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진정한 국민의 역할을 하면서 보낸 가을 학기-명지대학교 법학과 허세은



이번 학기 봉사활동은 이전 학기의 봉사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전 학기에 했던 번역봉사도 하긴 했지만 이전 학기에 해 보지 못했던 활동들을 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활동은 두 가지였는데, 국정감사 모니터링과 시민배심원단 활동이었다. 국정감사 모니터링은 국회에 직접 가서 하는 활동이 필수였고, 시민배심원단은 필수는 아니지만 법원에 가서 사건에 대한 재판을 지켜봐야 했다. 이 두 가지 활동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삼권분립을 담당하는 국가기관 중 2개의 기관에 가볼 수 있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번 학기 봉사활동을 하면서 민주주의 국가로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더 직접적으로 목격한 기분이 들었다.
국정감사 모니터링은 이번 학기 봉사활동 오리엔테이션에서 ‘가을 학기 봉사의 꽃’이라고 칭할 만큼 중심적인 활동이다. 그리고 오리엔테이션에서 설명을 듣는 동안 어려워 보여 가장 걱정이 많이 되었던 활동 중에 하나였다. 오리엔테이션이 법률소비자연맹에서 하는 것과 국정감사NGO모니터단(필수는 아니었지만)에서 하는 것 이렇게 두 번이 진행되어 더 부담감이 많이 느껴지는 것도 있었다. 무엇보다 국회에 직접 들어가서 하는 활동이었기 때문에 복장까지 신경 써야 한다고 해서 긴장도 되었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 오리엔테이션에서 현장모니터링이 가능한 날을 신청하고 답장을 기다렸는데 답장이 없어서 현장모니터링은 정말 쉽게 할 수 없는 활동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그 후에 더 늦게 열리는 위원회에 배치가 되어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설명을 들어보니 처음에는 화상모니터링을 먼저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하여 화상모니터링을 먼저 신청하였다.
화상모니터링은 말로만 들어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은 활동처럼 보였다. 화상모니터링을 신청하고 그 날 와도 된다는 답변을 받으면 국회 본청에 있는 국정감사NGO모니터단 사무실로 가면 된다. 그리고 감사가 진행될 위원회의 현장중계 모니터가 각각 있는 책상 중에 하나를 골라 앉아서 정해진 진행 내용을 적으면서 보다가 시간을 채우고 시간이 다 되면 국회에서의 활동은 끝난다. 그 후에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그 보고서는 국회 본청에서 정말 극히 일부만 모니터를 통해서 볼 수 있었던 위원회의 하루 진행 내용을 모두 시청하고 작성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화상모니터링은 국회에서 나온 후가 더 어려웠다. 물론 국회 홈페이지에 녹화본이 모두 있기는 하지만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짧게는 7시간 정도에서 길게는 9시간 이상 진행될 수 있는 국정감사를 시청하면서 어떤 내용이 진행되고 있는지 적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화상모니터링은 자신이 원하는 위원회를 콕 집어서 그것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러다 보니까 그 위원회에서 질의로 나오는 전문적인 분야의 내용들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 질의와 관련된 내용이 뭔지 검색도 하면서 보고서를 적어야 했고, 국회의원들 중 발음이 부정확하거나 말이 너무 빠른 의원이 전문 용어를 사용해서 질의를 하면 다시 되돌려서 질의를 다시 들어야 했다. 그래도 그렇게 어렵긴 했어도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가 관심 없던 분야에 대한 지식이 넓어진 것 같아서 좋았고, 공영 방송사에서 뉴스를 할 때만 잠깐 중계해주는 국정감사를 국회 홈페이지의 녹화본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서 좋았다. 국회에 가서 모니터를 보면서 앉아 있는 시간과 집에서 따로 녹화본을 시청하면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시간만 투자하면 그 위원회와 관련된 주제에서 우리나라의 이슈가 무엇인지, 그 이슈가 어떤 것인지 등 정도의 지식은 쉽게 습득하게 된다.
현장모니터링은 조금 달랐다. 형식만 보면 화상모니터링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국회 본청에 NGO모니터단의 사무실에 들렀다가 본인이 배치 받은 위원회가 어디서 열리는지 확인하고 그 국감장으로 가면 된다. 그리고 하루 종일 그 국감장에서 진행되는 내용을 보고 듣고 기록하면 서 얼마나 오래 진행되는 것인지 실감도 하고 국회의원들이 많이 출석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면 된다. 보고서는 노트북을 가져와서 작성하면서 보거나 적은 것을 옮겨서 작성하고, 잘 못 들었다고 생각한 부분 정도만 녹화본을 확인하면 된다. 하지만 역시 말처럼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우선 화상모니터링을 한 번이라도 하고 현장모니터링을 하면 국회에 와서 국감장까지 찾아가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국감장은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피감기관의 장 또는 증인이나 참고인 그리고 기자까지 와서 발 디딜 틈 없이 매우 혼잡해진다. 국감장에서 가장 혼잡하지 않은 곳이 국회의원들의 책상이 모여 있어서 만들어진 가운데 공간일 만큼 국회위원 뒤 좁은 공간을 오가면서 많은 기자들이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한다. 그래서 현장모니터링에서만 확인할 수 있어서 중요한 출석을 확인하기가 어려워진다. 국회의원들이 자리를 비웠는지 확인을 해야 하는데 기자나 중계카메라를 조정하는 분이 가리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장모니터링의 무서운 점은 걸리는 시간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정감사가 저녁 7시에 끝나든지 새벽 2시에 끝나든지 계속 끝날 때까지 지켜봐야 하는 것이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버스나 지하철이 끊기는 시간에 끝난 위원회들도 있다고 해서 국정감사가 끝날 때까지 언제 끝날지 두려운 마음으로 앉아 있었다. 이번 학기에 배치된 위원회는 국정감사 마지막 날에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였는데 다행히 마지막 날이라고 훈훈한 분위기로 다른 위원회들보다 빨리 끝나서 일찍 집에 갈 수 있었다. 그런데 현장모니터링을 하는 날에는 몰랐는데 후에 보고서를 작성할 때 보니까 그 전까지 그 위원회가 감사를 보이콧하는 등 많은 갈등이 있었던 위원회였다. 그래서 그 날 일찍 끝난 것이 정말 운이 좋았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 열리는 법제사법위원회를 선택한 이유는 나의 전공이 법학과이기도 하고 법과 관련된 진로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분야의 위원회를 현장에서 보고 싶었던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솔직히 그 날 본 위원회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화상모니터링에서 봐왔던 것처럼 전문적인 지식이 오가는 질의들을 바랬는데, 그러한 질의가 많이 부족하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다른 위원회들보다 국회의원들이 정치적인 색이 짙게 느껴지는 발언이 많아서 불편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그러한 모습을 보고, 그러한 모습에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매우 좋은 경험이 되었다. 현장모니터링은 다시 한 번 더 경험해보고 싶다. 처음이라 서툴고 부족했던 점도 많아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시민배심원단 활동은 쉽게 말하면 특정 사건의 재판을 따라 다니면서 지켜보는 활동이다. 다 같이 들어가서 지켜보고 그 특정 사건의 재판이 끝나면 다 같이 나와서 기념사진을 찍고 헤어진다. 이 활동 역시 재판이 얼마나 오랫동안 진행되는지에 따라 배심원단 활동에 걸리는 시간도 결정된다. 하지만 보통 재판은 오전에 열리는데, 배심원단을 신청하고 받은 답장에서 12시 전에는 끝난다고 하니까 국정감사만큼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배심원단에서 주목하고 있는 사건은 저작권법 위반과 관련된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한 재판 진행과정에서 증거나 피고인을 대하는 태도 등에 문제가 많아 피고인도 그에 관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러한 재판부나 검찰 그리고 피고인 사이에 갈등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그 사건에 대한 재판이 문제가 많아서인지 이 재판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내가 재판을 방청하러 간 날에는 변호사가 오지 않아서 재판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판사가 시민배심원단에서 온 많은 사람들을 의식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진행될 심리에 대해서 그리고 재판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지에 대해서 거의 혼자서 30분 동안을 이야기했다. 실제로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만 이 재판을 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판사는 방청석을 꽉 채운 사람들이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굉장히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러한 모습에서 잠깐 지켜보고 법정모니터링 보고서만 작성하면 끝나는 이 간단한 봉사활동에 매우 큰 보람을 느꼈다. 그래서 이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 2018년에 새롭게 다시 시작하여 1월 22일에 열리는 재판에도 시민배심원단으로서 참여할 것이다.
국정감사모니터링은 정말 어려웠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었고 재미도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얻은 것과 느끼는 것이 매우 많았다. 물론 위원회의 질의 내용에서 많은 정보와 지식을 얻은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국정감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는 것과 실제로 국회 안에 그리고 국감장 안에 들어가 보는 것은 쉽게 얻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또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모습에서 의외로 일하는 국회의원들이 꽤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시민배심원단 활동은 꽤 수월했다. 하지만 이 활동을 하고 얻은 만족감은 컸다. 사법적인 절차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우리가 더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편이 되어줄수록 그 절차가 더욱 법치주의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국정감사모니터링과 시민배심원단 활동은 우리나라 입법부와 행정부 그리고 사법부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활동이었다. 국정감사모니터링에서는 우리의 눈으로 직접 행정부가 일을 잘 하고 있는지, 국회는 이러한 행정부의 일들에 대하여 잘 알고 있고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시민배심원단 활동에서는 사법부가 제대로 된 절차로 일을 진행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법률소비자연맹 이 이러한 부분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에서는 내가 안 보는 곳에서도 이렇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발전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 분들의 활동을 더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여기서 이러한 봉사활동을 해 본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이러한 일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관심은 원래 국민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삼권분립의 형태로 운영되어 이 세 기관들끼리 견제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긴 하지만,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감시자는 국민이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이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 번 마음속에 새길 수 있었고, 진정한 국민의 역할을 해보는 과정에서 그에 알맞은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법률소비자연맹에서 배운 이러한 태도를 앞으로 잘 유지하면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