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소감문

신선한 충격 - 언론홍보영상학 이선아
국정감사 모니터 하기 하루 전날 전화가 왔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들 정장을 입고 오니까 복장에 신경을 쓰고 오라는 당부를 하셨다. 그 때 정말 내가 그런 사람들과 동등하게 국회에 가서 우리나라의 중요 사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피부로 직접 와 닿았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국회로 나섰다. 국회의사당 모니터실이 있는 건물 앞에서 법률연맹에서 오실 분을 기다리고 있는데 정말 그 분위기에 압도당해 버렸다. 검은색의 승용차들이 죽 늘어서 있고 양복을 차려입은 굳은 표정의 사람들이 하나 둘씩 건물 안으로 발을 옮기고 기자인 듯한 사람들이 뛰어다니는데 국회란 이런 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10시쯤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데 소지품 검사에 신분 확인까지 정말 철저했다. 그리곤 국감 모니터 분야를 배당 받았는데 해양수산부라는 그리 친숙하진 않은 부서였지만 다행히도 전에 학교 사회봉사 수업 시간에 인사를 나눴던 언니와 같이 하게 되어 안심이 됐다.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은 그 언니와 나 둘 뿐이었는데 우리가 모니터석에 앉으니 조금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안에 있던 사람들이 쳐다보았다. 내가 이렇게 시민단체의 일원이라는 이유로 국정감사를 모니터하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있었을지를 생각하니 숙연해 지면서 책임감을 가지고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몰려왔다. 시간이 조금 지체되어 예정보다 국감이 늦게 시작됐다. 그동안 나는 나눠준 보도자료와 해양오염사진자료집을 보면서 주요 쟁점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김영진 의원이 발간한 이 자료집은 우리나라 해양 오염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환경 보전 대책을 강조한 사진집이었다. 수중 침전 쓰레기 수거 사업, 어장 정화 사업, 불가사리 제거 사업에 정부의 지원 확대를 촉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보도자료가 원래 특성상 그렇기는 하나 너무 의원 개인의 치적에 관해 치우친 입장에서 지나치게 소소한 것까지 밝히고 있었다. 예를 들어 김영진 의원이 최초로 스킨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사실은 사안을 논의함에 있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자료가 부실한 상태에서 국감을 지켜봤다. 다른 의원임직한 사람들은 거의 책처럼 두꺼운 자료들을 옆에 쌓아둔 채 펴보지도 않고 있는데 가져다 내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법원에서 판결을 내릴 때 판사가 두드리는 망치와 비슷한 것의 내려치는 소리를 들으며 2001년 해양수산부 종합감사가 시작됐다 이번 감사는 그동안 미진한 부분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모니터 내용은 생략함]
국정감사 모니터를 처음 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나라는 정말 토론문화 정착이 아직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원들의 인신공격성 발언이 난무하는 정치적 현실에 회의가 들었다. 이건 완전히 국감이 아니라 잘못한 정부 관료들을 질책하고 따지는 시간 같았다. 물론 과정상 그것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문책이 주를 이뤄서 뭐가 나오겠는가? 뭔가 창조적인 대안이 나오고 그래야 하는데 정말 시간만 버리는 말싸움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동안에는 그 사람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는 아주 어린 아이들도 알만한 사실을 의원들은 모르는 듯 했다. 한 의원이 말하는데 다른 곳에서는 다 들릴 정도로 크게 개인적인 잡담을 한다던가 발표 도중에 비꼬는 우스갯소리를 한다던가 아예 국감에는 관심도 없이 팔짱끼고 앉아서 자는 의원들을 보니 정말 정치가 코미디란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정말 이번 국감 모니터는 나에게 있어 신선한 충격이었다.