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13년 겨울 그리고 지금-서울대 경제 배재범
법률소비자연맹을 처음 알았던 때는 2010년 여름이었다.

지금은 로스쿨에 진학한 내 친구는 당시에도 법에 관심이 굉장히 많았었다.

어느 날 그 친구가 법원에 법정 모니터링을 하러 간다는 얘기를 했고, 관심 있으면 같이 가자는 말을 했었다.

그 길로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가서 민사재판을 방청했고, 그것이 내 법정 모니터링의 시작이었다.


사실 나도 전부터 법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었다.

고등학교 때만 해도 대학에 가서 법학을 전공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법대를 가기 위해 문과로 진학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9년 로스쿨 제도가 생기면서 대부분의 대학에서 법대가 사라지게 되었고, 그것으로 법학을 전공하겠다는 나의 길은 사라진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경제학이라는 새로운 전공을 시작하면서 굉장히 흥미를 느꼈고, 앞으로 이를 전문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 따라 들어간 법정 모니터링의 경험은 나로 하여금 다시 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드는 하나의 계기였다.

물론 법정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치열한 두뇌싸움이나 논리 전개가 눈에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약간은 김이 빠지는 느낌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변호사는 변론의 대부분을 서면으로 제출하고 판사는 이를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흔히 알려져 있던 법정의 느낌, 흥미진진하거나 혹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런 모습은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법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눈으로 확인하니 오히려 법조인의 삶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단순히 몇 장으로 제출되는 서류에 어떤 논리 전개가 숨어있을지, 판사가 판결을 내릴 때 어떤 근거로 판결을 내리는지 궁금해졌다.

분명 그 안에는 법정 드라마나 영화가 극적으로 재현해낸 것 이상이 숨어져 있을 거라 생각하니 그 모습이 더 궁금해진 것이다.


군 제대 이후 본격적으로 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나는 그 때의 법정 모니터링 경험이 여전히 뇌리에 남아있었다.

학생으로서 내가 실제 법조인들이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라고 생각한 결과 법정 모니터링이 그 답을 제시해줄 수 있었다.

그래서 2013년 겨울학기에 법률연맹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법률연맹이 하고 있는 일의 극히 일부만을 보고 들어간 것이다.

처음 오리엔테이션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법정 모니터링이 주라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충격이었다.

봉사활동만을 하는 단체도 아닌 것은 물론이거니와,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봉사활동 중에서도 법정 모니터링은 활동의 하나에 불과했다.

의정 모니터링, 판결문 리서치, 실태조사, 번역, 통역, 법 관련 각종 아카데미 활동 등 법률연맹 봉사활동이 다루는 활동은 굉장히 많았다.

내가 잘 모르고 연맹에 봉사활동을 신청했다고 생각한 한편, 다른 활동들은 어떤 활동들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가능한 많은 활동을 넣어서 활동을 시작했다.


모니터링, 번역봉사, 행정봉사, 실태조사 등 많은 활동을 하고 난 지금 떠올려보면 2013년 겨울은, 정말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공동체를 위해 처음으로 행동했던 시기였다.

개인으로서, 학생으로서, 혹은 가족 구성원으로서 행동한 적은 굉장히 많았다.

하지만 정말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사회 조직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확인하는 한편,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행동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특히 행정봉사를 하면서, 내가 정리한 자료에 의해 지차체장들이 실제로 행동하는 모습을 볼 때는 괜시리 뿌듯해지기도 했다.

사실 내가 한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어렵지 않은 활동 하나 하나가 모여 공동체를 바꾼 것이다.

이번 경험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2014년 봄에 새롭게 연맹에서 활동을 계속하기로 생각했다.

13년 겨울의 경험과 기억을 되살려서 더 발전된 모습으로 활동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