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우리 연맹일을 도와주러 온 사람-성균관대 법 정수현

3월 28일, 법률연맹의 OT가 있는 날이었다. 비가 와서 쌀쌀했던 날씨에도 불구하고 OT장소에 가보니 매우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것이 인상적이였다. 그동안 노숙자 무료급식봉사, 공부방에서 학생들 가르치기 등 여러 봉사활동을 해보았지만 언젠가 나의 전공과 연관된 봉사활동을 꼭 해보고 싶었었는데, 그런 기관이나 기회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더더욱 이번에 참가하게 된 법률소비자연맹에서의 봉사활동은 나에게 많은 기대를 주었다. OT에서는 봉사활동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받았다. 또한 이 날은 특별히 4.11 총선을 맞이하여 중앙선관위에서 나오신 분이 선거에 대한 개괄적인 강의를 해주시고 학생들의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는데 최근 개정된 선거법에 대해서도 잘 설명해 주시는 등 유익한 시간이였다. 보통 봉사활동을 하러 가면 그 소속 단체분들이 봉사활동자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잘 신경을 못써주시거나, 혹은 불친절한 태도로 대해주실 때도 많은데 법률소비자연맹 분들은 한분한분 너무 친절하시고, 행정봉사를 하러 갔을 때도 ‘우리 연맹일을 도와주러 온 사람’ 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나를 대해주시는 것 같아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올해 4.11 총선으로 새로 생겨난 봉사활동이 몇 개가 있었는데, 4년에 한번 있는 국회의원 선거이니만큼 총선과 관련된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를 하였는데 답변지를 받고 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좀 놀라웠다. 또 두 번째로 진행한 총선관련 봉사활동은 의정모니터링으로 국회의원 후보자의 공약을 분석하는 일을 하는 것이였다. 그동안 투표를 하면서 부끄러운 일이지만 후보자들의 공약을 철저히 분석해 본 적이 없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서 그들의 공약을 살펴보았다. 정말 지역사회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치열하게 고민한 후 내놓은 공약도 보였고 실현가능성 없는 공약만 줄줄이 나열한 후보자도 있었다. 이 봉사활동을 통하여 투표를 할 때 나의 한 표가 얼마나 중요한 곳에 쓰이게 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의미있게 했던 봉사활동은 법정모니터링이였다. 실제로 재판하는 과정을 보고 그 내용을 듣는 것은 내 전공이 법학이라 그런지 매우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는 공개재판주의를 인정하고 있어서 사건 당사자가 아닌 사람도 법정에 들어가서 판결을 볼 수 있게 되어있다. 처음에 법정에 들어갔을 때에는 엄숙한 분위기에 주눅도 들고는 했지만 이내 잘 적응하여 모니터링을 잘 하고 온 것 같다. 여러 판결들을 지켜 보았지만 두가지 정도의 재판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그 중 하나는 방글라데시 외국인이 난민 인정 거부 처분을 받고 이에 불복하는 취소소송을 낸 행정소송이였다. 한국말이 통하지 않으니 통역사까지 나서서 그들의 말과 사정을 정하고 피고인 법무부 상대방과 설전을 벌이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피고는 자국에서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범죄로 범인으로 몰리고, 반정부 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지역사회 경찰에게 쫓기는 몸이였다. 필사적으로 한국에 남으려는 모습이 안타까워 기억에 많이 남았던 것 같다.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재판은 준강간 형사재판이였다. 첫 공판일이라 사건의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지만 놀라웠던 것이 바로 내가 다니는 대학교 앞에서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이였다. 물론 재판의 결과가 내려질 때까지 피고인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받지만, 검사의 구형과 사건 개요를 들어보니 자연스럽게 그 피고인이 무서워지기 까지 했다. 또한 피고인이 현재 피해자와 합의를 하기 위해 합의금을 마련하는 중인데 피고인은 재판이 시작되면 보통 피해자의 감정이 격앙되어 합의를 안하게 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다음 공판 날짜를 조금 미뤄달라고 재판부에 말하는 것을 보고는 어찌보면 당당한 피고인의 태도가 황당하기도 하였다.
언론 모니터링과 법정모니터링 모두 다른 곳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활동이라서 하면서도 힘든 점 보다는 뿌듯하고 뭔가 나의 공부나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 재미있게 했던 것 같다. 최근 나의 진로에 대해 막막하고 또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전공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던 것이 사실인데, 오히려 법률소비자연맹 봉사활동을 하면서 나의 진로에도 확신이 생기고, 법학을 전공한 것이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개인적으로도 무척 좋았던 기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