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주권시민의 푯대가 되길 응원-일반 김수녕
학교를 졸업하고 시험을 준비하던 중 문득 책으로만 법을 알고, 실제 법 현실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법률과 관련된 봉사활동을 찾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법률소비자연맹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OT에 참석해 기본적인 교육과 봉사에 참여할 때 마음가짐에 대해 배우며, 우리가 원하는 정의가 살아있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이 주인이 되어서 적극적으로 입법부, 사법부, 그리고 언론에 대해 모니터 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유인물 마지막 장 도산 안창호의 ‘무책임한 방관자론’이 굉장히 인상에 남았는데, 국익에 보탬이 되는 직역에 종사하고 싶다는 비전을 가졌음에도 지금까지 무책임한 방관자로 살아왔구나 싶은 생각에 반성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뜻 밖에 얻게 된 책임감과 기대감을 안고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가을학기 필수인 국정감사 모니터링과 법정 모니터링, 판결문 리서치를 신청했습니다. 두 번의 현장 국감 모니터링 과정에서 기존에 갖고 있던 입법부에 대한 편견과 불신이 많이 깨어졌습니다.
오전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이어진 국감 동안, 각 위원회에 속한 의원들이 여러 가지 안건에 대해 조사하고, 지속적으로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데 그치지 않고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법제를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까지 제시했습니다. 무엇보다 평소 관심 있던 영역으로 환경노동위원회와 농해수산위원회를 신청했었는데,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현안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게 되고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고 해결을 위해서 필요한 과정은 무엇인지 알게 되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특별히 ‘인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와 ‘김영란법 개정안’ 관련해서는 하나의 정책과 법안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의 대립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먼저 인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관련해서는, 일부 의원들로부터 여러 용역업체들의 권리 보호 방안 마련, 신규 청년 취업자 채용 방안 마련 등에 대한 지적이 나왔습니다. 또한 김영란법 관련해서는 축산업에 종사하는 농민의 입장을 들을 수 있었는데, 요지는 청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1차 산업 생산품에까지 법이 적용되어 농민들이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두 제도 모두 목적이 타당하고, 또 사회적으로 좋은 문화를 만드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법과 제도라고만 생각해서 그로 인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이 발생하는 부작용까지는 생각지도 못했었기 때문에 많이 놀랐습니다. 하나의 정책이나 법안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정책이나 법안의 시행에 있어서 많은 시간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또 한 가지 국감을 하며 좋았던 부분은, 국감에 국회의원, 피감기관뿐만 아니라 문제되는 현안들과 관련된 일반 국민들까지 참여하여 다방향 피드백이 이루어지고, 국민의 견해가 국회의원의 입을 통해 직접 정책에 반영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던 점입니다. 청년 농업인이 나와 농촌의 중간 거점지에 대한 제안을 하고 그것이 의원의 입을 통해 정리되고 이런 제안에 대해 피감기관에게서 긍정적인 답변이 나오는 모습을 보고 이런 부분이 직접 민주주의의 한 모습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 인상적이었습니다.

법정모니터링과 판결문 리서치는 많은 양을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NGO의 역할과 중요성을 크게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먼저 판결문 리서치는 법률용어를 쉽게 바꾸자는 정부의 정책과도 일맥상통하는 좋은 활동이었습니다. 판결문은 그 길이가 너무 길고, 사실관계가 복잡한데다 용어까지 어려워 직접 이해관계자가 될 수 있는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법률용어를 쉽게 바꾸고 있다고 하지만, 국민이 판결문을 직접 보고 이해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판결문 리서치는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활동이었습니다. 단순히 판결문 내용만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재판에 참여한 재판관과 변호인 등의 이력 등을 기록함으로써, 리서치가 쌓인다면 국민들이 비슷한 사건의 소송에 당하게 되었을 때, 동류의 사건에서의 재판관의 판결 경향을 미리 알고 변호사의 승․패소 전력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를 알 수 있어서 법률대리인을 선임하는 데 있어서도 좋은 자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법정모니터링 중 시민배심원단 재판의 경위를 듣고 굉장히 놀랐었는데, 재판 절차상의 문제로 피해를 입게 된 피고인에 대해 법률소비자연맹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였고, 시민 NGO와 언론의 보도로 이 문제가 국회에까지 닿게 되어 국감에서 다뤄지게 되고 그 결과로 모든 재판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재판을 통해 처음 OT에서 배웠던 ‘지렛대 시민운동’의 힘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법부라는 큰 조직에 대항해 한 개인이 저항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로 결과를 바꾸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개인이 단체가 되고 거기에 언론이 함께 해 여론이 형성되면 더 이상 힘없는 계란이 아니라 또 다른 바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목소리를 내는 것’, ‘직접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배우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봉사활동은 끝이 났지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봉사활동이 아니더라도 참여하며 계란이 큰 바위가 되어가는 데 힘을 더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봉사 경험뿐만 아니라 제가 갖고 있는 비전의 방향설정까지 할 수 있는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 준 법률소비자연맹 관계자 분들의 수고와 헌신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많은 대학생을 비롯한 주권시민의 ‘푯대’가 되어 주실 것을 기대하고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