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즐거웠던 봉사활동 - 한양대 화학과 김민정
법률연맹
2009-03-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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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학기에 내가 사회봉사를 한 단체는 법률 소비자 연맹이었다. 여러 가지 사회봉사 기관들을 앞에 두고 이번엔 어디에서 사회봉사를 해볼까 생각을 하던 나에게 한 선배가 법률 소비자 연맹을 소개해주었다. 몇 학기 전 그곳에서 봉사를 했는데 새로운 경험이었고 많은 것을 얻었다면서. 나는 법에 관련해서 지식도 전무하고 솔직히 법이라는 것이 매우 따분하고 나와는 별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흔히 신문에 나오는 비자금 비리나 강도, 상해 같은 범죄를 먼저 생각해서였을까.
사회봉사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오리엔테이션이었다. 도대체 뭘 배우기에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오리엔테이션을 해야 하는지 약간의 불만이 있었다. 그런 불만은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고 얼마 안 되어 말끔히 사라져버렸다. 내가 그렇게 등한시하고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법이었는데,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나는 국민의 권리를 모두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리위에 잠자는 자 보호하지 않는다.’ 라는 말이 그동안의 무관심을 싹 달아나게 했고 법에 대해 많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법을 잘 몰라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는 경우도 꽤 많을 것이다. 법이라는 것이 단지 판사, 검사, 변호사등 이른바 법조계에서 일하는 사람들만의 것이라는 정말 엄청난 착각을 바로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오리엔테이션에서 알게 된 또 한 가지는 사이언스 포럼이라는 행사를 법률연맹에서 이끌어 나간다는 것이었다. 이공계 학생이고, 공부를 다 끝내면 무엇을 해야 할지, 또 학업의 힘든 과정에도 불구하고 그만큼의 대접을 받지 못하는 현실과 자꾸 쉽고 재미있고 인정 많이 받는 것만 하려는 입시생들의 이공계 외면 때문에 가끔씩은 한숨도 나고 속상하기도 하던 차였다. 그래서 오리엔테이션이 있고 며칠 뒤에 있던 사이언스 포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참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건물 안에 들어가 본 국회의사당에서 여러 국회의원들, 이공계 관련 교수들과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여 첫 번째 사이언스 포럼을 가졌다. 그곳에서 나왔던 여러 가지 방안들과 생각들만 끝까지 유지된다면 곧 과학 한국으로 거듭나게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법률연맹에서 나서서 생각하고 고민한다니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리고 내가 원래 지원했던 법정 모니터링을 하게 되었다. 재판을 하는 과정에서 인권 무시는 없는지, 공개재판이라고 하면서 마이크가 켜져 있지 않아 은근히 비공개 재판을 하는 것은 아닌지, 법조인들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지 등등을 방청자의 입장에서 보고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법정 모니터링을 하게 된 날 잔뜩 긴장을 하고 법원 입구로 들어갔다. 왠지 법원이라는 곳에는 법조인들 말고는 어떤 큰 범죄를 저질러 재판받을 사람들만 있을 것 같은 착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법원에 들어가서 먼저 내가 방청하고 싶은 재판을 찾아보았다. 여러 장의 종이를 뒤적이던 내 눈에 송두율이라는 이름 석자가 띄었다. 대강의 사건 줄거리정도만 신문에서 읽고 인터넷에서 보아 알고 있지 자세한 경위는 하나도 몰라서 이 재판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정에 들어갔더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사회적으로 학문적으로 유명한 사람이라 그런 것 같았다. 조금은 길었던 재판과정을 보면서 우리가 TV에서 봤던 것처럼 재판이 진행되는 게 아니라는 것과 재판이 국민 모두에게 공개적이고 누구나 와서 방청할 수 있다는 것은 그때야 알았다. 많은 사람들이 재판과정에 대한 막연한 상상을 하고 있을 것이다. TV나 영화에서 본 그런 장면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말이다. 송두율씨 재판 이후로 며칠간 몇 번의 형사, 민사재판을 보고 더 확실해진 것은 법이라는 것, 재판이라는 것이 나와 완전히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구나 라는 것이었다. 민사재판 같은 경우에는 정말 사소한 다툼과 소액을 다루는 경우도 있어서 나도 어쩌면 피고인이나 원고인 자리에 서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런 일이 없는 것이 더욱 좋겠지만 말이다.
법률연맹에서 했던 다른 봉사는 출장을 나가는 것이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이 너무나 바쁘시고 일손이 부족해서 여러 곳곳에서 열리는 세미나나 강연같은곳에 직접 가는 것이 곤란하다고 하신다. 그래서 학생 봉사자들이 대신 그런 모임에 가서 자료도 받아오고 세미나에 참석해서 어떤 이야기들을 가지고 진행을 하는지 정도를 대신보고 모니터링 한다. 나도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한겨레 통일상 시상식과 여성부 모임에 가서 자료를 받아오고 강연을 들었다. 법률연맹이 단순히 법과 관련된 일만 하는 곳은 아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알고 분석하려면 정말 바쁘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선배의 권유로 시작했지만 단 하루도 안 되어서 내 의지와 즐거움으로 계속했던 봉사활동이었다. 그동안의 사회봉사에 비해보면 보람이 훨씬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내가 법률연맹에서 사회봉사를 하면서 나의 사법 권리를 찾는 일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재판을 보면서, 포럼과 여러 모임에 참석을 하면서 법과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작은 힘을 보고 알게 되었다. 이제 4학년이라 많이 바쁘고 시간도 없겠지만 다음 학기에 또 사회봉사를 신청하게 된다면 반드시 법률연맹에서 일하고 싶다. 봉사기간 초반에 여러 일들로 바빠서 많은 활동을 하지 못했는데 다음 기회에는 이번에 해보지 못했던 법률연맹의 다른 활동들을 돕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