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한 학기동안의 봉사를 마무리 지으며 - 건국대 히브리어과 유민지
나는 2학년 때까지 교외 사회봉사활동을 했었다. 어느 교회에서 운영하는 무료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었는데, 모든 것이 대학생 선생님들의 힘으로 이끌어져가는 것이었기에 2년 동안 봉사활동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다.
그 후, 건축공학과 다전공을 시작하면서 학업 외에는 신경을 쓸 수 없었다. 자연히 봉사활동도 등한시하게 되었고, 어느 순간 완전히 손을 떼게 되었다.
그러던 중 4학년 2학기 졸업반이 되면서 친구의 권유로 사회봉사 과목을 수강하게 된 것이다. 여러 봉사 단체를 고민하다가 새로운 형태의 봉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주관하는 사회봉사를 신청했다.
9월20일...4시간에 걸친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봉사활동이 시작되었다. 법률소비자연맹에서 봉사자들이 활동하는 분야는 법률모니터링과 언론 모니터링, 그 외 업무 보조들이 있었다. 그리고 10월 달에는 국정감사 기간과 겹치면서 국정감사 모니터링이 생긴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10월 초에 건축과 졸업 작품 전시회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국정감사 모니터링을 신청하지 않고, 원래하려던 법정 모니터링을 지원했다.
10월10일...졸업작품전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사회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연맹에 전화를 해보니 국정감사 모니터를 하라면서 국회로 오라고 했다. 그 후로 나는 친구와 함께 세 차례에 걸쳐 국정감사 모니터링을 했다.
이 활동은 국회 1층에 설치된 모니터실에서 실시간 중계되는 국정감사방송을 보면서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제공하는 설문지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모니터실에는 8대정도의 텔레비전이 있었는데, 한대한대가 파티션으로 나눠있어서 봉사자들이 각자 배정된 텔레비전을 보면서 내용을 정리하게 되어있었다. 일단 한 번 가면 5~6시간 동안 국정감사를 모니터링했는데, 나는 보건복지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주관하는 국정감사를 보았다.
한나라당과 열린 우리당을 두 축으로 해서, 소수 정당의 대표 한 두명이 자리를 잡고 앉아서 피감기관을 심문하는 형식이었다.
평소의 나는 낮시간에 텔레비전을 통해 생중계로 보내주는 이 내용에 그렇게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어차피 저녁 9시 뉴스를 통해 간추려진 핵심내용을 알 수 있는데 굳이 시간을 들여가며 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봉사였기 때문에...한 자리에서 모니터를 통해 진행을 지켜봐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의무감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그리고 장시간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국정감사의 내용을 이해하게 되면서 점점 흥미를 갖게 되었다.
감사 주체인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철저한 자료 준비를 통해 1년을 돌아보았다. 그 중에는 보는 이로 하여금 속 시원하게 호통을 치면서 적절하게 요점을 짚어내는 의원들도 있었다. 몇몇 의원들은 자리를 비우는 등 불성실한 태도가 눈에 보이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국회의원들의 진행모습 및 참여도에 만족스러웠다. 막연히 텔레비전 속에서 보고 생각하던 것보다 좀 더 진지하고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피감기관장의 태도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답답하다 못해 화가 나기까지 했다. 매년 반복되는 질문 속에 변하지 않는 관행들...시정하겠다는 답변...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질문에 대한 이해도 하지 못한채 동문서답으로 일관하는 피감기관장도 있었다.
국회감사 마지막 날... 내년에는 좀 더 개선된 사항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쉬움을 남기고 국회를 나왔다.
이후 나는 친구들과 함께 11월 중순까지 세 차례에 걸쳐서 법정 모니터링을 했다. 법원에 처음 들어가는 것이어서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1층과 2층 로비는 여러 공무를 보러 온 사람들로 분주해서 그런지 동사무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첫 날에는 처음에 잠깐 민사재판에 들어갔었는데 내용면에서 형사재판보다 지루했다. 그래서 그 후에는 세 번 모두 형사재판을 보았다. 역시 재판소 안은 로비와는 달리 생각처럼 무겁고 주눅이 들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재판은 마지막 날 본 사기죄에 대한 것이었다. 증인이 늦게 오는 바람에 예정시간보다 재판이 30분이나 늦게 개정되었다. 피의자가 아직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죄라는 전제하에 진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재판소 안의 분위기는 죄인이 억눌릴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피의자는 철제의자에 앉아있고, 검사와 변호사는 한 단 높은 곳에 상대적으로도 크고 넓은 의자에 착석했다. 물론 재판장은 가장 높은 곳에서 권위의 상징처럼 보였다. 모니터링을 하는 우리는 재판의 내용보다는 재판의 진행사항을 보아야했다. 모니터링을 할 내용은 법률소비자연맹에서 미리 제공해주는데, 그 종이를 재판장에서 꺼내놓고 필기를 할 수는 없기에...(종이가 나와있으면 모니터링하러 온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재판에서는 방청자가 극소수였기 때문에 3명이 함께 들어간 우리를 보고 다들 어느 정도 예상하지 않았을까 싶다.) 여하튼 그렇기 때문에 필기 없이 재판의 내용을 들었다.
법정 모니터링을 하면서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우리에게 이러한 봉사활동을 시키는 목적을 이야기해줬다. 그 목적은 우리를 통한 모니터링 자료축적보다는 우리가 조금은 더 법률적인 것과 가까워지고 기본 형식을 알아갔으면 하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법률소비자연맹에서 2달은 정말 짧은 봉사 활동이었지만 평소하지 못하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지금까지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형태의 것이어서 베푸는 것에 대한 마음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우리 주변 사회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봉사는 ‘사회복지에 이바지하기 위해 힘쓰는 행위’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나를 위한 행위가 아니라 나의 행위가 작게는 나의 주변에, 크게는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면...바로 그것이 사회봉사인 것이다.
사회봉사할 시간이 없어서 못 한다는 것은 핑계라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느꼈다. 작은 것 하나부터 나누고 관심을 갖으면 그것이 봉사인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니고, 본질을 들여다보면은 결국은 나를 위한 것이다. 이제부터는 작은 것 하나부터 실천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할 것이다.

다음에 또 모니터링을 할 기회가 된다면 그때는 국민의 대표라는 마음가짐으로...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치 ․ 사회가 되도록 이바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