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의미 있는 봉사 활동-서울대 경영 김지만
2년간의 대학생활이 끝날 무렵, 나는 무기력증에 빠져있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던 2년이었지만, 비슷한 나날들이 반복되면서 삶의 열정을 잃어버리기도 했고, 뜻한 대로만 일이 풀리지 않아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군대를 갈까도 생각해보았지만, 1년 후면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로스쿨에 가기 위해 2년간 열심히 준비해왔는데 도전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이 옳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삶에 의미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일을 찾던 나에게 봉사라는 일은 참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많은 이들이 말하는 봉사를 통한 즐거움과 의미를 느껴보고 싶기도 했지만 사실 학창 시절 내내 입시에 목매달아 살아왔기에, 나를 위한 일에는 누구보다 열심이었지만, 남을 위한 일에는 참으로 무관심했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에라도 대학생 시절 의미 있는 봉사 활동을 해보고 싶었다.
여러 봉사활동 중 법률소비자연맹을 택하게 된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나에게 있어서 실제로 법과 관련된 활동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법조계에 대해 막연히 가지고 있던 환상과 실제와의 괴리를 조금이라도 좁혀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둘째로는 법률소비자연맹에서의 봉사가 간접적이고 2차적인 성격의 봉사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흔히 직접적인 봉사만을 참된 봉사라고 생각한다. 이런 봉사로는 노약자나 장애인들을 도와준다던가, 헤비타트와 같이 힘든 노동을 한다던가 하는 게 있을 수 있겠다. 이러한 종류의 봉사활동이 큰 의미가 있고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고등학교 시절 이런 일을 해보면서, 이런 일에 서툴거나 적성이 없는 사람이 함으로서 발생하는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을 느낀 적이 많았다. 따라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더 사회에 기여하는 일이라는 시각을 가지게 되었고, 이러한 종류의 봉사활동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법률 소비자 연맹에서는 다른 곳과 다르게 다양한 종류의 봉사활동을 추진하고 있었기에 이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느꼈다.
실제로 10가지가 넘는 봉사활동을 해 보면서 나는 전에 없었던 즐거움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은 법률노래 작곡봉사였다. 사실 정말로 많은 봉사자들이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법이라는 것은 이성과 논리의 결정체와 마찬가지로 인식되어있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관련 활동이 이와 비슷한 성격을 지닌 행정, 언론, 정치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음악을 좋아해 직접 배우기도 했고 관련 회사에서 인턴을 하기도 한 나의 경험을 살려 작곡봉사를 하게 되었는데, 남과 다른 나만의 장점이 있고 이것이 인정받는다는 생각에 참으로 뿌듯했다. 그렇게 10곡에 가까운 노래를 작곡하고 지도하면서 법과 전혀 상관이 없어 보였던 나의 흥미가 의외의 곳에서 발현될 수 있다는 사실에 즐거움을 느꼈다.
그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모든 봉사자들의 의무사항인 법정 모니터링이었다. 법정 모니터링 활동은 직접 재판정에 들어가 방청석에 앉아 내용을 기록하는 것이기 때문에 판사와 변호사, 그리고 검사가 실제로 어떠한 일을 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모두가 나이 지긋하고 정장을 입고 있는 재판정에 학생이자 참관자 신분으로 들어가는 것이 당황스럽고 눈치가 보이기도 했지만 이를 통해 법조인으로서의 삶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법정에서는 실제로 어떠한 용어가 사용되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처음 들어간 재판은 삼성전자와 애플간의 소송이었는데, 뉴스에서만 보던 큰 사건을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었던 경험은 결코 잊지 못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공약 충실도 분석 역시 흥미롭게 했던 봉사활동 중 하나였다. 평소에 투표를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긴 했지만, 후보자들의 세부적인 공약보다는 전체적인 정치 상황에 기초해 투표를 해왔기에 벽보에 붙은 공약들에 대해서는 형식적으로만 치부해온 적이 많았다. 그러나 실제로 후보들에 대한 공약을 분석해보니, 구색만 맞춰놓은 후보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후보들, 특히 무소속이나 소수 정당의 후보들이라도 진정성과 성실성이 느껴지는 공약들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선거문화가 정치상황 뿐 아니라 후보자 개인의 행정능력을 고려해서 뽑는 방향으로 진화해나간다면 조금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문득 들기도 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봉사활동을 수행하면서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연맹을 자주 내방하다 보니 나와 같은 수백명의 봉사자들을 관리하고 점검하시는 연맹의 간사님들에 대한 존경심도 싹트게 되었다. 이러한 업무의 양이 결코 적지 않은데도 늘 친절함과 사려 깊음으로 대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분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도 했고, 그 덕에 처음 생각했던 것 이상을 봉사활동에서 얻어갈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대한민국 사회의 한 시민으로서, 그리고 법조인을 지망하는 학생으로서 앞으로도 이번에 느꼈던 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공헌의식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