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법정에서 발견한 나의 미래-서울대 법 이지혜
법률연맹
2012-07-06 10: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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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제가 처음 봉사를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불과 몇 달 전 일입니다. 대학생활 4년 동안 무한 경쟁 속에서 힘겹게 버텨내고 오직 시험에의 합격만 바라보던 제가 끝내 불합격 통지를 받고 허무감에 빠져있을 때였습니다. 그 땐 제가 해온 것은 무엇이며 앞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허탈감과 절망 속에 헤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절망에 빠져있을 여유도 없이 새로운 학기를 준비해야 했으며, 저는 무기력하게 수강편람을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그 때 한 가지 제 눈길을 잡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사회봉사 과목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저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봉사활동의 매력에 빠져 저에게 봉사의 기쁨과 행복감을 열정적으로 설명하던 것이 떠올랐고 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신청버튼을 누르게 되었습니다. 제가 특히 법률소비자연맹에 봉사신청을 하게 된 이유는, 저의 전공이 법학이면서도 평소에 저 스스로 법학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았고, 수업을 들으면서도 법조계의 모습은 전혀 와 닿지 않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법률소비자연맹에서 봉사활동을 하면, 봉사의 의미뿐만 아니라 저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인 것입니다.
드디어 새 학기가 시작되었고, 곧 오리엔테이션이 열렸습니다. 오리엔테이션 때, 대표님의 말씀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떠한 세속적 목적을 갖고 봉사에 임하는 것보다, 열정 하나로, 마음 하나로 봉사에 임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며 가치 있는 일인지 몸소 실천하시며 연설하시던 그 모습에 저는 감동을 받았고, 저 또한 제 인생에서 그런 열정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학기 봉사활동에도 열심히 임해야겠단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국회의원 총선거가 실시되는 기간에 공약충실도 분석을 하였던 것은 참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구의 국회의원들과, 주변 지역들의 국회의원들 수 십 명의 공약을 직접 살펴보고, 그들이 얼마나 충실하게 공약을 내세웠는지 분석하는 기회는 앞으로 또 겪어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만큼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저의 지역구에서 출마하는 국회의원들의 공약을 확인하고 따져보는 과정에서 총선에 대한 관심을 높이면서도 저 스스로 주체적인 시민의식을 느낄 수 있었고, 이제까지 아무 생각 없이 정당 위주로 투표하던 제 자신을 반성해보기도 하였습니다. 한편, 실제 공약을 분석해 본 결과 공약을 위한 공약일 뿐인 것이 너무 명백하게 드러나는 일들이 많아, 그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시민들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평가 기준에 부합하게 매우 충실하게 공약을 내세운 후부들이 몇 없다는 것은 씁쓸한 일이었으며, 정치가들이 진정 사회에 기여하고 발전을 이끌 소명의식을 갖고 있다면 공약에서부터 그 뜻이 잘 드러나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봉사활동을 한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법정 모니터링입니다. 법을 전공하면서도 법원에 딱 한 번 밖에 가보지 못한 저로서는, 이번 기회에 여러 법정을 들러보고 꼼꼼히 모니터링용지를 작성해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습니다.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발걸음을 옮겨 법원에 들어서고, 민사, 형사, 행정법원을 각 3번 씩 방문하며, 결론적으로 전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제가 아직 학생 신분으로서 실무를 경험해 본 것은 아니지만, 법정의 분위기, 판사, 검사, 변호사의 태도, 사건의 진행 등을 보며 저 스스로 매우 몰입하게 되는 것을 느꼈고, ‘나도 저 속에서 열정적으로 변호하고 싶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 것입니다.
법정 안의 모습은 아홉 번 모두 제각각이었습니다. 검사들 중에는 매우 열정적으로 진술하는 검사도 있었지만, 피곤이 얼굴에 다 드러나 다소 힘없이 형식적으로 발언을 하는 검사도 있었습니다. 변호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의뢰인의 승소를 위해 호소력 있게 말하는 변호사, 차분하면서도 연륜이 느껴지는 말투의 변호사, 판사에게 주눅이 든 듯한 태도를 보이는 변호사, 형식적으로 대답만 하고 마는 변호사. 판사들 중에는 당사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판사, 변호사의 준비 미흡에 고압적으로 혼을 내는 판사, 재판을 빨리 진행하려는 듯 당사자를 재촉하는 판사, 아주 친절하고 상냥하게 당사자를 대하는 판사 등이 있었습니다. 사건들 또한 매우 다양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영화 ‘도가니’의 일부를 보는 듯 한 재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농아자로, 심적으로 피해자만을 두둔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법정의 분위기는 매우 긴장되고도 많은 이들의 관심으로 열기가 넘쳤습니다. 한편, 피고인인 남자 농아자를 고려해가며 천천히 조심스럽게 재판을 진행해 가는 모습이, 피고인 무죄추정의 원칙을 실천하는 현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와 같은 법정 모니터링을 통해, 본받고 싶은 법조인의 모습들을 찾을 수 있었으며, 동시에 반면교사로 삼아야겠다는 법조인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학교 수업에서 배웠던 내용들이 실제 재판에서 활용되는 것을 보고, 제가 공부했던 것들이 실무와 동떨어진 것만은 아님을 깨닫고,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할 의욕을 되찾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장차 법조인이 되었을 때 저의 모습을 상상해보며, 다시 한 번 제 미래를 준비할 힘과 원동력을 얻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제 봉사가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되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제가 작성한 용지들과 문서들을 누가 열람하고 어떻게 활용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가장 큰 수혜자는 저 자신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땀을 흘리며, 발품을 팔아 봉사활동을 하면서 저는 다시금 삶의 의욕을 찾을 수 있었고, 열심히 노력할 때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저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았고, 시민으로서의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법률소비자연맹에서 더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다짐을 하며 2012년 1학기 봉사활동은 이렇게 즐겁게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