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정말 무언가를 배워가고자 한다면..-서울대 자유전공 한충엽
저는 막연하게 법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학생이었습니다.

즉 법 공부에 대해 뜬 구름 같은 동경만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을 뿐, 로스쿨 진학과 졸업 이후 어떤 삶이 펼쳐질지에 대해서는 무지하고 또 무관심하였습니다.

이는 어찌 보면 얼토당토 않는 일이었습니다.

법학 공부를 토대로 미래에 저 자신이 어떠한 정체성을 추구하고 무슨 가치관에 따라 살아갈지가 더 중요한 것이건만 저는 학부 졸업이 가까워지도록 이에 대한 고민이 결여되어 있던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평소에 별 고민 없이 해오던 학업, 그리고 향후 펼쳐질 실무 사이의 괴리는 로스쿨 입시 준비가 다가올수록 고민으로 다가왔고, 올바른 길을 가는 것일까 하는 회의도 점점 커져갔습니다.


하지만 제가 학교 이외의 곳에서 법조계 현장을 피부로 느낄 기회는 많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의 부족한 노력과 의지를 합리화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현장에서의 법과 저를 매개해준 통로가 되었던 것이 법률소비자연맹이었습니다.

학교 사회봉사 교과목에서 이곳을 알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저의 뒤늦은 봉사활동이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겨울 방학 동안 법정모니터링, 언론모니터링(경제사설 분석), 행정봉사 세 가지 활동을 하였습니다.

이중 법정모니터링은 제가 그동안 정말로 필요로 했던 것에 대한 갈증을 풀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일전에 읽은 책에서는 시민과 유리된 법이라고 하였습니다.

법원은 우리 사회 내에 우두커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일반인의 삶과 법원 내 세계와의 간극은 그만큼 크다는 표현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 괴리가 국민들로 하여금 법과 법원, 재판관을 경원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람들은 법관들을 겉으로는 예우하고 자기 자식들이 법조인이 되기를 바라면서도 법원과는 얽매이지 않는 것이 속 편한 일이라 여깁니다.


첫 방청 당시의 느꼈던 감정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법정 내 엄숙함에 압도되어 느낀 질식감 속에서 모니터링은 불가한 것이었습니다.

법원 경위님이 혼자 앉아 있는 나를 제지하지는 않을지, 내가 지금 법정에서 너무 튀어 보이는 것은 아닌지 방청 내내 좌불안석이었습니다.

이후 10번 가까이를 더 법정에 들락거린 지금에도 법정 문을 들고 들어서는 순간만큼은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이는 아직도 법정에 대해 느끼는 거리감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판사와 검사, 변호사의 업무 모습을 실제 감상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큰 만족을 느낍니다.

물론 재판에 비춰지는 법조인의 모습은 실제의 것에 극히 일부라고 합니다.

재판에서의 근엄한 판사의 모습 이면에는 홀로 쌍방의 주장 사이에서 사실관계를 확증하기 위해 고뇌하는 수많은 시간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그동안 막연히 상상하던 모습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생생한 현장을 보았던 것이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다음으로 경제신문 사설 분석에 대해서는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00개에 가까운 사설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에 어떤 이슈가 있었고 얼마나 회자되었는지 알아가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또 언론 모니터링을 한다면 경제신문 사설 분석을 다시 하지는 않을 것 같고,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도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유는 우선 경제일간지의 사설 게재가 체계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설을 아예 게재하지 않는 신문사도 있고 일, 주마다 게재되는 사설의 수도 천차만별입니다.

때문에 신문사별로 보도량, 게재 건수 등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둘째로 신문사의 수는 많을지언정 신문마다의 시각, 성향 등은 결코 다양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하나의 이슈에 대해서도 정반대로 나타나는 입장과 논조를 발견하는 흥미 등을 얻을 수는 없었습니다.


행정봉사를 통해서는 연맹의 활동이 어떠한 것인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6번 정도밖에 행정봉사를 하지 못했지만 제가 하였던 일은 꽤나 다양하였습니다.

기초자치단체장 공약 이행 조사와 피드백, 국회의원 홈페이지 기사 저작권 준수 여부 조사, 보도자료 조사 등등. 이는 그만큼 연맹에 계신 분들이 주도하는 활동이 다양함을 보여주는 근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1학기 때도 법률연맹에서 봉사를 계속 하고자 신청을 하였습니다.

봉사 활동을 계속하기로 한 것 자체가 이를 통해 제가 얻어가는 것이 많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또한 주위 친구, 후배에게도 이곳에서의 봉사활동을 적극 권할 것입니다.

쉽게 봉사시간 만을 채우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 무언가를 배워가고자 한다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