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기꺼이 그 누군가가 되는 일-한양대 국어국문 노재연
고등학교를 다닐 적에 ‘법과사회’ 과목을 좋아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재미있게 가르쳐 주시기도 했고 그만큼 성적도 잘 나왔기에 그야말로 ‘효자과목’이었습니다. 덕분에 법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기 보다는 친숙한 마음이 앞섰고, 자연스레 대학교에서 법대의 후신(後身)인 정책학과를 부전공으로 선택하게 됐습니다. 형법, 민법, 행정법 등의 법 과목을 수강하며 여러 개념과 판례를 익힐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친구의 추천으로 법률소비자연맹을 알게 되었고, 단순히 법 과목을 좋아해서 정책학과를 택한 것처럼 이곳에서의 봉사활동 역시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강제로 하게 된 게 아니라 제가 좋아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강의실 속에서만 존재했던 법을 생생한 현장에서 직접 겪어보고 싶었고 또 평소 가지고 있던 공공의식이 동기가 되었습니다. 미래의 장래희망과 연관 지어 큰 그림을 그리며 시작한 것이 아니기에 오히려 부담감이 적었고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봉사활동에 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을에 시행되는 국정감사를 모니터링하는 일이 저의 첫 번째 봉사활동이었습니다. 먼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화상모니터링을 통해 국정감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떻게 모니터링을 하면 되는지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었고, 다음에 하게 된 현장모니터링을 할 때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맡은 정무위원회에 대한 현장모니터링은 오전 10시경부터 오후 10시 30분경까지 진행됐는데 체력적으로 만만치 않은 활동이었습니다. 실제 진행시간은 9시간 정도 됐는데 그 시간 동안 자리를 한 번도 뜨지 않고 국회의원들과 기관장, 증인들의 말 한마디에 모두 귀 기울여 메모하고, 중간 중간 자리를 이석하는 것도 놓치지 않아야 했습니다. 게다가 질의를 하는 의원의 태도뿐만 아니라 이를 경청하고 있는 다른 의원들의 태도도 모니터링을 해야 돼서 손, 눈, 머리 모두 바쁘게 움직여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힘들면서도 가장 뿌듯했던 활동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전에는 국정감사의 존재를 알고만 있었지 의원들과 기관장들이 어떻게 활동하고 어떤 내용으로 감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지했었습니다. 국정감사는 너무 생소했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막연히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직접 현장에서 모니터링을 해보니 국정감사에서 다뤄지는 모든 일은 ‘그들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이었습니다. 우리의 고용문제, 먹고 사는 문제들에 대한 얘기가 오고가는 곳이 바로 국감의 현장이었습니다. 국민 모두가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활동임을 깨달았습니다. 국감에 나온 모든 주체들이 제대로 일을 하는지, 국민을 위한 법들에 대한 건의가 제대로 나오고 있는지 감시하는 법률연맹의 활동은 참으로 뜻 깊고 보람 있었습니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뿌듯하다는 것이 바로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그 밖에도 법원모니터링 활동을 통해 직접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가서 형사부 재판과정을 지켜봤습니다. 흐느껴 울거나 고개 숙인 피고인, 엄중한 얼굴의 재판장 등의 법정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사람의 인생이 달린 이 작은 공간에서 억울한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공정한 절차와 재판이 이뤄져야 함을 느꼈고, 무엇보다 참관하는 사람이 나 밖에 없거나 극히 적은 것을 보고 여러 명의 사람이 모니터링하여 이를 의식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좀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결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 행정봉사를 하며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 활동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보조업무를 담당했는데, 언론보도를 통해 언급된 각 의원들의 활동을 보며 현재 어떤 곳에서 무슨 문제점이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 여당과 야당 간의 정치적 판단의 차이로 감사활동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행정봉사 중간 중간 김대인 총재님께서 좋은 말씀해주신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메모장에 적어두기도 했습니다.
사람이 모여 나라를 만들고 법체계를 만드는 것은 궁극적으로 ‘모두 잘 살아보자’고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결국 양극화가 되고 소수에게만 권력이 집중되고 특혜가 적용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선량한 시민, 힘없는 국민들입니다. 권력이 남용되지 않도록 기득권 세력을 견제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슬픈 이야기지만 가만히 있으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누군가’는 움직여야 합니다. 법률의 사각지대를 포착하기 위해 노력하는 법률소비자연맹이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누군가가 되어준 법률연맹에게 감사합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저도 작은 보탬이 될 수 있었다는 것에 기쁜 마음이 듭니다. 앞으로 저도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자리에 있든 기꺼이 그 누군가가 되기 위해 움직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