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성찰(省察)-한양대학교 정책학과
법률연맹
2018-03-23 09: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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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한다는 단순한 이유였습니다. 열 살 무렵 저는 그렇게 법을 친구 삼아 살고 싶다는 진로를 정했습니다. 스무 살, 그 꿈을 안고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처음으로 만난 넓은 사회가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적응해야만 했습니다. 단순한 흥미만으로는 법이라는 전공을 따르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법에 대한 숙명적 당위(當爲)임을 비로소 깨닫고 잠시 멍해졌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스스로 대답하지 못하는 것은 참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같은 학과 동기의 소개로 이 곳 법률소비자연맹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문적 방황의 시점에서 규모 있는 법 시민단체의 구성원이 되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행운이었기에, 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저는 이번 가을 학기 봉사 기간에 국회 국정감사 모니터링과 시민배심원단, 그리고 언론 모니터링 활동에 참여하였습니다. 그 중 처음으로 고른 국정감사 모니터링을 위해 약 4년 만에 국회를 다시 찾은 것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성장이란 늘 어느 순간 와 닿는 것이었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단순한 견학 목적이었으나, 이제는 어엿이 ‘모니터 위원’이라는 명찰을 달고 정장을 갖춘 제 스스로가 뭐라도 된 것 마냥 뿌듯했고, 한편으로는 제가 서 있는 위치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기획재정위원회의 모니터링을 맡았고 몇 시간을 쉬지 않고 진행하는 국정감사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말투 하나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정성을 들여 분석하였고, 행여 말싸움이 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정책 이야기에 귀 기울였습니다. 그렇게 작성한 보고서를 다시 읽고 또 읽어보았습니다. ‘보고서를 위한 보고서’를 쓰는 것을 경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제가 작성한 내용을 다른 이가 읽었을 때 적어도 마음의 울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였고, 나아가 소통의 밑거름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지켜왔다고 감히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언론 모니터링도 돌아보고 싶습니다. 저는 10대 주요 일간지(조선,중앙,동아,한겨레,경향,문화,세계,국민,한국)의 사설 분석을 선택하였습니다. 제가 맡았던 11월 셋째 주에는 유독 주목할 이슈가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외교’ 분야에서는 국가 내부적으로 정치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나 비리 의혹이 제기되었고, 한중 정상회담을 비롯하여 우리나라도 활발한 외교 이슈가 대두되었습니다. 포항에서는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였고, 이를 모든 언론에서 집중 보도하였습니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성희롱·성추행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고, ‘경제’ 분야에서는 비트코인 열풍, 노조 갈등, 청년 실업 문제가 다루어졌습니다. 각 언론의 입장이 얼마나 다양할지 궁금했고, 그들의 주장은 과연 논리적인지, 혹은 단지 편 가르기 식인지 들추어보고 싶었습니다. 분석할 가치와 필요가 충분하다고 판단되어 선택한 활동이었고, 다각도로 언론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정성과 애착이 있었기에 이 분석 연구는 제게 의미 깊었습니다. 진보와 보수의 결론은 결국 이슈 속 문제점의 해결과 궁극적인 사회 발전으로 향할 때 그 의미가 있었습니다.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논거 없이 감정적인 주장을 기사에 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은 한편으로 씁쓸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로운’ 싸움이 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논쟁을 위한 논쟁’에 매몰되어 본질을 간과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언론의 반성과 시급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률소비자연맹 한국대학생봉사단원으로서 첫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던 때가 기억납니다. 받은 책자를 읽고 설명을 들으며 어떤 활동을 하여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던 저는 ‘후회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모니터링을 하고 싶었습니다. 공권력과 언론, 그리고 법이라는 거대한 존재를 좇기에 급급했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 그 존재의 타당성에 대한 ‘비판적 성찰(省察)’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제게 이 봉사활동은 결실이며 동시에 시작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