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일상생활 속에서 법 가까워지다-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지승윤
법률연맹
2018-03-23 09:3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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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에 고등학교 때 처음 법률연맹 봉사활동을 한 후 약 4년 만에 다시 활동을 하며 느끼는 바가 많았다. 대학생이 되어 나의 전공을 공부하면서도 일상생활에서 법을 직접 접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고, 개강하면 더 바빠질 것이라는 걱정을 하면서도 큰 고민 없이 이번 가을학기 활동도 신청하게 되었다. 2학년 2학기 때부터 많은 전공과목을 듣기로 결심한 터라 부담이 적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학기 중에도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을 병행한다는 설렘이 컸던 것 같다.
법률연맹의 활동 중 가장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국정감사 모니터링 활동이 개설된 가을학기라 그런지 오리엔테이션부터 여름 학기와는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좁지 않은 법률연맹 강당은 봉사활동, 특히 국정감사 모니터링 활동을 하기 위한 학생들로 가득 찼고, 차분했던 여름 학기와는 달리 다소 생기가 넘쳐 소란스럽다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시민으로서 사법 감시에 참여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시고 결코 형편이 넉넉지 않은 NGO임에도 뜻깊은 활동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역설하시는 총재님의 강연을 들으며 이번 학기 역시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지가 더욱 강해졌다.
국정감사 모니터링 활동으로는 올해 초 대통령 탄핵을 인용했고 새 정부 출범 이후 소장 임명을 놓고 논란이 많았던 헌법재판소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를 방청하게 되었다. 워낙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을 법한 곳이라서 여기 배정된 것만으로도 뿌듯하게 생각하며 기대를 가득 안고 국정감사를 보러 갔는데,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우선 여야 간의 극단적인 대립으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신 김이수 재판관님의 인사 말씀이 있기도 전에 국정감사가 파행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양측 의원들이 보여준 모습 또한 안타까운 마음을 들게 했다. 상대방 의원에게 종종 퍼붓는 막말과 반말, 상대방 의원의 발언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감정적으로 끼어드는 모습, 김이수 재판관님께 거의 인격적인 모독에 가까운 발언을 퍼붓는 의원들의 모습, 이 모든 상황을 적절히 조율하지 못하고 편파적인 태도를 유지한 법사위원장님. 실제로 국정감사의 현실에 대해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누누이 들었고, 인터넷에서도 논란이 되는 국정감사장의 모습에 대해 본 적은 있었지만 이 모든 광경을 실제로 확인하고 나니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물론 국정감사 역시 일종의 정치적 쇼로서의 기능도 지니고 있기에 그런 행각들이 더욱 부각되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국민들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라는 생각이 더욱 커서 아쉬운 마음이 강했다. 다만 그나마 막말과 고성이 오가는 혼란 속에서도 차분히 논리적으로 의견을 펼치시는 몇몇 의원 분들의 모습 역시 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국정감사 모니터링 활동을 한 이후에는 지난 학기처럼 여러 재판들을 방청하며 실제로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법률적인 문제들을 직접 체험해 보고 싶어 법정모니터링 활동에 중점적으로 참가했다. 정말 다양한 사회적 배경에 속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사연 때문에 재판에 참여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그들이 보이는 행동과 발언을 지켜보며 여러 생각과 감정이 들었다. 일례로 지인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베테랑 경찰관에 대한 형사재판에서는 “사정이 급해 친한 동생들에게 용돈 조로 받았다.”라는 피고인의 논리를 논파하기 위해 날선 질문들을 던지는 검사님의 모습에 감탄했고, 한 민사재판에서 원고와 돈 문제로 갈등을 빚게 된 피고가 원고와 사적으로 있었던 일을 법정에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이 얘기함으로써 원고가 수치심을 느끼도록 하는 뻔뻔한 모습에 분노하기도 했고, 행정재판에서는 불안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당한 전직 공무원 분께서 변호사 없이도 당당히 변론하시는 것을 보고 행정기관에 비해 약자의 위치에 있음에도 결코 굴하지 않는 신념에 감탄하기도 했다. 이 모든 사건 당사자들의 애환, 그리고 이러한 모든 사정들을 그 현장이 아닌 법정에서 고려하여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 법조인들의 애환에 미약하게나마 공감해볼 수 있었고, 판결 억울한 이들을 구제하고 범법을 저지른 이들을 적절히 징벌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법과정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울러 지난 학기와 마찬가지로 판결문리서치 활동을 하며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 공부해보고자 했다. 국내 LPG 시장을 완전히 점유하고 있는 LPG 공급자들의 가격 담합 사건에 대해 조사하게 되었는데, 1심이 법원의 판결이 아닌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결이어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간한 자료를 함께 참고해가며 사건의 정황과 주요 쟁점들, 그리고 이러한 쟁점들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 및 그 근거를 파악하고자 했다. 평소 관심 있었던 분야인데다가 지난번에 이미 한번 비슷한 주제로 리서치 활동을 해본 터라 과정에서 어려움보다는 뿌듯함이 크게 느껴졌고, 경제학이라는 나의 전공이 이렇게 중요한 법적 문제에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행정봉사 활동으로 학교 근처에 있는 연맹 본부에 직접 방문하여 올해 국정감사 결과를 정리하는 활동까지 해보며 이번 학기의 봉사활동 역시 마무리하게 되었다. 비록 전공 수업들을 여러 개 들으며 활동을 병행했던 터라 어려움도 적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종종 재판을 보며 금요일 공강 시간을 보내서 내 시간을 내가 하고 싶은 활동에 투자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고, 복잡해 보였던 판결문 역시 내가 관심 있는 분야라고 생각하고 분석하기 시작하니 일이 더욱 쉬워진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학기 활동 역시 여러 의미를 남겼고, 다음 학기에도 또 다시 오리엔테이션 장소로 향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