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정의란 무엇입니까?-이화여자대학교 행정학과 김영지



누군가 나에게 ‘정의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마이클 샌델의 책인 ‘정의란 무엇인가’를 그 답으로 내밀지 않더라도 대부분은 마음 속에 어떤 사회가 정의롭고, 무엇이 가치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복잡하고 불분명했던 나에겐 법률소비자연맹의 이번 봉사활동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법학을 공부하며 법률가가 되고자 했고 그것을 위해 판례와 조문을 암기하기에 바빴지만, 논리적이고 타당한 결론을 암기하는 나의 공부에는 아주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있었다. 바로 ‘사람’이었다. 법률소비자연맹의 봉사활동 중 시민배심원단을 신청하여 법정 모니터링을 하게 되었다. 그 곳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지 않아 피고인이 억울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활동을 하고 계신 법률소비자연맹의 많은 분들을 보았다. 판결이 조문에 근거하여 논리적인지, 기존 판례에 어긋나지 않는지에만 치중했던 나의 생각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재판이 피고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그의 평생을 좌우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배심원단 활동은 일반 법정모니터링과는 다르게 법률소비자연맹의 전문가 분들이 준비해주신 자료를 미리 검토해 보고 들어 갈 수 있어서 좋았다. 재판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이 무엇인지 빠르게 보고 들어 갈 수 있어서, 모니터링을 할 때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보아야 할지 알 수 있었다. 재판 모니터링이 끝나고 배심원단이 모여 사진을 찍었는데, 배경은 텔레비전에서 보던 낯익은 법원 정문이었다. 무거운 느낌을 받았던 법원 정문 앞에서 다함께 화이팅을 외치던 일이 매우 재미있던 기억으로 남는다. 엄숙하고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법정의 분위기가 익숙해질 무렵 봉사활동이 끝나가서 아쉬운 마음에 다음 학기 봉사활동도 신청한 계기가 되었다.
열매가 둥글게 익어가는 가을 즈음, 설레는 마음으로 국회로 나선 국정감사 화상 모니터링은 이번 학기 활동 중 가장 즐겁고 보람 있는 활동이었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국회의원을 생생하게 송출되는 큰 화면을 통해 볼 수 있어서 현장감이 느껴졌다. 내가 모니터링한 날은 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였는데, 최근 이슈가 된 최저임금인상이나 삼성전자 노동자의 산업재해인정과 관련한 질의가 많이 나와서 모니터링를 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모니터링를 하면서 국회의원이 피감기관에 질의하는 말투와 태도 등을 실감 있게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보고서에 다 담지 못해서 아쉬웠다. 다음 학기 봉사에는 이 점을 보완하여 좀 더 나은 보고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이번 봉사활동이 큰 의미를 가지리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단순히 봉사활동이니까 주어진 대로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법률소비자연맹의 봉사활동은 찾아서 하는 봉사 활동이었고, 찾는 만큼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경험의 폭만큼 사람의 생각이 달라지고 진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첫 오리엔테이션에서 총재님께서 시민이 소비자로서의 주인 의식과 공직자 감시에 대한 투철한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납세의 의무를 진 시민들이므로 공무원을 감시할 권리가 있다고 하셨다. 시민의 한 사람이자 법률 소비자의 주체로서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법정 모니터링과 국정감사 모니터링은 나에게 법을 준수하는 시민에서 법이 잘 집행되고 공정하게 운용되는지 감시, 감독하는 주체로 발상의 전환을 하게 해 주고, 시민의 권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주었다.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것 뿐 만이 아니라 그것이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시민의 권리가 보호되고, 더 나아가 사회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음을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배우게 되었다. 다음 학기에는 사법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의정, 언론 분야의 모니터링을 통해 사회의 각 분야를 살펴보고 싶다. 많은 것을 배우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 모니터링에 참여하여 보람 있었던 이번 학기처럼, 다가올 다음 학기도 여러 활동으로 풍성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