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주권의식이 가슴 속에서 부활-서울대 경제 한상민
법률연맹
2014-03-07 18: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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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소비자 연맹에서의 두 번째 봉사활동은 활동 기간 상으로는 지난 학기보다 짧았지만 압축적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다.
지난 학기 봉사에서 국정감사 모니터링에 참가하며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주권의식을 고양할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행정봉사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장 공약이행률 조사에 참여하며 자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사실 성실하고 규칙적인 활동을 위해 자기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다른 활동들을 포기하고 행정봉사에 지원한 것이었기 때문에 어떤 지적인 충족감을 기대하지는 않았었다.
큰 고민 없이 처리할 수 있는 단순한 서류 작업을 생각했는데 정작 주어진 과제는 매우 흥미롭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일이었다.
처음 직면한 과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공약이 임기 막바지인 현재 제대로 이행되었는지를 체크하는 일이었다.
신문 기사나 지자체 자료를 통해 근거자료를 수집하고 이행 정도를 세분화된 기준에 따라 평가해야 했다.
구정 전에는 행정봉사에 많이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작업은 이틀 정도만 맡아서 진행하였다.
나중에야 든 생각이고 여담에 가깝지만 신문 기사를 찾을 수 없다고 해서 해당 공약이 미이행된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작업했어야 했다.
홈페이지 공약 일치도 조사를 후속작업으로 진행하다보니 언론에는 보도가 되지 않았지만 지자체 홈페이지에 올라온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는 내용도 많았다.
이처럼 하나의 큰 과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씩 맡아서 진행해보니 연맹이 효과적으로 활동하려면 봉사자들의 성실하고 세심한 참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구정 이후에는 꾸준히 행정봉사자로 활동하면서 주로 지자체 홈페이지 공약일치도 조사 및 국회의원 홈페이지 저작권법 위반 사례 수집 등을 했다.
처음에는 ‘행정봉사’라는 타이틀만 보고 선택한 활동이지만 결과적으로 법률소비자 연맹의 역점 사업에 부족하나마 기여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
더불어 법률소비자 연맹의 활동이 형식적이고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진화하고 굉장히 창의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특히 270여 명의 국회의원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하여 저작권법 개악의 실태를 고발하고자 한 시도에 경이롭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행정봉사 이외에는 필수 봉사인 법정모니터링을 비롯하여 학술 세미나 모니터링, 그리고 판결문 리서치 봉사활동을 수행하였다.
처음에는 모니터링을 위해 법정에 출입하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제각각인 재판 일정에 맞추기도 어려웠지만 익숙해진 후에는 사건 내용이 흥미롭게 느껴지고 법관이나 재판 참가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여유롭게 관찰할 수 있었다.
평소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활동이었다. 법관이나 검사, 변호사 등이 수레에 서류를 싣고 다니는 것을 보 법조인의 노고가 새삼 와 닿기도 했다.
판결문 리서치를 하면서는 판결문 사본 제공 신청 절차가 지연되어 애를 먹었다.
전화를 해도 비실명화 작업 때문에 손을 쓸 수 없다고만 이야기하고 정확한 기일을 알려주지 않으니 활동하기가 어려웠다.
법원 홈페이지에 민원 글도 올리고 이 때문에 직원에게 전화도 받고 여러 가지 경험을 했다.
물론 다수의 판결문 제공 신청으로 인한 법원의 행정 소요는 알고 있다.
하지만 5분, 10분이면 완료되는 작업이 첨단 전산망을 갖춘 국가에서 2주씩이나 걸린다는 것은 국가에서 국민의 수요에 맞는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보였다.
일선 공무원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전체적인 시스템에 대해서는 답답한 감정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지난 학기에 비해 이번에는 경험해본 활동들도 있고 하여 수월하게 활동할 수 있었다.
역시 연맹 활동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평소에 담을 쌓고 지냈던 주권의식이 가슴 속에서 부활하고 정치에 대한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약 이행률 조사를 위해 연맹 사무실에 앉아있으면서 많은 전화벨 소리를 들었다. 공약 이행률 조사 결과에 당황한 공무원들이 걸어오는 전화였다.
이런 것이 시민의 참여가 낳은 영향력이 아니고 무엇일까.
법률소비자 연맹의 앞으로의 활동에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격려와 지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