험하자는 것이었다.
법정모니터링을 기본으로 르포 법생활, 학술세미나참가, 판결문리서치, 행정봉사 등 되도록이면 최대한 많은 종류의 봉사활동을 하고 싶었다. 그 중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은 르포 법생활이다. 국회나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시는 분들을 찾아가 취재하고 그분들의 억울함을 사실대로 구성하는 일이었는데 하는동안 내가 기자가 된 기분이었다. 또한 처음 만난 조원들과도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해서인지 금방 친해질 수 있었고, 무엇보다 늘 혼자 공부하고 생각했던 것들을 조원들과 토론하고 공유해봄으로써 생각의 폭을 더욱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가 취재한 할아버지는 현직 국회의원에게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호소하셨고, 연세가 있으셨음에도 불구하고 그 더운 날씨에 국회 앞에서 고독한 1인 시위를 하고 계셨다. 1인 시위를 할 정도가 되면 대부분 더 이상 법에 호소할 방법이 없을 때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사건 당사자로서는 보통 생계를 내팽개칠 정도의 간절함이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인터뷰한 할아버지의 사례도 그러한 간절함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정도가 다였고, 빨리 법을 배워 이러한 분들의 억울함을 귀담아 들을 수 있는 실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이 밖에도 다른 봉사활동들을 하면서 이런 활동들이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보편적인 법률복지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을거란 생각에 매우 뿌듯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법률연맹 봉사활동에 확신이 생겼고, 곧바로 하계 봉사활동도 신청했다. 이제 바뀐 목표는 올 한 해를 법률연맹과 함께 하는것이다. 늦게 문을 두드린 만큼 춘·하·추·동 올 한 해를 법률연맹과 함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