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지혜로운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려면-고려대학교 심리학과 박유경



대학에 입학 후 처음으로 휴학을 결심하고 학교를 다니지 않던 중에 계획했던 개인적인 것들 외에 의미 있는 활동을 하나 더 해 보고 싶었던 찰나, ‘법률소비자연맹’이라는 단체를 알게 되었다. 2학년 2학기부터 법학, 행정학, 정책학 등의 수업에 관심을 가지고 수강을 해 왔던 나에게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실행하는 다양한 봉사활동들은 그 동안 학교에서 얕게나마 배운 내용들이 실제로 적용되는 현장에 직접 몸 담아 볼 수 있는 매력적인 것들이었다.
그 중 가장 특별했던 활동은 국정감사 모니터링이었다. 가을 봉사활동 기간에는 국정감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운이 좋게도 국정감사 현장 속에서 직접 그 진행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관심이 갔던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감사 현장 모니터링과 종합감사 화상 모니터링을 참여하였는데, 개인적으로 스스로에게 가장 많은 깨달음과 변화를 줄 수 있었던 활동이었다. 그동안 비교적 좁은 분야에만 관심을 가지고 살아왔던 나는 삼권분립에 의거한 다양한 국가기관이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을 이뤄내려는 생생한 현장을 목격하면서, 정치, 사회, 경제 분야가 떼려야 뗄 수 없이 맞물려 돌아간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음으로써 폭 넓은 시각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국민의 신뢰를 얻으며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는 사법부를 만들어가기 위한 열정과 현실적 한계로 인한 무기력이 공존하는 국정감사 현장을 지켜보며 기대 이상의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다.
이 밖에도 시민 배심원단으로 재판 모니터링 활동에 참여하였는데, 피고인의 법관기피신청으로 인하여 재판이 진행되지 못하였다. 재판 현장을 직접 보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았고, 꼭 다시 재판 모니터링의 기회를 잡아야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또한 싱가포르 저작권법 번역 활동을 하며 다른 나라의 법률을 엿볼 수도 있었다.

세 달 남짓한 시간동안 법률소비자연맹과 여러 가지 활동을 함께 하면서 이를 통해 주권시민으로서의 내가 민주사회에 ‘봉사’라는 명명 아래 도움을 준 것보다, 오히려 배우고 느낀 것이 훨씬 더 많았다.
사실 부끄럽게도 그 동안 나는 대한민국 안에서 ‘방관자’로 살아왔다. 내 인생에 직접적(그 동안 내가 생각할 때의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 같은 당장의 할 일만 잘 해내고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하여, 대한민국이 입법, 사법, 행정부로 나뉘어 사회의 여러 가지 이슈들을 다루며 운영되어가는 모습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가끔 휴대폰을 통해 포털 사이트에 접속할 때 노출되는 정치, 사회 기사들을 속독하거나 헤드라인만을 쓱 읽는 것이 내가 보인 대한민국에 대한 관심의 전부였다. 하지만 한 학기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에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그동안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나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법률소비자연맹 첫 오리엔테이션에서 법과 현실을 바로 알아서 공정사회를 구현하는 민주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강연을 들으면서 대한민국 주권자로서의 내가 해야 할 역할을 재고하는 것이 그 시작이었다. 국정감사 모니터링 활동과 시민배심원단 재판 모니터링 활동을 통해서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삼권분립과 법치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감시하는 기회를 얻어 현장에서 헌법정신의 실질적 계승을 위한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제 2항(‘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에 근거한 헌법의 기본정신인 ‘민주주의’를 처음으로 적극적으로 실천에 옮긴 것 같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하였다. 비록 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더 다양한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어준 소중한 경험을 통해 개인적으로 한 층 더 성장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
나 하나쯤 무관심하게 사는 것이 뭐 그리 큰 문제가 되겠느냐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해왔던 것 같다. 나 하나쯤 관심 갖는다고 뭐 그리 달라지겠느냐고 나도 모르게 놓아버렸던 것 같다. 이러한 내 생각은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제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위협하는 너무나도 잘못된 생각이었다. 이제 주권을 가진 국민으로서 국가기관의 권력 행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뼛속 깊이 깨달았지만, 사실 그것이 어렵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휴학하는 1학기 동안 일과 법률소비자연맹 활동을 병행하면서 현실적인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2017년 가을학기에 휴학을 하고 주 7일을 오전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였다. 그 곳에서 학교를 다니면서는 만나보지 못했던, 직장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만나고 같이 일상을 공유하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지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시간조차 부족했다. 이렇듯 사실 각자의 삶을 살아가기도 바쁜 국민들이 대다수인데, 국가의 주인으로서 ‘감시’ 활동을 병행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물론 이러한 이유와 더불어 여러 가지 효율성과 현실성을 고려하여 일부 국가기관과 이에 소속된 직책에 권력을 부여한 것이겠지만, 과연 국민으로부터 나온 이 모든 권력이 잘 사용되고 있는지 국민들이 감시하는 게 쉽겠냐는 것이다. 국가권력의 사용에 대한 감시의 중요성을 깨달으면서도, 그 현실적 한계에 고민이 많이 되었다.
이번 가을학기 활동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국가기관이 국민으로부터 주어진 권력을 잘 사용하는지 감시하고, 또 앞으로 장차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장담할 수 없지만 대한민국을 위해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국가가 어떻게 국민이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헌법정신을 지켜나가며 운영되어야 하는지 고민해보는 똑똑한 민주시민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계속해서 법률소비자연맹과 함께 하며 점 점 더 성장해나가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지혜로운 국민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