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법률연맹에서의 봉사활동을 마치며-서울대 인류 권현지
법률연맹
2014-12-11 11: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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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에는 수업도 수업이지만 좀 더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사회봉사 교과목을 알아보던 중 법률연맹에서의 봉사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유명한 NGO단체이기에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처음에는 사실 시민단체에서의 봉사활동이 조금 낯설고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는 몰랐기에 선뜻 신청하기 망설여졌다. 하지만 홈페이지에 들어가 여기서 하는 구체적인 활동과 봉사활동을 하는 대학생이 많음을 알고 나도 한번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법률연맹 사무소에서 하는 오리엔테이션에 갔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협소한 공간에 조금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오히려 그렇게 어쩌면 열악해 보이기도 하는 환경이 법률연맹의 성격과 정부의 지원 없이 올곧은 시민운동을 하겠다는 소신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법률연맹에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은 법정모니터링, 국정감사모니터링, 언론모니터링, 국회의원 공약분석, 번역 봉사 등으로 매우 다양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공교롭게도 내가 한 봉사활동은 모두 정치와 관련된 분야였다. 가장 먼저 한 활동은 행정봉사로 국회의원의 공약을 엑셀로 정리하는 작업이었다. 단순한 작업이었지만 수많은 공약을 보면서 나름대로 느낀 바가 많았다. 바람직한 공약이라고 하면 그 목표를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내세우고 실현을 위한 방법과, 기간, 재정적 근거 등을 제시하는 매니페스토의 요건을 만족한 공약일 것이다. 실제로 공약을 정리하다보면 자연히 국회의원들 간의 공약을 비교하게 되는데, 어떤 국회의원은 아주 세밀하고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는 반면 어떤 국회의원은 굵직굵직하고 포괄적인 내용의 추상적인 공약을 내놓기도 하였다. 후자와 같은 공약은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할뿐더러 공약이행여부를 판단하기도 어려워 실질적인 공약이 되지 못한다. 사실 웬만한 관심이 없다면 국회의원들의 공약을 다 일일이 읽어보고 투표를 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지만 이번 활동을 통해 공약을 바라보는 안목이 조금은 생긴 것 같다. 또한 국회의원이 당선 되고나면 유권자들이 당선자가 공약을 이행하는 지에 대해 무관심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사후 평가 역시 철저하게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국회의원들에게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학기 봉사활동의 핵심은 국정감사였다. 세월호법의 여파로 준비기간이 짧았던 만큼 부실국감이라는 비난도 받았지만 생각보다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비판과 현실적인 정책대안이 오고가는 설전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 때는 여야 국회의원보다는 오히려 피감기관인 문화재청의 부조리한 실태에 놀랐으니 말이다. 아쉬웠던 점은 내가 참관했던 국정감사만 그랬던 것일 수도 있지만 자리배정이나 자료제공과 같은 모니터요원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과 개인이 다 하기에는 너무 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를 현장에서 모니터링 했을 때는 세월호 사건 일로 기자들이 가득한 상황에서 국회의원의 이석상황을 살피면서 동시에 질의내용을 속기하는 것이 무리여서 매우 정신없이 모니터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석상황이나 질의내용 모두 살펴봐야 할 사항이니만큼 모니터 요원들이 일을 분담하여 진행하는 것이 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이 아닐까싶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정감사를 지켜본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일이며 현재 논의되는 주요 현안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번 모니터링 활동을 계기로 매년 국정감사가 열릴 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될 것 같다.
봉사라고하면 흔히 도움이 필요한 남을 위해 대가없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법률연맹에서의 활동은 공공을 위한 것이면서도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다는 점에서 더욱 소중하고 값진 경험이었다. 혹시라도 나는 이 분야를 잘 모르는데 이 일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봉사활동신청을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법률연맹에서의 봉사활동을 통해 세상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법, 사법, 정치, 언론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