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법과 정치에 스며들다-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윤성진
법률연맹
2018-03-23 09:3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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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 봉사는 나로서는 두 번째이다. 지난여름 학기 봉사를 시작으로 법률에 관한 일견의 경험이라도 쌓고자 시작한 것이 더 큰 다짐으로 나를 두 번째 봉사로 이르게 했다. 사실 가을 학기 봉사의 꽃인 국정감사에 앞서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정치인들 혹은 정치 그 자체에 대해서 무지하고 부족하다고 느끼는 내가 국정감사라는 정치적 축제, 정치의 만연 속에 표류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이었다. 나름대로 정당과 정치인, 국정감사의 취지 및 목적에 대해 공부해보고 떨리는 마음으로 국회에 들어섰다. 예전에 다른 이유로 국회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국정감사 날의 국회는 그곳을 감싸는 공기에서도 다름을 느꼈다. 방문자들도 많고 안내 데스크도 바쁘게 일했다. 정신없는 틈에 국회 안으로 들어가니 그곳은 엄숙함의 무게를 버티고 있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국정감사 모니터링을 준비한 다음으로는, 그냥 있는 그대로 스며들었던 것 같다. 여러 정당의 일견 정치적인 질의와 지적들의 진의를 온전히 파악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부분에서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또 정치의 장 한가운데 서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주권 시민으로서의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다.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나,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대화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던 것들은 집으로 돌아와 내용을 곱씹어보고 공부해보며 차차 해소해나갈 수 있었다. 국회의원의 질의는 단순한 개인의 생각이 아니었다. 정당의 색깔이, 혹은 더 큰 대의가 내포되어있는 공적 담론이었다. 일부 국회의원들의 출석 및 질의 태도가 부적절하다고는 생각되었지만 언론을 통해서만 보던 억지와 드러눕기식의 태도, 폭력과 욕설은 없었다. 내가 모니터링한 위원회가 특수한 것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본 바에 의하면 그렇다. 아직 우리나라 정치가 회생의 불씨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다. 또 가장 컸던 생각은 때로는 배움이 먼저가 아니라 경험이 먼저임도 좋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막연히 두려워하기보다는 부딪혀보자는 생각을 갖게 해 준 기회인 것 같다. 더 깊은 이해를 위한 공부는 경험 이후가 되어도 늦지 않다.
이번 학기에는 국정감사 모니터링과 더불어 법정 모니터링 봉사도 진행했다. 지난 학기에 필수 봉사로 진행했던 활동이지만 할수록 느낌이 신기하게도 달랐다. 처음에는 법정 문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겁게만 느껴졌는데 이제는 두려움보다는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이 역시도 점점 내가 법의 실상에 보다 깊이 스며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두려움이 편안함으로, 낯섬이 익숙함으로 변해가는 이 과정이 감사하고 설렌다.
겨울 학기 역시 법률소비자연맹과 함께할 생각이다. 하면 할수록 봉사가 아니라 나 삶과 경험의 일부가 되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피상적으로는 특정 NGO를 위한 봉사이지만, 실제 내가 하는 경험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내 삶을 위한 봉사, 투자일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더 깊게 스며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