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알던 법,새롭고 더 깊은 모습으로 오다-이화여대대학원 이미순
법률연맹
2012-07-06 09:5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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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봉사활동에 대한 나의 견해는 일단 나의 실질적인 성장도 함께 가져 올 수 있는 활동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노력할 수 있는 것이 될 때, 오히려 책임감 있고 오래간다고 여겼다. 법률소비자연맹의 봉사활동도 나름 법대니까...하면서 이런 맘을 가지고 지원을 했다. 봉사도 하고 약간의 나의 성장도 기대하면서....
첫날 오티때 생각이 난다. 법률노래를 배우고, 좋은 강의도 들었다. 그치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연맹이 가진 정확한 시간개념이었다. 시작도 끝도 정확했던 그 모습이 적어도 나에게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이 기관에 대한 신뢰를 한층 깊게 했다.
그리고 시작한 공약충실도 조사....공선법 규정을 근거로 공약을 분석하는 것이었는데, 공약의 필요성 및 목표, 단계적 실현방법제시, 자금마련 방법 제시 등으로 분석된 후보들의 공약은 점수의 편차가 컸다. 놀라울 정도로 세세한 공약을 제시하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추상적인 문구들만 나열하여 어떤 책임도 물을 수 없고, 어떤 비판의 근거도 명확히 할 수 없는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경우도 많음을 실감했다. 내가 분석한 의원이 TV에 나오면 마치 그 사람의 벌거벗은 모습을 본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치르는 4.11총선은 내겐 많이 달랐다.
두 번째 형태의 봉사활동으로 행정봉사를 했다. OT때 간사님이 행정봉사를 추천하시기 않았다면 단순 노동이라 생각해서 신청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데, 간사님의 추천을 믿고 신청했다. 사무실에서 봉사활동의 효율성 재고를 위해 고민을 나누시는 간사님들의 모습...연맹 방문하시는 분이 도넛을 사오자 봉사자들부터 손수 챙겨주시던 총재님의 모습은...그 이후로도 연맹에 문의할 일이 있어 전화를 하게 되면 생생히 떠오를 정도로 조용한 감동이었다. 이렇게 일상에서 과장되지 않게 쌓인 연맹에 대한 신뢰가 봉사활동 내내 나의 마음을 유쾌하게 하는 힘이 되었다.
르포 법 생활 현장 취재...겁 없이 신청했다가 조금 고생을 했다. 이번 취재는 1인 시위로 한정되었는데, 시위자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까지 이 일련의 과정에서 일반인들의 법에 대한 여러 감정들을 만날 수 있는, 그러면서 나의 법 감정을 다시 열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법대라면 누군가 신청했을 법한 봉사활동인 판결문 리서치...정말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연맹에서 주신 분석틀에 따라 분석을 하면서, 이렇게 다각적으로 판례를 리서치하고 계신다는 생각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서도 이런 식의 분석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늘 법률 내용적인 면, 그것도 쟁점위주로 파편적이고 추상적인 지식들만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리서치를 하면서 판결 사안 하나가 판결문을 걸어 나와서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생동감 있는 분석이었다. 특히 재판당사자 검색과 소송대리인 과거판결기록을 분석하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분석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면서는 재판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이런 식의 접근도 상당히 유의미함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법정모니터링 활동이다. 법정은 이런 저런 기회로 갈 일들이 간간히 있어 이번 활동을 통해서도 딱히 새로울 게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역시나 이것도 아니었다. 우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소액재판, 행정재판을 경험했으며, 또 생각보다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고 직접 소송을 수행하고 계신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중앙지법이 어느 순간부터 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 기간 동안 가장 맘이 쓰이는 일은 역시나 일반인들의 언어와 법률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당사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다 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좋은 정책적 아이디어를 기대해 본다.
정말 다양한 영역을 경험했다. 새롭게 경험하는 것도 좋았고, 기존에 경험했던 것들은 더 깊게 또는 새로운 각도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봉사자들의 열의와 시간을 소중히 여기시고 좋은 분석틀을 개발해 주시어 각자의 느낌을 새롭게 하게 해 주신 점에 감사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