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단지 일시적인 봉사시간을 채우는 용도로 끝내지 않고-숙명여자대학교 법학과 김도희
법학과에 재학중인 학생으로서 법과 관련된 봉사활동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봉사활동을 찾기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법률소비자연맹의 법정모니터링 활동을 알게되었고 그 자리에서 바로 봉사활동을 신청하였습니다.
본격적인 활동 시작 전 필참이었던 봉사활동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였습니다. 사실 이전에는 봉사활동이 해봤자 얼마나 유익할까 싶었던 저는 오리엔테이션을 듣고나니 신청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봉사활동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고 각 활동들이 만만치는 않아보였지만 분명 하고나면 저 스스로도 성장해있을 것 같았습니다.
법률소비자연맹의 주요 활동이었던 법정 모니터링은, 법을 공부하면서도 정작 실제 법정에는 가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부담스러웠던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초반에는 법원 입구에서의 가방 검사에서부터 망설여지고 어려운 느낌이 들었지만, 법원에 무작정 들어가 재판을 방청하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법정모니터링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절차 서류의 중요도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판사마다 당사자의 말을 듣는 태도, 발언의 기회를 주는 정도 등은 모두 달랐지만 서류에서만큼은 모든 법정에서 어떠한 예외도 허용하지 않고 규칙을 엄격하게 준수했습니다. 서류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당사자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가 없기 때문에 재판은 계속 미뤄졌습니다. 법정모니터링 중 이런 상황을 심심찮게 보았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판사도 답답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법정에서 절차를 준수하는 것은 재판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고 제가 하는 법정모니터링 봉사활동도 그런 의미에서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으면 이러한 재판의 복잡한 절차와 형식을 일일이 만족하는 것이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는 당사자에게 별도로 서류의 수정사항을 알려주는 곳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법정에서는 판사가 당사자에게 “서류의 이러이러한 점을 수정해오세요”, 하고 구두로 설명하기 때문에 당사자가 잔뜩 긴장해있는 법정에서 그런 설명을 듣고 제대로 기억하고 고쳐올 수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이처럼 법정모니터링을 한회, 한회 거듭할수록 판사, 검사, 변호사, 법원 직원, 당사자들의 재판 중의 태도와 절차의 아쉬운 점 등이 눈에 보였고, 법정모니터링 봉사활동을 하는 의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번은 휴정 중에 법원 직원과 판사가 제게 무슨 일로 왔느냐고 질문을 한 적이 있었는데, 제가 있으니 더 잘해야겠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저의 존재가 판사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부심이 들었습니다. 또한 이렇게 시민이 방청하는 것만으로도 판사를 긴장하게 하여 재판 절차를 잘 준수하도록 감시하는 법정모니터링 활동이 의미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러한 활동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법정모니터링 이외에도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굵직한 봉사활동 위주로 활동을 하였습니다. 의정모니터링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장 유익했던 활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초자치단체장의 공약은 선거철이 되었을 때 선거공보 포스터에 적혀있는 것만으로 평가하고 투표를 하게 되어서 평소에도 찜찜한 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의정모니터링 활동을 통해 기초자치단체장의 아주 세세한 공약의 이행 상황을 확인하고 평가하고 나니 이번 지방선거에 나온 후보들을 살펴볼 때 더 깊이 평가하고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언론모니터링에서 저는 일주일간 10개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하고 분석하였습니다. 평소 포털사이트 메인에서 이슈가 되는 기사를 대충 읽어보는게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노선을 가지고 있는 10개의 신문사의 사설들을 한 곳에 모아두고 비교하니 그 의견의 차이점이 확연히 보였고, 단지 일주일간의 사설이었지만 정치, 사회 이슈의 흐름이 눈에 보였습니다. 저의 짧은 상식으로 사설들을 분석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분석을 끝내고 나서는 저의 시야가 이전보다 넓어진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평소 틈틈이 할 수 있는 봉사로는 번역봉사가 가장 용이했습니다. 지하철에서 이동할 때 틈틈이 미국저작권법을 번역하였는데 아무리 평소 법조문을 많이 접했어도 제가 직접 번역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평소 제가 알고 있던 단어라도 법조문 속에서는 다른 뜻이 되기도 했습니다. 더군다나 특정 분야에 관한 저작권법이었기 때문에 평소 잘 알지 못했던 분야의 전문용어도 계속해서 검색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끝내고 나면 뿌듯함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고, 더 많이 번역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습니다. 마음과는 달리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생각보다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다음번에도 기회가 된다면 번역봉사를 계속해서 하고싶습니다.
봉사활동 기간이 끝나가는데, 아직 해보지 못한 봉사활동이 많아 아쉬울 뿐입니다. 다음 봉사활동 때에는 이번에 했던 활동 뿐만아니라 판결문리서치, 학술세미나 모니터링 등 다른 활동들도 해보고 싶습니다. 또 단지 일시적인 봉사시간을 채우는 용도로 끝내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법률소비자연맹에서 봉사자로 활동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