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법정모니터링 과정에서 재판의 현실을 보았다-이◯복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법률연맹
2023-03-22 14:3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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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모든 봉사활동이 끝났다. 막상 해보니, 정말 쉽지 않다. 비록 나의 결과물이 미흡하더
라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기뻤다. 전체적인 활동을 하면서 하나의 결론을 얻을 수 있었
다. 법적 공방을 다투는 건 결국 사실인정의 문제라는 것이다. 판결문리서치를 할 때도, 법정
모니터링을 할 때도 그랬다.
판결문리서치를 할 때 처음에 양식 작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깨나 고생했었다. 첫 리
서치의 고생이 지나고 나니, 익숙해져 정리에 수월함이 생겼다. 그럼에도, 자료를 찾는 건 여
전히 어려웠다. 리서치 과정에서 사건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건을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니 소위 말해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가 보였다. 그러나 그 ‘나쁜 사
람’을 처벌하려면 법적인 근거가 필요했다. 동일한 사실이라도, 보는 관점에 따라서 사실관계
가 달라질 수 있다. 법의 적용도 마찬가지이다. 법의 확대 적용과 축소 적용은 판사의 역량이
다. 가끔씩은 이해할 수 없는 판결도 있다. 이 모든 것은 관점의 차이로 인하여 발생한다. 이
관점의 차이를 법이 최대한 좁혀야 하며, 이때, 법과 통념은 헌법과 양심, 즉 보편 도덕률에
기반해야 한다.
다양성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다양성이라는 이름 하에 보편 도덕률이 훼손되어
서는 안 된다. 이러한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기준이 필요하며, 그 기준을 정한 사회
적 합의를 법이라고 부른다. 개인의 궁극적 목표가 미덕이라면, 사회의 궁극적 목표는 정의이
다. 나는 둘 사이에 괴리가 적었으면 좋겠다.
법정모니터링 과정에서 재판의 현실을 보았다. 법은 사람을 살리고 죽인다. 이제까지 내가
봤던 판사들은 모두 현명했다. 증인 심문 과정에서 수상한 점이 보이면, 진술의 논리적 결함
을 가시화하여 이를 공격했다. 그리고 재판 또한 법에 따라 진행되었다. 그러나 법을 축소하
여 적용하는 것이 항상 정의롭지는 못하다. 법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을 정도로 불우한 당
사자들을 지켜주지 못한다. 이는 법 자체에는 흠결이 없더라도, 법의 적용이 경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혹은, 법 자체가 죄에 응당하는 처벌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형벌의 목적은 응보주의가 아닌 예방주의에 있다는 걸 모니터링 과정에서 확인했다. 살인 사
건이었다. 피해자의 유가족은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고, 피고인이 사과 한마디 없다는 점에 분
노했다. 피고인의 법정대리인(국선 변호사)은 피곤한 얼굴로 판사에게 피고인이 구치소에서 성
경을 필사한 자료와 유가족들에게 보내는 사과 편지를 한 웅큼 전달했다. 그때, 나는 유가족
의 손이 수건을 쥔 채 부들부들 떨리는 걸 봤다. 피고인은 반성하는 것처럼 보였고, 실제로도
그러한 것 같지만 여전히 그의 얼굴엔 살기가 묻어 있었다. 판사는 자료를 받아보고, 슬피 우
는 유가족을 수도 없이 쳐다봤다. 그러고는“사건은 실로 비극이고 드릴 말씀이 없지만, 재판
은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입니다.”라고 말했다. 유가족은 오열했다.
그녀의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이 그녀를 위로했다. 다음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
도, 복도에서 그녀는 슬픔에 젖은 소리를 내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