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일석이조의 활동-고려대 법 양지수

졸업을 앞둔 4학년 1학기, 주변 사람들이 학교를 떠나 사회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그동안 이루어 놓은 것이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학교 수업을 듣고 책을 본 것 외에는 딱히 이룬 것이 없었다.

학교를 떠나기 전 이제까지 배운 법 지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없을지 찾아보던 도중 같은 과 동기가 법률연맹에 대해 알려주었고, 뜻깊은 경험이었다는 말을 들어 나도 참여하게 되었다.


OT에 참석하여 법과 관련된 노래를 부를 때만 해도 낯선 기분만 가득했지만 이후 지급받은 자료의 프로그램 목록을 보고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법대생이라곤 하지만 수업이나 시험공부 외에는 실생활에서 전혀 법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프로그램들은 내가 직접 법을 체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자신에게 맞는 활동을 골라 참여하는 등 자율도가 높다는 점에서도 좋았다.


이번 봉사기간동안 네 가지의 활동에 참여하였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법정 모니터링 활동이었다.


이제까지 직접 재판을 보러간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첫 모니터링을 할 때는 긴장이 많이 되었다.

그러나 차츰 방청을 해나가면서 그런 마음은 사라지고 국민의 재판권 실현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감시한다는 점에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재판정에서 재판당사자에게 위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재판관이 꽤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물론 신문이나 뉴스에 나온 케이스처럼 당사자를 완전히 무시하고 반말을 일삼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당사자가 주눅 들어 말을 잘 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드는 분들이 간혹 계셨다.

이러한 판사들의 행동이 고쳐지기 위해선 법정모니터링이 꼭 필요할 것 같았고, 그 활동을 내가 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법정에 저런 판사님만 계신 것은 아니었고, 민사 소액재판을 방청하였을 때의 판사님은 정말 친절하셨다.

나이가 많은 당사자들을 위해서인지 말씀을 천천히 하시기도 하고, 긴장한 당사자들에게 웃어주시기도 하여 모니터링을 하는 나마저 안정되는 느낌을 받았다.

만약 내가 재판을 받을 일이 생긴다면 이런 판사님께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법정 모니터링을 통해 이처럼 고압적이지 않은 법정이 만들어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또한 다른 민사재판에서 재판 참여관께서 재판이 전자소송 방식으로 진행되는 과정, 재판 문서를 처리하는 방법을 보여주시고 다음 사건의 사실관계를 함께 살펴보고 이에 대한 질문을 하시는 일도 있었다.

약간은 당황스러웠지만 재판 진행과정을 직접 확인하고, 질문에 답하면서 평소에 배웠던 지식을 떠올려보기도 하는 등 유용한 시간이었다.

조금은 시들해졌던 법에 대한 관심을 다시 찾을 수 있었고, 공부에 대한 의욕을 되찾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법정모니터링 말고도 직접 법률연맹 사무실에 가서 행정봉사를 하기도 하였는데 시설이 생각보다 열악하여 걱정이 되었다.

한창 추웠던 12월에 가서 일을 하였는데, 일하면서 언뜻 이야기를 들어보니 수도관이 잠겨서 물이 안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난방도 비용 때문에 잠깐 틀었다가 끄는 것 같았다.

OT 때 들은 소개를 떠올려보니 공정한 감시, 비판 활동을 위해 정부나 다른 기관에서 보조금을 전혀 받지 않는다고 했는데 국민을 위해 사법감시에 앞장서는 기관인데 후원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 안타까웠다.


졸업하기 전에 이렇게 귀중한 경험을 쌓게 되어 다행이고 사법감시를 통해 조금이나마 사회에 도움이 됨은 물론 나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의 활동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더 자주 참여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는데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참여해보고 싶고, 다른 사람들도 많이 참여하여 내가 느꼈던 뜻깊은 경험을 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