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감시의 필요성을 느끼며-서울대 언론정보 정지윤


민주주의를 비롯해 오늘날까지의 정치철학, 정치체제의 발전 성과와 그 발전 과정은 옳음, 즉 법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는 의회와 같은 직접적인 정치 주체에 의한 ‘정치’라기 보다는 광의의 의미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해 모두가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리고 법은 이러한 과정의 결과로 얻어진 공동체 모두의 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체감되는 법은 진정한 법의 공동체적 의미와 괴리되어 있으며, 법의 제정과 집행 역시 우리의 삶과 멀찍이 거리를 두고 있다.

법률소비자 연맹은 이러한 현실에 맞서 입법, 사법과정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감시를 지향하는 단체다.

때문에, 여타 시민단체를 폄하할 의도는 없으나, 법률소비자 연맹은 그 어느 시민단체보다도 우리 사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단체라 할 수 있다.


봉사 기간 동안 두 가지 봉사활동에 참여하였다.

우선 의무 사항으로 9개의 법정에 대한 법정모니터링을 진행하였다.

법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까닭이기도 하지만, 법정모니터링을 하는 과정에서 늘 관심과 의문이 든 지점은 판사, 검사, 변호사, 원고, 피고 등 재판 참여자 간의 관계설정에 대한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재판정 마다 판사, 검사, 변호사를 비롯한 재판 참여자 간에 설정되는(혹은 체감되는) 위계관계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각 주체별로 주어진 역할이 있으며 판사에 대해서는 재판장으로서의 기본적인 존경을 표해야하겠지만, 재판을 ‘지배’하는 판사와 재판을 ‘이끌어 가는’ 판사는 분명히 성격을 달리한다.

이러한 양상은 피고 혹은 원고의 재판 참여 태도에 의한 경우도 있었지만, 주로 담당 판사의 성향에 영향을 받았다.

재판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하겠지만, 동일한 법 앞에서의 재판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감하는 것은 이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느낌이었다. 사법기관에 대한 감시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 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의정모니터링에 참여하였다.

구체적으로 광역의회 모니터링으로 서울시 의회 도시관리위원회 행정사무 감사 회의록 분석을 진행하였다.

회의록을 토대로 감사위원의 질의 요지와 감사기관 측의 답변 요지를 정리하는 작업이었다.

늘 언론의 감시를 받는 국회와 달리 광역, 기초의회는 국민과 언론의 관심밖에 놓여있다.

광역, 기초의회의 역할과 그 성과에 대해서도 잘 알려진 바 없으며, 일부는 광역 기초 의회 의원의 의정활동비를 들며 세금 낭비를 지적한다.

개인적으로 국민, 언론의 국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지나칠 정도이며 오히려 우리 눈 밖의 광역, 기초의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요청된다고 생각해왔다.

때문에 오리엔테이션 참여 시 해당 봉사활동을 발견하고 매우 반가웠으며, 나름대로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행정 감사 회의록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 예상과 달리 광역의회(서울시의회)의 운영은 비교적 우수했다.

한편 모니터링 도중 무례한 언사, 권위적이고 시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도 할 수 있는 발언내용에 답답함을 느끼고, ‘대체 어느 지역구이고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얼굴이나 한번 보자!’하며 인터넷 검색을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더불어 구체적인 감사내용들을 살피며 진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해당 분야의 의정 및 시정활동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힐 수 있었다.

서울시 의회에 대한 모니터링과 더불어 시정활동에 대한 모니터링도 함께 진행되는 까닭에 예산의 계획과 집행, 집행과정에서의 민간, 지자체, 의회 간의 조율 등 다양한 과정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 역시 가능했다.


앞서 정치와 법에 대해 짧게나마 언급하였다.

솔직히 말해, 실제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느낀 법과 정치 활동이 앞서 언급한 만큼의 그것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약간의 귀찮음을 느끼기도 했으며, 가끔은 기계적으로 모니터링에 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진정한 법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고민하고 몸소 법과 법에 근거한 정치과정을 체험하며, 보다 더 성숙한 시민으로서의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