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 김진수
♧ 국정감사 모니터링
평소 TV와 같은 매스미디어에서, 외국의 자원봉사자들의 기사를 접하면, 늘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라는 욕구에 휩싸인다. 물론 시청자들에게 나와 같은 마음을 갖도록 의도를 하고 방영하는 것이겠지만, 나에게는 늘 그 이상이었다. 너무 부러운 모습들이었다. 자원봉사자들로 운영되는 어린이 체육관, 알츠하이머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단체, 자원소방관으로서의 역할을 중요시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또 이런 분위기가 어려서부터 조성되는 교육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있는 모습들이 실로 감동을 주기까지 했다.
평소의 그런 생각이 대학에서 내가 사회봉사활동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이 NGO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는 사실은, 아마도 내가 근 1년간, 미흡하기는 하지만, 법률연맹을 들락날락하는 이유가 되었다.
이번에 국회에 국정감사라는 큰 일정이 있었다. 때맞추어 법률연맹에서 주관하여,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을 발족했다. 나에게는 큰 관심이었다. 국정감사는 평소에 어떠한가? 그저 신문에서는 정치면 한 쪽을 차지하고, 뉴스에서는 의원들끼리 싸우고 욕한 장면을 보여주는 식으로 끝나지 않았던가? 모니터링을 해야 할 정도의 사안인줄은 평소엔 생각지 못했었다. 게다가 나는 정치외교학을 배우는 학생이며, 그곳에서의 봉사활동은 나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졌다.
나는 평소에 같이 다니는 형님과 같이 봉사활동을 했다.(이하 우리) 그래서, 늘 같이 다녔다. 우리가 처음으로 국정감사 모니터링을 하러 가게 된 곳은 ‘산업자원위원회 한국석유공사’였다. 원래 국회에서 모니터를 통한 모니터링을 하게 될 것이었는데, 우리는 운이 좋았던 것일까? 학생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상임위를 직접 가서 모니터를 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양복도 입고(양복을 꼭 입고가라는 법률연맹 윤부장님의 명령 때문에) 한국석유공사를 찾았다. 처음 문을 열고 들어가니 검은 옷을 입은 여러 사람들이 인사하며 어디서 왔냐고 물어왔다. ‘국감 NGO 모니터단입니다.’라고 했더니 웃으면서 들여보내 주었다. 위로 올라가서 교육받은 대로, 보도자료와 국감자료들을 챙겨서 국정감사 모니터링에 임하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많은 실망을 안겨준 국정감사였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대놓고 화를 내면서 자리에 좀 앉아있으라고 말하고 싶었다. TV에선 산업자원부 한국석유공사 국감이 그나마 조용하고 정책국감이 되었다고 보도했지만, 가서 본 우리의 시각엔 영 아니었다. 싸우거나 정쟁대결로 치닫지는 않았는데, 의원들이 너무 자주, 장시간 자리를 비웠고, 보도자료를 그저 읽는 의원도 있었고, 옆 의원과 떠들고 농담 따먹는 의원들에 자기 차례가 지나니까 짐 챙겨서 가버리는 의원들, 아주 가지각색이었다. 다른 상임위 하는 친구에게 문자가 왔는데 그곳도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TV에서 보는 것 보다 아주 많이 실망스러웠다. 더 코메디같은 사실은 이번 국감이 그나마도 작년보다 낫다고 평가받았다는 사실이다.
몇가지 여담을 말하자면, 감사 도중에 점심을 먹는 시간이 있었다. 우리는 어디서 밥을 먹을지 고민하던 차, 석유공사 직원으로 추측되는 사람이 우리보고 식사 했냐며 물어왔다. 그러면서 도시락을 두개 주며 식당에서 드시면 된다고 했다. 평소, 법률연맹 김대인 총재님께서 강조하시던, NGO는 금품, 향응으로부터 독립되어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고민하다가 얼른 법률연맹 윤부장님께 전화를 해서 물어봤더니, 괜찮다며 먹으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맛있게 먹어줬다.
또 국감 도중에 참 재미있게 웃을 수 있었던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규택의원이 발의를 한 내용 중에 테러에 대한 위협을 강조하던 부분이 있었다. ‘석유 보존창고를 알카에다가 노리고 있으면 어쩔거냐?’ 라는 물음에 장내 분위기는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렇게 자꾸 오비이락 식으로 하면 안되오.’라며 ‘오비이락’을 매우 강조했다. 나중엔 여당 의원들이 킥킥대면서 ‘오비이락이래..’라며 비아냥거리니까 이규택의원 옆에 있는 다른 의원이 호통을 치기까지 했다. 대충 너무 웃겨서 그랬던 것이었다. 오비이락, 생각만 해도 웃기긴 하다.
이후 국회에 가서 행정자치부를 모니터링했다. 그리고 자료수집 등 많은 경험을 했다. 나는 이 자원봉사를 통해서 무엇을 느꼈을까? 딱 한가지였다. 결국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나 냉대가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고 생각해, 앞으로 관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정치권이 변한다는 것! 마지막에 국정감사 우수의원과 우수모니터단을 선발하기도 했는데 솔직히 그때도 상황이 아주 과관이었다. 국회의원들은 늦게오고, 늦게라도 왔으면 조용히 자리에 앉아야 하는데 앞에 의원들이랑 악수하고 얘기하고, 단상에서는 사회보고 시상하고 있는데, 단상으로 올라가서 자기 스케쥴 있으니까 사진만 빨리 찍고 가겠다는 의원들의 행태가 너무 어이없었다. 게다가 모니터단 시상식을 할 시점에는 단 두명의 의원만 빼고 다 가버렸다. 마지막까지 남아주었던 김효석, 장복심의원께 정말 감사했을 뿐이다.
어쨌든 이번 자원봉사는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조금 더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