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행정봉사를 집중적으로 하면서-서울대 경영학과 백성우
내가 이번에 주력했던 봉사활동은 대부분 행정 봉사 활동이었다. 법정 모니터링이나 의정 모니터링의 활동도 유익하고 보람 있는 활동이었지만, 만약 누군가 시민운동에 관심이 있다면 행정 봉사 활동을 적극 권유할 것이다. 행정 봉사 활동을 꾸준하게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민운동이 어떤 방향을 지향해야 할지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 봉사를 하면서 했던 활동은 크게 세 가지였다. 하나는 6월 13일에 실시되는 지방선거를 맞이하여 기존의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내걸었던 공약을 얼마나 잘 수행하였는지 확인하는 의정모니터링 활동이었고 두 번째는 국회 본 회의 및 위원회에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잘 출석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활동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국회 예결특위에서 국회의원들과 행정부처 장들 간에 오고 갔던 질의응답들을 정리하는 작업이었다.
이러한 활동들을 하면서 먼저 느꼈던 것은 가만히 있으면 아무 것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국회 회의록 등에 국회의원들의 출석 여부 등이 기록되어 있으나, 그것은 어떤 국회의원이 몇 번이나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는지 친절히 설명해 주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공약 역시 마찬가지다. 누구나 지방선거 기간이 되면 공약집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단체장들의 임기가 끝날 무렵에 공약집을 다시 얻는 것은 어렵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웹 페이지에 공약사항 추진현황이 나와 있지만, 이 자료에서 단체장들의 공약은 쉽게 축소되고 쉽게 없어진다. 애초에 내걸었던 공약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길은 요원하다. 그리고 만약 시민들이 이렇게 원래의 공약이 무엇인지, 국회의원들이 잘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없으면 정치적인 힘을 잃고 호도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정치권력의 힘은 상대적으로 커지고, 설령 전횡을 한다 해도 이를 알 수 없고 따라서 견제할 수도 없게 된다. 따라서 알기 위해서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그런데 가만히 있지 않는 방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굳이 ‘감시’, ‘모니터링’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아도 누구나 정치인이나 권력 있는 자들을 지켜볼 수 있다. 이는 법률소비자연맹과 같이 시민 단체 단위로도 실행할 수 있지만, 개인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오늘날처럼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컴퓨터를 통해 그 정보를 쉽게 저장할 수 있는 시대에는 더욱더 그렇다. 다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감시의 기능은 언론 매체에서 주로 담당하고 있지만, 이는 온전치 않다. 각종 자료와 제도에 대한 무지뿐만 아니라 언론 매체가 표방하는 가치관에 따라서도 대중에 대한 호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시민들이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내 무지로 인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인지 판단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모든 사람들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적 제약에서 시민 단체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익 집단이나 정치적 색을 표방하지 않는 시민 단체의 이야기다. 이들은 시민들을 대신해 권력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들이 사용하는 눈은 무정(無情)하나 유식해야 한다. 그래야 가치관이나 감정에 의해 왜곡되지 않고 무지에 의해 왜곡되지 않는다. 이는 비단 정치 운동의 영역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시민의 눈이 필요한 모든 부문에서 그렇다.
이와 더불어 봉사활동을 마치면서 남기는 작은 소회는 나에 대한 것이다. 나 역시 한 때 지역과 정당의 안경을 끼고 정치권력을 바라봤음을... 지방 선거를 앞두고 안경을 벗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