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봉사를 하며 나는 더 배우고 다채로운 시각을-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비교문화협동과정 한세희
2018 춘계 봉사활동을 통해 법정 모니터링, 언론 모니터링- 사설분석 활동을 하였다. 봉사활동이라는 명목으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모든 활동을 마치고 보니 봉사를 한 만큼 내가 배우고 얻은 것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우선 법정 모니터링은 주권시민으로서 뿌듯함을 느끼고 사법부에 대한 신뢰와 경계를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해준 활동이었다. 법정 모니터링을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당사자가 아닌 단순 방청객인 내가 법정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조금 쑥스럽고 어색했다. 위엄 있는 판사의 모습이나 엄격하고 굳어 있는 당사자들의 모습을 보며 조금 위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법정 모니터링을 꼼꼼히 하며 각 사건들을 따라가면서 이해하다 보니, 여러 값진 경험들을 얻을 수 있었다. 가령, 노인의 나이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한 원고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 원고는 어려운 법정 용어도 전혀 몰랐고, 대리인도 선임하지 않아 혼자 모든 절차를 해나가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법원의 사업증명서 제출 명령을 받았으나 세무서에 가도 ‘그냥 떼줄 수는 없다’라는 답변을 듣고 어떻게 제출해야 하나 난감해 하던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판사는 법률 용어와 절차를 처음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고 원고가 잘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다시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하는 등, 판사가 단순히 법리적 관계를 따지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법에 관한 전반을 중재하는 역할임을 상기시켜 주었다. 또한 한 형사법정에서 다른 검사들 보다 열정적으로 보이던 검사가 증인심문 당시 휠체어를 끌고 나와 증인심문을 했을 때에도 큰 감상을 느꼈다. 생각해보면 지체장애인이 검사를 하는 데에는 아예 무리가 없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검사라는 직위 자체를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직업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오인하고 있었던 것은 내 쪽이 먼저 아니였겠냐는 생각이 든 것이다. 또한 언론에서 연일 이슈가 되고 있는 우병우 직권남용 사건 역시 방청하며 사법부에 얽힌 여러 복잡한 이해관계들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와 함께 사법부를 지속해서 감시해야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드는 기회였다.
또한 두 번 진행된 시민 배심원단 활동에도 참여했는데, 해당 사건의 피고인이 출국금지를 당하는 바람에 다니고 있던 학교를 강제로 그만둘 위기라는 상황이 불합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법리에 따라 법을 단죄하는 것은 필요하겠으나, 때로는 피고가 가한 범죄보다, 혹은 범죄사실이 확실히 밝혀진 것이 전혀 없음에도 단지 검사의 이해에 의해 필요보다 훨씬 중한 불합리함을 겪는 경우가 많음을 깨닫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진행했던 언론모니터링-사설분석에서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언론에 대한 편견을 깸과 동시에 언론의 단어 선택과 주제 선택 여부가 얼마나 논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다. 평소에 언론은 자신이 옹호하는 진영의 사설만 게시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10대 언론사의 사설을 모두 분석해보니, 자신이 옹호하는 진영의 사설 위주로 게시하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언론의 감시자 역할이 필요한 사건에 대해서는 비판해 마지않으며 언론의 역할에 충실히 임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각 진영을 대표하는 논조는 확실히 존재했는데, 이는 어떠한 사건에 대해 진보, 보수 언론이 선택적으로 사설을 게시하거나 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도 했고, 단어 선택이나 어조 선택으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같은 사건을 다루더라도 전혀 반대의 면을 다룸으로써 완전히 다른 함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러한 언론의 모습을 보면서 평소 한 언론사의 신문만 읽던 스스로의 편협함을 반성하고 이러한 신문읽기 습관은 사건의 한 단면만을 계속 들여다보게 함으로 사건을 통찰하는 힘을 오히려 빼앗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므로 최대한 여러 신문사의 논조를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겠으나, 10대 신문사 모두를 늘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최소 두 세개의 신문은 반드시 비교분석하여 사건을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유연한 시각을 기르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처음 오티에 가서 여러 이야기들을 들으며, 봉사를 하며 얻는 것과 배우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과연 봉사를 하며 나는 더 배우고 다채로운 시각을 통해 사법부와 언론을 바라볼 수 있는 스스로의 힘을 키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